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배우는 자의 자세, 배운 걸 잃을까 두려워하라
子曰: “學如不及, 猶恐失之.”
言人之爲學, 旣如有所不及矣, 而其心猶竦然, 惟恐其或失之, 警學者當如是也.
○ 程子曰: “學如不及, 猶恐失之, 不得放過. 纔說姑待明日, 便不可也.”
해석
子曰: “學如不及, 猶恐失之.”
공자께서 “배워서 미치지 못한 듯이 하고 오히려 그것을 잃을까 두려워하라.”라고 말씀하셨다.
言人之爲學, 旣如有所不及矣,
‘사람이 배움에 이미 미치지 못할 듯이 여기면서
而其心猶竦然,
그 마음에 오히려 두려워하고
惟恐其或失之,
오직 그것을 혹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니,
警學者當如是也.
배우는 자는 마땅히 이와 같이 해야 함을 경계하신 것이다.’라는 말이다.
○ 程子曰: “學如不及,
정이천이 말했다. “배워서 미치지 못한 듯이 하고
猶恐失之, 不得放過.
오히려 그것을 잃을까 두려워하여 놓쳐버리지 않게 해야 한다.
纔說姑待明日, 便不可也.”
겨우 짐짓 내일을 기다리겠다고 말하면 그것은 옳지 않은 것이다.”
○ 공자가 배움의 자세에 대해 말한 이 구절은 ‘논어’의 ‘태백(泰伯)’에 들어 있다. 학문의 적극적 태도를 말했다고 흔히 풀이한다. 하지만 정조대왕은 한 강의에서 “군자가 학문을 하는 방도는 반드시 한 과정을 채운 뒤에 전진하는 것을 귀히 여겨야 하고 등급을 뛰어넘는 것을 가장 꺼려야 한다. 만일 여불급(如不及)을 마음에 두고 오로지 진취(進取)할 생각만 한다면 그 말류의 폐단이 과연 송(宋)나라 사람이 벼 싹을 뽑아 놓고 말라버리지 않을까 근심하는 것 같은 일이 없을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학여불급(學如不及)에서는 학(學)자 뒤에 작은 휴지가 있다. 여불급(如不及)은 마치 미치지 못하지나 않을까 여기듯이 한다는 말이다. 도망가는 자를 쫓아가되 미치지 못할까 여기듯 한다고 풀이한 설도 있다. 정약용은 길 가는 행인이 고향 관문에 행여 못 미칠까 달려가는 심정이 꼭 이러하다고 했다. 유(猶)는 ‘그런데도 또한’의 뜻이다. 실지(失之)의 지(之)는 이미 배운 학(學)이나 학문의 목표를 가리킨다. 유공실지(猶恐失之)에 대해 옛 주석은 외부로부터 받아들인 학문을 숙달해서 오래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았다. 그러나 정약용은 얻은 것을 잃을까 근심하지 않고 도를 향하여 가되, 앞에 있는 귀중한 보배를 다른 사람이 먼저 가져갈까 두려워하는 마음처럼 애태우는 것이라고 보았다.
공부는 한 과정을 다 채운 뒤에야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작은 성취에 안주하는 일도 또한 경계해야 한다. ‘옹야(雍也)’에서 염유(冉有)가 “저는 선생님의 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지만 힘이 부족합니다[非不說子之道, 力不足也].”라고 했을 때, 공자는 “힘이 부족한 자는 가다가 쓰러져 어쩔 수 없이 그만두는 법이다. 지금 너는 금을 긋고 있다[力不足者, 中道而廢. 今女畫].”라고 했다. ‘금여획(今汝劃)’이라고 꾸짖는 음성이 여기서도 울려나온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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