독수리 오형제만 있나 은나라의 다섯 인자도 있다
백이론 하(伯夷論 下)
박지원(朴趾源)
공자가 은나라 삼인(三仁)을 말하며 백이와 태공망을 빼다
孔子稱古之仁人, 箕子ㆍ微子ㆍ比干是也, 三人者之行各不同, 猶不失乎仁之名; 孟子稱古之聖人, 伊尹ㆍ柳下惠ㆍ伯夷是也, 三人者之行各不同, 猶不離乎聖之號. 夫太公者, 古所謂大老賢人, 則爲其行同伯夷, 而道似伊尹也.
然而孔子不稱其仁以列之三仁, 孟子不稱其聖以列之三聖何也?
다섯 명의 인자들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했다
嗚呼! 以余觀乎殷, 其有五仁乎. 何謂五仁? 伯夷ㆍ太公是也. 夫五仁者, 所行亦各不同, 皆有丁寧惻怛之志. 然而相須則爲仁, 不相須則爲不仁矣.
微子之爲心也曰殷其淪喪, 我與其不可諫而諫之, 孰若存殷之祀也, 遂行, 是微子須諫於比干耳.
比干之爲心也曰殷其淪喪, 我與其不可諫而不諫, 寧熟諫也, 遂諫而死, 是比干須傳道於箕子耳.
箕子之爲心也曰殷其淪喪, 我不傳道而誰傳道也, 遂陽狂爲奴, 箕子若無所相須者也. 雖然, 仁人之心, 未甞一日而忘天下, 則是箕子須拯民於太公耳.
太公之爲心也, 自以殷之遺民也, 曰殷其淪喪, 小師行王子死太師囚, 我不拯其民, 將天下何哉, 遂伐紂, 太公亦若無所相須者也. 雖然, 仁人之心, 未甞一日而忘後世, 則是太公須明義於伯夷耳.
伯夷之爲心也, 自以殷之遺民也, 曰殷其淪喪, 小師行王子死太師囚, 我不明其義, 將後世何哉? 遂不宗周.
夫是五君子者, 豈樂爲者哉, 皆不得已也.
서로의 의를 필요로 한다
或曰: “若相須而爲仁也, 無太公則箕子當爲牧野之事, 非伯夷則太公當爲叩馬之諫乎?”
曰: “非然也, 如此而爲仁者, 非謂須其人也, 須其義而已矣. 非若申包ㆍ伍胥之相告也.
然而微王子小師不必行矣. 無小師之行焉, 而王子獨死, 王子爲不足仁矣; 王子旣死, 小師旣行, 而太師不陽狂, 太師爲不足仁矣. 太公不以天下爲心, 伯夷不以後世爲慮, 是伯夷ㆍ太公爲不足仁矣.
然則其奔周爲不得已也, 諫而死爲不得已也, 傳道爲不得已也, 伐紂爲不得已也, 不宗周爲不得已也.
吾故合伯夷ㆍ太公之道於殷之三仁焉, 是亦孔子之志也. 不稱太公, 葢難言也. 至於伯夷亟稱其德曰: ‘求仁得仁, 又何怨乎.’ 雖然, 不敢係之於三仁者, 葢爲武王諱之歟.”
각자가 지닌 의로도 충분한 부분이 있다
或曰: “如五仁而爲仁, 不亦勞乎?”
曰: “非斯之謂也, 其理則然也. 若夫一事而爲仁, 隘與不恭, 惡得掩淸和之爲聖哉.” 『燕巖集』 卷之三
해석
공자가 은나라 삼인(三仁)을 말하며 백이와 태공망을 빼다
孔子稱古之仁人, 箕子ㆍ微子ㆍ比干是也,
공자가 옛적의 어진 사람을 칭송했으니 기자와 미자와 비간이 이들로
三人者之行各不同, 猶不失乎仁之名;
세 사람의 행동은 각각 달랐지만 어진 이름을 잃지 않는 건 같았고
孟子稱古之聖人, 伊尹ㆍ柳下惠ㆍ伯夷是也,
맹자는 옛적의 성인을 칭송했으니 이윤과 유하혜와 백이가 이들로
三人者之行各不同, 猶不離乎聖之號.
세 사람의 행동은 각각 달랐지만 성인의 호칭을 떠나지 않은 건 같았다.
