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공자는 널리 배워 위대하나, 한 분야에 이름을 날리질 못했다
達巷黨人曰: “大哉孔子! 博學而無所成名.”
達巷, 黨名. 其人姓名不傳. 博學無所成名, 蓋美其學之博而惜其不成一藝之名也.
子聞之, 謂門弟子曰: “吾何執? 執御乎? 執射乎? 吾執御矣.”
執, 專執也. 射御皆一藝, 而御爲人僕, 所執尤卑. 言欲使我何所執以成名乎? 然則吾將執御矣. 聞人譽己, 承之以謙也.
○ 尹氏曰: “聖人道全而德備, 不可以偏長目之也. 達巷黨人見孔子之大, 意其所學者博, 而惜其不以一善得名於世, 蓋慕聖人而不知者也. 故孔子曰, ‘欲使我何所執而得爲名乎? 然則吾將執御矣.’”
해석
達巷黨人曰: “大哉孔子! 博學而無所成名.”
달항당의 사람이 “위대하구나 공자여! 널리 배웠지만 한 분야에서 이름을 이루진 못했구나!”라고 말했다.
達巷, 黨名.
달항(達巷)은 당명이다.
其人姓名不傳.
그 사람의 성명은 전하지 않는다.
博學無所成名,
박학무소성명(博學無所成名)은
蓋美其學之博而惜其不成一藝之名也.
대저 그 배움이 넓음을 찬미하지만 그 한 가지 재주의 이름을 이루지 못함을 애석히 여긴 것이다.
子聞之, 謂門弟子曰: “吾何執? 執御乎? 執射乎? 吾執御矣.”
공자께서 그것을 들으시고, 문하의 제자들에게 “내가 무엇을 전공으로 할까? 수레몰이를 전공으로 할까? 활쏘기를 전공으로 할까? 나는 수레몰이를 전공으로 하겠다.”라고 말씀하셨다.
執, 專執也.
집(執)은 전적으로 잡는 것이다.
射御皆一藝,
활쏘기와 수레몰이는 다 하나의 재주인데,
而御爲人僕, 所執尤卑.
수레몰이는 남의 종이 되는 것이니 잡는 것이 더욱 비천하다.
言欲使我何所執以成名乎?
나에게 어떤 것을 전적으로 잡아 이름을 이루려 하는가?
然則吾將執御矣.
그렇다면 나는 장차 수레몰이를 전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聞人譽己, 承之以謙也.
사람들이 자신을 칭찬하는 것을 듣고 겸사로 받은 것이다.
○ 尹氏曰: “聖人道全而德備,
윤순(尹淳)이 말했다. “성인의 도는 온전하고 덕은 갖춰져
不可以偏長目之也.
치우친 장점으로 그것을 지목할 수 없다.
達巷黨人見孔子之大, 意其所學者博,
달항당의 사람은 공자의 위대함을 보고 ‘배운 것은 넓지만
而惜其不以一善得名於世,
하나의 좋은 것으로 세상에 이름을 얻지 못했으니 아쉽다’라고 생각하였으니,
蓋慕聖人而不知者也.
대저 성인을 사모하지만 알지는 못하는 사람이었다.
故孔子曰, ‘欲使我何所執而得爲名乎?
그렇기 때문에 공자가 ‘나에게 어떤 것을 전적으로 잡아 이름을 이루려 하는가?
然則吾將執御矣.’”
그렇다면 나는 장차 수레몰이를 전적으로 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 ‘논어’ ‘자한(子罕)’의 이 장(章)은 공자의 온화하면서 유머러스한 태도를 눈에 보듯 그려냈다. 달항(達巷)이라는 마을의 사람이 공자를 두고 박학하지만 어느 한 가지도 이름이 난 것이 없다고 애석해했다. 공자는 그 말을 전해 듣고 제자들에게 위와 같이 겸손하게 말했다. 퇴계 이황이 말했듯이 한가하게 제자와 이야기를 주고받은 한수작처(閑酬酢處)다.
오(吾)는 일인칭으로, 오(吾) 이하는 모두 공자의 말이다. 잡을 집(執)은 전문적으로 하는 일을 뜻한다. 집(執)은 본래 두 손에 형벌의 도구인 칼을 씌운 모습으로 죄인을 붙잡는다는 뜻이었다. 뒤에 잡는다는 뜻이 되고 집행(執行), 집무(執務)의 뜻으로 됐다. 하집(何執)은 목적어가 의문사 하(何)이기 때문에 목적어를 앞으로 도치시켰다.
어(御)는 옛 사람이 익힌 육예(六藝) 가운데 하나로, 수레 모는 기술을 말한다. 사(射)도 육예의 하나다. 육예(六藝)란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를 말한다. 호(乎)는 의문종결사로 ∼호(乎), ∼호(乎)의 문장은 이럴까 저럴까 선택을 청하는 어조를 지닌다. 오집어의(吾執御矣)의 의(矣)는 결정의 어조를 나타낸다. ‘나는 말 모는 일을 잡으리라’라는 말은 ‘육예(六藝)에서도 가장 간단한 일이나 전문적으로 해 보련다’는 뜻이다. 혹자는, 달항 사람이 공자의 박학을 칭송하자, 공자가 성인은 도덕을 모두 갖추었으므로 어느 하나만으로 훌륭하다고 지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풀이한다. 만일 그렇다면 공자의 겸손함을 찾아볼 수 없다.
말 모는 일이나 전문으로 하겠다는 말은 겸사(謙辭)이기는 하지만, 어디이건 도(道) 없는 곳이 없음을 밝힌 것이기도 하다. 도(道)는 요원한 곳에 있지 않다. 육예(六藝)로 대표되는 일상의 기예 속에 도(道)가 들어 있다. 나는 어디서 도(道)를 찾으려 하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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