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학과 문장이 모두 뛰어났던 윤선생을 기리며
윤선생상시집서(尹先生祥詩集序)
김종직(金宗直)
문장학의 뿌리는 경학
經術之士, 劣於文章; 文章之士, 闇於經術, 世之人有是言也.
以余觀之, 不然. 文章者, 出於經術, 經術, 乃文章之根柢也. 譬之草木焉, 安有無根柢, 而柯葉之條鬯, 華實之穠秀者乎.
경학과 문장은 하나임에도 둘로 나누어 무용하다고 여기다
『詩』ㆍ『書』六藝, 皆經術也, 『詩』ㆍ『書』六藝之文, 卽其文章也.
苟能因其文, 而究其理, 精以察之, 優而游之, 理之與文, 融會於吾之胸中, 則其發而爲言語詞賦, 自不期於工而工矣. 自古, 以文章鳴於時而傳後者, 如斯而已.
人徒見夫今之所謂經術者, 不過句讀訓誥之習耳; 今之所謂文章者, 不過雕篆組織之巧耳. 句讀訓誥, 奚以議夫黼黻經緯之文; 雕篆組織, 豈能與乎性理道德之學? 於是乎遂歧經術文章爲二致, 而疑其不相爲用, 嗚呼! 其見亦淺矣.
경학과 문장이 뛰어났던 윤선생
居今之世, 有能踔厲振作, 拔乎流俗, 上探孔ㆍ孟之閫奧, 而優入作者之域者, 豈無其人耶. 無其人則已, 如有之, 世人所云, 不亦誣一世之賢也哉.
故某官襄陽尹先生, 乃吾所謂其人也.
윤선생이 길러낸 후학들
先生, 資稟純篤, 學文該通, 其於義理之精微, 多有所自得, 故能奮興於鄕曲, 而羽儀於朝著.
處胄監前後二十餘年, 提撕誘掖, 至老不倦. 當時之達官聞人, 皆出其門, 師道尊嚴, 陽村以後一人而已.
爲文章, 雖出於緖餘, 而平易簡當, 乍見若質俚, 而細玩之, 綽有趣味, 皆自六經中流湊而成.
同時據皐比, 如金樞府末ㆍ金司成伴ㆍ金文長鉤, 經術則可爲流亞, 而文章則不能與之爭衡焉, 先生眞所謂有兼人之德之才者也.
아버지의 유고를 거둬 책으로 만든 아들
其平生所作不爲少, 然而旋作旋棄, 不畜一紙. 先生之子前軍威縣監季殷, 余之同年進士也, 僅收拾於散逸之餘, 得若干篇, 錄爲一帙, 要弁其端.
余曰: “先生之歿雖久, 而至今東人, 仰之如泰山北斗, 其所口授弟子經書精粹之語, 自縉紳學士, 以至韋布之徒, 無不筆之於書而傳誦之.
作人之盛, 太史氏又紀諸汗竹, 不一再焉, 事業炳炳, 足昭來世. 今此殘篇斷簡, 雖不傳, 庸何傷.
然父母之遺物, 雖巾屨佩觹, 爲子者, 尙欲謹藏而保護之, 况詩文者, 出於親之肺膓, 成於親之咳唾者乎. 宜君之拳拳於收錄, 以貽子孫於無窮也. 余亦私淑人也, 敢不樂爲之書.” 『佔畢齋集』 卷之一
해석
문장학의 뿌리는 경학
經術之士, 劣於文章;
경학만을 공부한 학자는 문장엔 졸렬하고
文章之士, 闇於經術,
문장만을 연마한 학자는 경학엔 어둡다고들
世之人有是言也.
세상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다.
以余觀之, 不然.
내가 보니 그렇지 않더라.
文章者, 出於經術,
문장이란 경학에서 나오니
經術, 乃文章之根柢也.
경학이란 곧 문장의 뿌리인 것이다.
譬之草木焉, 安有無根柢,
초목으로 비유하자면 어찌 뿌리가 없이
而柯葉之條鬯, 華實之穠秀者乎.
가지와 잎이 무성하며 열매가 무르익을 수 있겠는가.
경학과 문장은 하나임에도 둘로 나누어 무용하다고 여기다
『시경』과 『서경』의 육경(六經)은 모두 경학이고
『시경』과 『서경』과 육경의 문장이 곧 문장이다.
苟能因其文, 而究其理,
만약 그 문장으로 인해서 이치를 궁구하여
精以察之, 優而游之,
정밀하게 살피고 넉넉하게 놀아서
理之與文, 融會於吾之胸中,
이치와 문장이 나의 가슴속에서 융합되어 이해된다면
則其發而爲言語詞賦,
발설한 것이 언어(言語)와 사부(詞賦)가 되어
自不期於工而工矣.
스스로 기교 있길 기약치 않아도 기교 있어지리라.
自古, 以文章鳴於時而傳後者, 如斯而已.
예로부터 문장으로 시대를 울려 후세에 전해지는 것들이 이와 같을 따름이다.
人徒見夫今之所謂經術者, 不過句讀訓誥之習耳;
사람들은 다만 지금의 소위 경학하는 사람들은 구두(句讀)와 훈고(訓誥)만을 익히는 데에 불과하고
今之所謂文章者, 不過雕篆組織之巧耳.
지금의 소위 문장하는 사람들은 수식하고 조직하는 기교로움에 불과하다는 걸 볼 뿐이다.
句讀訓誥, 奚以議夫黼黻經緯之文;
구두(句讀)와 훈고(訓誥)가 어찌 격조 높아 세상을 다스릴 문장을 의론하겠으며
雕篆組織, 豈能與乎性理道德之學?