태공은 옛적에 말했던 위대한 노인이자 현인이라고 했으니
행동함은 백이와 같고 도는 이윤과 같다고 했기 때문이다.
然而孔子不稱其仁以列之三仁,
그러나 공자는 그 인함을 칭송하며 세 명의 인자와 나열하지 않고
孟子不稱其聖以列之三聖何也?
맹자는 성인임을 칭송하며 세 명의 성인에 나열하지 않았으니 왜인가?
다섯 명의 인자들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했다
嗚呼! 以余觀乎殷, 其有五仁乎.
아! 내가 은나라를 보니 다섯 인자가 있음이로다.
어떤 이를 다섯 인자라 하는가? 백이와 태공이 이들이다.
夫五仁者, 所行亦各不同, 皆有丁寧惻怛之志.
일반적으로 다섯 인자는 행함이 또한 각각 달랐지만
然而相須則爲仁, 不相須則爲不仁矣.
그러나 서로를 필수적으로 여기면 인함이 되고 서로를 필수적으로 여기지 않으면 불인이 된다.
微子之爲心也曰殷其淪喪,
미자는 ‘은나라는 망할 텐데
我與其不可諫而諫之, 孰若存殷之祀也,
내가 간할 수 없는데 간하기보단 차라리 은나라의 종사를 보존하리라.’라고 생각하고선
遂行, 是微子須諫於比干耳.
마침내 떠났으니 이것은 미자가 비간의 간함을 필요로 했을 뿐이다.
比干之爲心也曰殷其淪喪,
비간은 ‘은나라는 망할 텐데
我與其不可諫而不諫, 寧熟諫也,
내가 차라리 간할 수 없다 해서 간하지 않기보단 차라리 익숙히 간하리라.’고 생각하고선
드디어 간하고 죽었으니 이것은 비간이 기자가 도를 전하길 필요로 했을 뿐이다.
箕子之爲心也曰殷其淪喪, 我不傳道而誰傳道也,
기자는 ‘은나라는 망할 텐데 내가 도를 전하지 않는다면 누가 도를 전하랴.’라고 생각하고선
遂陽狂爲奴, 箕子若無所相須者也.
드디어 거짓 미쳐 종이 되었으니 기자는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 듯했었다.
雖然, 仁人之心, 未甞一日而忘天下,
비록 그렇다해도 인자의 마음이 일찍이 하루도 천하를 잊질 않으니
이것은 기자가 태공이 백성을 구해주길 필요로 했을 뿐이다.
太公之爲心也, 自以殷之遺民也,
태공은 내심 스스로 은나라 유민으로 여기면서
曰殷其淪喪, 小師行王子死太師囚,
‘은나라는 망할 텐데 소사는 떠났고 왕자는 죽었으며 태사는 갇혀
我不拯其民, 將天下何哉,
내가 백성을 구하질 않는다면 장차 천하는 어쩌려나?’라고 생각하고선
드디어 주를 죽였으니 태공 또한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 듯했었다.
雖然, 仁人之心, 未甞一日而忘後世,
비록 그러나 인자의 마음이 일찍이 하루도 후세를 잊질 않으니
이것은 태공이 백이가 의를 밝혀주길 필요로 했을 뿐이다.
伯夷之爲心也, 自以殷之遺民也,
백이는 내심 스스로 은나라 유민이라 여기면서
曰殷其淪喪, 小師行王子死太師囚,
‘은나라는 망할 텐데 소사는 떠났고 왕자는 죽었으며 태사는 갇혀
我不明其義, 將後世何哉?
내가 의를 밝히지 않는다면 장차 후세에 무어라 할 텐가?’라고 생각하고선
遂不宗周.
마침내 주나라를 종주로 삼지 않았다.
夫是五君子者, 豈樂爲者哉, 皆不得已也.
이 다섯 군자들이 어찌 기꺼이 한 사람들이겠는가 모두 부득이한 것이다.
서로의 의를 필요로 한다
或曰若相須而爲仁也,
혹자가 말했다. “만약 서로를 필요로 하여 인이 된다는 것은
태공이 없었다면 기자는 마땅히 주를 정벌하는 일을 했어야 했고【목야는 무왕이 주(紂)와 결전을 벌였던 전쟁터이다. 목야에서 은 나라 군대가 대패하여 피가 내를 이루어 방패가 떠다닐 정도였다 한다. 『書經 武成』】
백이가 없었다면 태공은 마땅히 말고삐를 당겨 간했어야 했는가?”
