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그리기엔 부족하기에 시로 썼네
1. 강극성(姜克誠)의 「호당조기(湖堂朝起) / 호정조기우음(湖亭朝起偶吟)」
江日晩未生 蒼茫十里霧 | 강의 해 늦도록 솟질 않고 아득히 십리까지 뻗힌 안개. |
但聞柔櫓聲 不見舟行處 | 다만 부드러운 노 젓는 소리 들리나, 배 가는 곳 보이질 않누나. |
1) 한강 동호의 정자에서 쓴 시로 홍만종(洪萬鍾)은 『소화시평(小華詩評)』 권상 94에서 처음에 이 시가 왜 좋은지 몰랐다고 직접 경험한 후에는 달라졌다고 함[余初咀嚼不識其味. 嘗寓江亭, 一日早起開窓, 大霧漫空. 朝日韜輝, 不識行舟, 但聞戞軋之聲, 始覺其說景逼眞].
2) 청(淸) 문인 심덕잠(沈德潛)은 『명시별재(明詩別裁)』에 「원포귀범(遠浦歸帆)」를 소개하며 ‘煙昏不見人, 隱隱數聲櫓’와 함께 새벽풍경을 표현한 것이 모두 그림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이다고 평함.
煙昏不見人 隱隱數聲櫓 | 안개낀 저녁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은은히 여러 번의 노 젓는 소리만 들려오네. |
3) 그림으론 안개만 그리게 되나, 시는 보이지 않는 것도 그려낼 수 있음.
2. 이숭인(李崇仁) 「신설(新雪) / 어득전송 실기편제(得於傳誦 失其篇題)」
蒼茫歲暮天 新雪遍山川 | 아득한 세모의 하늘, 새눈이 산천을 뒤덮으니, |
鳥失山中木 僧尋石上泉 | 새는 산 속에서 나무를 잃었고 스님은 돌 속의 샘을 찾아 헤매네. |
飢烏啼野外 凍柳臥溪邊 | 주린 까마귀는 들 밖에서 울고 언 버드나무는 시냇가에서 누워있구나. |
何處人家在 遠林生白煙 | 어느 곳에 인가가 있는지 먼 수풀에서 흰 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네. |
1) 수련에서 흰색만 그려짐 ⇒ 3구에선 검은 점 하나가 찍힘(烏) ⇒ 4구와 6구에선 바로 그 아래쪽에 검은 점 두 개가 찍힘.
2) 경련에선 배고파 날아다니는 까마귀와 눈 무게로 둥치가 꺾인 버드나무가 보임으로 구체적 형상이 노출됨.
3) 미련에서 숲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두어 추운 감정에 눌린 마음을 훈훈하게 달래주며 마침.
4) 눈 밟는, 물 길러가는 스님의 발자국 소리, 돌 틈으로 샘솟는 물소리, 까마귀 울음소리, 간밤의 버드나무 부러지는 소리가 시에는 담김.
3. 그림에 비해 시가 나은 점
1) 그림은 많은 말을 할 수 없지만 시는 그림이 말하지 못한 것을 말함.
2) 그림이 만들어낼 수 없는 음향효과를 함께 느낄 수 있음.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