수식하고 조직하는 것으로 어찌 성리도덕(性理道德)의 학문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
於是乎遂歧經術文章爲二致,
이에 마침내 경술과 문장을 나누어 두 가지의 지극함으로 삼고서
而疑其不相爲用,
서로 간에 쓰임이 되지 않는다고 의심하니,
嗚呼! 其見亦淺矣.
아! 그 견해가 또한 천박하구나.
경학과 문장이 뛰어났던 윤선생
居今之世, 有能踔厲振作,
이 세상에 살면서 질주하고 엄하며 진작할 수 있어
유행하는 풍속에 삐져나와 위로는 공자와 맹자의 깊은 뜻을 탐구하고
而優入作者之域者, 豈無其人耶.
넉넉하게 작가의 경지에 들어가는 사람이 어찌 없겠는가.
無其人則已, 如有之,
그 사람이 없다면 그만이겠지만 만약 있다면
世人所云, 不亦誣一世之賢也哉.
세상 사람이 말한 것【經術之士, 劣於文章; 文章之士, 闇於經術.】이 또한 한 세상의 어진 이를 속인 게 아니겠는가.
故某官襄陽尹先生, 乃吾所謂其人也.
돌아가신 아무개 관직 양양의 윤선생이 곧 내가 말한 그 사람이다.
윤선생이 길러낸 후학들
先生, 資稟純篤, 學文該通,
선생은 품부받은 자질이 순수하고 돈독하며 학문이 해박하고 능통해
其於義理之精微, 多有所自得,
의리에 정밀하고 은미하여 많이도 자득한 게 있었기 때문에,
故能奮興於鄕曲, 而羽儀於朝著.
시골에서 흥기할 수 있었고 조정에선 드날 수 있었다.
處胄監前後二十餘年, 提撕誘掖,
국자감에 전후 20여년을 거처하며 후학을 이끌고 꾀어 인도하길
至老不倦.
늙어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當時之達官聞人, 皆出其門,
이때의 통달한 관리들과 명성 있는 문인들이 모두 그 문하에서 나왔으니,
스승의 도가 존엄하기가 양촌 이래 한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爲文章, 雖出於緖餘, 而平易簡當,
문장을 지은 것은 비록 남은 힘에서 나와 평이하고 간단하여
乍見若質俚, 而細玩之,
잠깐 보면 질박하고 속된 것 같지만 세세히 완미하면
綽有趣味, 皆自六經中流湊而成.
넉넉한 취미가 있으니 모두 육경 속으로부터 흘러 이루어진 것이다.
同時據皐比, 如金樞府末ㆍ金司成伴ㆍ金文長鉤,
동시대에 스승의 자리【고비(皐比): 일반적으로 호피(虎皮)를 말한다. 옛날에 스승이 앉는 자리에는 반드시 호피(虎皮)를 깔았고 강학(講學)하였으므로 강석(講席)을 고비라 칭한다. 후대에는 사석(師席)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를 점거했던 중추부사 김말, 사성 김반, 문장공 김구는
經術則可爲流亞, 而文章則不能與之爭衡焉,
경술이라면 윤선생의 아류라 할 만하지만 문장은 더불어 다툴 수 없었으니,
先生眞所謂有兼人之德之才者也.
선생은 참으로 사람의 덕과 재주를 겸비한 사람이라 하겠다.
아버지의 유고를 거둬 책으로 만든 아들
其平生所作不爲少, 然而旋作旋棄, 不畜一紙.
평생 지은 것이 적지 않지만 빨리 짓고 빨리 버려 하나의 종이도 남기질 않았다.
先生之子前軍威縣監季殷, 余之同年進士也,
선생의 아들인 전 군위현감 계은은 나와 동갑인 진사인데
僅收拾於散逸之餘, 得若干篇,
겨우 흩어진 나머지에서 수습하여 약간 편을 얻어
錄爲一帙, 要弁其端.
기록하여 한질로 만들고서 끝에 서문을 써주길 요청했다.
余曰: “先生之歿雖久,
내가 말하겠다. “선생이 돌아가신 지 비록 오래이나
而至今東人, 仰之如泰山北斗,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에 이르러 태산북두처럼 우러르고
其所口授弟子經書精粹之語,
입으로 전수한 제자백가와 경서의 정수한 말들이
自縉紳學士, 以至韋布之徒,
진신학자로부터 포의의 무리들에게까지
無不筆之於書而傳誦之.
책에 써서 전하고 외지 않음이 없다.
作人之盛, 太史氏又紀諸汗竹, 不一再焉,
인재를 길러낸 성대함은 대사씨가 또한 서책에 기록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고
事業炳炳, 足昭來世.
사업이 찬란하여 후세에 비출 수 있다.
今此殘篇斷簡, 雖不傳, 庸何傷.
이제 책이 해지고 죽간이 끊어져 비록 전하지 않는대도 어찌 손상되겠으리오.
然父母之遺物, 雖巾屨佩觹,
그러나 부모가 남겨준 물건이 비록 수건이나 신발, 차고 있는 송곳이라 해도
爲子者, 尙欲謹藏而保護之,
자식된 사람은 오히려 조심하여 보관하고 그걸 보호하는데
况詩文者, 出於親之肺膓,
더군다나 시문과 같이 어버이의 폐장에서 나오고
成於親之咳唾者乎.
어버이의 침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오죽할까.
宜君之拳拳於收錄, 以貽子孫於無窮也.
그대가 수록한 것을 잘 간직하여 자손에게 무궁토록 전해주는 게 마땅하다.
余亦私淑人也, 敢不樂爲之書.” 『佔畢齋集』 卷之一
나는 또한 사숙한 사람이기에 감히 기꺼이 그를 위해 쓰지 않겠는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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