曰非然也, 如此而爲仁者,
대답했다. “그렇지가 않다. 이와 같아 인을 한다는 것은
非謂須其人也, 須其義而已矣.
그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일 뿐이다.
신포서와 오자서가 서로에게 말한 것과는 같지 않다【신포서와 오자서(伍子胥)는 모두 초(楚) 나라 사람이다. 오자서는 부형이 초 나라 평왕(平王)에게 살해당하자 복수하려고 오(吳) 나라로 망명하였다. 9년 후 오왕 합려(闔閭)를 도와 초 나라의 도읍 영(郢)으로 쳐들어가 평왕의 무덤을 파헤치고 시신에 매질을 가하여 원한을 풀었다고 한다. 신포서는 초 나라의 대부이다. 오 나라 군사가 침입하여 왕이 피난하는 국난이 있자 진(秦) 나라에 가서 구원병을 요청하였는데, 진 나라가 구원을 허락하지 않자 그는 대궐의 뜰에서 밤낮으로 그치지 않고 울면서 이레 동안이나 음식을 먹지 않았다. 진 나라 애공(哀公)이 그 정성에 감동하여 구원병을 내어 오 나라를 물리쳤다. 처음에 신포서와 오자서는 친구 사이였는데, 오자서가 망명하면서 “나는 반드시 초 나라를 멸망시키고 말겠다.” 하니, 신포서가 “나는 반드시 초 나라를 보존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으므로, 본문에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 『史記 卷66 伍子胥列傳』】.
然而微王子小師不必行矣.
그러나 왕자가 없었다면 소사는 반드시 떠나지 않았으리라.
無小師之行焉, 而王子獨死,
소사가 떠나지 않았는데 왕자가 홀로 죽었다면
王子爲不足仁矣;
왕자는 인자가 되기엔 부족하다.
王子旣死, 小師旣行,
왕자가 이미 죽고 소사가 이미 떠났는데
而太師不陽狂, 太師爲不足仁矣.
태사가 거짓 미치지 않았다면 태사는 인자가 되기 부족하다.
태공이 천하백성을 마음에 두지 않고 백이가 후세로 염려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백이와 태공이 인이 되기에 부족하다.
然則其奔周爲不得已也, 諫而死爲不得已也,
그렇다면 미자가 주나라로 달아난 것은 부득이한 것이고 비간이 간하다 죽은 것은 부득이한 것이며
傳道爲不得已也, 伐紂爲不得已也,
기자가 도를 전한 것은 부득이한 것이고 태공이 주왕을 주벌(誅伐)한 것은 부득이 한 것이며,
不宗周爲不得已也.
백이가 주나라를 종주로 삼지 않은 것은 부득이한 것이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백이와 태공의 도가 은나라 세 명의 인자에 합한 것이니
是亦孔子之志也.
이것이 또한 공자의 뜻이리라.
不稱太公, 葢難言也.
태공을 칭송하지 않은 건 대체로 말하기 어려운 게 있었으리라.
至於伯夷亟稱其德曰:
백이에 이르러 자주 그 덕을 칭송하며 말했다.
‘求仁得仁, 又何怨乎.’
‘인을 구해 인을 얻었으니 또한 무얼 원망하랴’
雖然, 不敢係之於三仁者,
비록 그러나 감히 세 명의 인자에 넣지 않은 것은
葢爲武王諱之歟.”
아마도 무왕이 그를 꺼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각자가 지닌 의로도 충분한 부분이 있다
或曰: “如五仁而爲仁, 不亦勞乎?”
혹자가 “다섯 명의 인자여야만 인이 된다면 또한 번거롭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曰: “非斯之謂也, 其理則然也.
대답했다. “이걸 말하는 게 아니라 이치가 그렇다는 것이다.
若夫一事而爲仁, 隘與不恭,
만약 한 가지 일로 인이 되는 것이라 하면 협소하고 불공하다해서
惡得掩淸和之爲聖哉.” 『燕巖集』 卷之三
어찌 백이가 맑음으로 유하혜가 화함으로 성인이 된 걸 가리겠는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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