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장 5. 악한 이들이 더 잘 사는 세상
故大德必得其位, 必得其祿, 必得其名, 必得其壽. 고로 큰 덕은 반드시 그 위를 얻으며 반드시 그 녹(祿)을 얻으며 반드시 그 이름을 얻으며 반드시 그 수(壽)를 얻는다. 고로 하늘이 물건을 낼 적에는 반드시 그 재질을 따라서 돈독히 한다. 舜, 年百有十歲. 순임금은 110세까지 살았다. |
“고대덕 필득기위 필득기녹 필득기명 필득기수(故大德 必得其位 必得其祿 必得其名 必得其壽)” 고로 큰 덕은 반드시 그 위(位)를 얻으며 반드시 그 녹(祿)을 얻으며. 자, 여기서 필득기수(必得其壽)까지 보면 위(位)·녹(祿)·명(名)·수(壽), 지위도 높고, 봉록도 많고, 이름도 날렸고, 오래 살았고 하는 이런 걸 딱딱 나눠서 쓰고 있죠? 이런 문장이 쓰여졌다는 것은 이 글을 쓸 당시가 벌써 상당히 제도화되어 있는 후대였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은 확실히 한대(漢代)의 의식구조를 반영한다고 여겨져요.
수(壽)라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순(舜)임금의 나이가 주자 주에 뭐라고 되어있습니까? 백십세라고 되어있죠? 놀랍게도 순임금은 젊은 사람이 아니라 나이 백세가 넘어서 왕의 자리에 오른 노인이란 말입니다. 근데 나는 순임금이 백 살 먹은 노인이라도 아마 정정했을 거라고 봅니다. 옛날 사람들은 전염병만 안 걸리면 오래 살았을 것 같아요. 대신에 그들한테는 전염병이 무서웠겠죠. 요새 사람들은 전염병을 막은 반면에 내과질환 땜에 많이들 죽지만, 옛날 사람들은 전염병이 정말 무서운 존재였을 겁니다. 뭐 전염병만 걸렸다하면 속수무책이었을 테니까.
근데 대덕은 ‘필득기위 필득기록 필득기명 필득기수(必得其位 必得其祿 必得其名 必得其壽)’라는 여기에 굉장한 문제가 있습니다. 왜 그러냐구요? 생각해보세요. 지금은 대덕자(大德者)라 할지라도 빨리 죽을 수도 있고, 위(位)를 못 얻고 명성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그런데 중용(中庸)에서는 ‘필득(必得)∼’이라고 했단 말입니다. 그래서 유가(儒家)들이 나중에 이 필득(必得)이라고 말한 것을 번역할 적에 엄청난 아규먼트(Argument, 논쟁)가 생겨요. 이 아규먼트로 인해서 “원칙은 그런데, 리(理)로 말하면 필득인데 그러나 기(氣)는 개별성이 있기 때문에 필득이라는 원칙이 반드시 보장되지는 않는다”라는 따위의 이론이 나온단 말이죠. 이런 문제들은 신유가(新儒家)에서 논쟁화됩니다.
근데 대덕자(大德者)가 필수명(必受命)하지 못하는 문제를 고민하기는 칸트도 마찬가지였어요. “선한 사람들이 복을 받아야하는데, 악한 놈들이 복을 받고 선한 사람들이 불행하게 죽어가는 상황이 왜 인간사회에서는 이렇게도 많은가?”하는 문제가 칸트의 『실천이성비판』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칸트는 『실천이성비판』에서 “착한 사람들이 불행하게 죽어가는 데 대한 어떤 보상 없이 도덕법칙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사실 인간의 도덕성이라는 게 착한 사람은 못살고 나쁜 놈들은 배 터지게 잘 살고 하는 이율배반적인 문제를 포함하고 있게 마련이거든요. 그 다음 구절로 넘어가죠.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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