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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논어한글역주, 자한 제구 - 2. 공자는 널리 배워 위대하나, 한 분야에 이름을 날리질 못했다 본문

고전/논어

논어한글역주, 자한 제구 - 2. 공자는 널리 배워 위대하나, 한 분야에 이름을 날리질 못했다

건방진방랑자 2021. 6. 2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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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공자는 널리 배워 위대하나, 한 분야에 이름을 날리질 못했다

 

 

9-2. 달항당(達巷黨)의 사람이 말하였다: “위대하십니다. 우리 공자님! 그렇게 넓도록 배우셨어도 한 가지로 이름을 날리지는 않으셨으니!”
9-2. 達巷黨人曰: “大哉孔子! 博學而無所成名.”
 
공자가 후에 이 말을 들으시고 문하(門下)의 제자들에게 일러 말씀하시었다: “내가 무엇을 전공으로 삼을꼬? 말몰이를 전공할까? 활쏘기를 전공할까? ~ 나는 역시 말몰이를 전공삼아 이름을 날리고 싶다.”
子聞之, 謂門弟子曰: “吾何執? 執御乎? 執射乎? 吾執御矣.”

 

나는 어려서부터 무예를 익혔다. 그런 연고로 전신이 유도대학이었던 용인대학교에서 무술철학을 두 해 강의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최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우리나라 무예의 고수들이 총집결한 한국무예포럼의 주제강 연을 하기도 했다2008. 6. 10. 패널리스트: 김재일, 나영일, 서인선, 이진수, 허일웅. 나는 배움에 있어서 상무정신(尙武情神)을 매우 중시한다. 우리 민족에게서 상무의 정신이 하락하면 태백산 신시(神市)의 기백이 하락하는 것이요, 화랑(花郞)의 기풍이 쇠락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평화를 사랑하려면 반드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누누이 강조했지만 공자시대에는 문()과 무()의 구분이 없었다. 문관과 무관의 구분은 한대 이후에나 실제로 의미를 갖는 것이다. 따라서 배움이란 문과 무를 같이 익히는 것이다. 공자의 장끼는 문(: 문자의 세계)에 있었겠지만, 그는 무사의 아들이었고 또 무사로서 모든 자격을 갖춘 거구의 인물이었다.

 

()500가호의 마을을 말하는 것이요, ‘달항(達巷)’은 그 당의 이름이지만 정확히 어느 지역인지는 모른다. 그리고 달항당의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다성이 항(), 이름이 탁(), 혹은 탁()이라는 설이 후대 진()나라 황보밀(皇甫謐)고사전(高士傳)에 실려있다. 그런데 달항의 사람이 한 얘기는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는 무소성명(無所成名)’을 아예 도가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렇게 넓게 공부하셨어도 근본적으로 이름을 휘날리지 않는다. 즉 무명(無名) ()의 혼일(渾一)한 덕성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어차피 이름이 난 구체적 인간이었으므로 그런 찬사는 좀 어색하다. 그렇다면 고주의 표현대로 불성일명(不成一名)’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한 가지의 기예로써 이름을 휘날리지는 못했다는 뜻이니 약간 비꼬는 듯한 어조가 숨어있다. 이 어조를 공자는 알아차린 것이다. “그래 맞았다! 내가 문자공부만 하다 보니깐, 무예에 좀 소홀했나보다. 근데 말야! 난 원래 무예에도 밝은 사람이거든! 그래? 지금이래도 무술공부 해야겠다. 뭘 전공할까? 말몰이를 할까? 활쏘기를 할까? 그래도 내 적성엔 말몰이가 맞아. 좋지! 지금이래도 말몰이로 한번 이름을 휘날리리라!” 분명 귀로 후의 말년 공자의 자술일 것이다. 끊임없이 새롭게 공부하려는 의욕을 갖춘 공자의 모습을 감동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공부하겠다고 하고 대뜸, 말몰이ㆍ활쏘기를 운운한 것은, 당시 선비라면 당연히 국방의무가 있고, 국방의무란 구체적으로 전쟁에 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당시 제후국이란 희랍의 폴리스와도 같은 전쟁국가들이었다. 그런데 당시 전쟁은 주로 전차전이었다. 아직 기병의 개념이 생기기 이전이었다. 대규모 기병전은 알렉산더대왕의 동방원정(東方遠征)을 기점으로 하는 것이고, 기병의 개념은 그 이후에나 중국에도 전해지게 된 것이다. 전차 하나를 보통 4마리의 말이 끈다. 말몰이가 한 명, 그리고 양쪽으로 두 사람의 전투인원이 올라타는데, 이들은 활이나 모()ㆍ과()ㆍ칼 등의 다양한 무기를 동원하여 싸운다. 여기서 어() 전차몰이를 말한다. 서양의 히포드럼(hippodrome)대전차경기장, 그 최대의 경기장이 예수도 자주 다닌 레바논 두로(Tyre)에 있는데 2008년 봄에 가 보았다 경주, 그러니까 영화 벤허에 나오는 전차(chariot)몰이의 경기도 결국 여기서 공자가 말하는 어()의 대결이다. 우리가 육예(六藝)를 고전의 커리큘럼으로 항상 말하면서, 그 중에 둘이 활쏘기, 전차몰이라는 것을 망각하기 쉽고, 더구나 어()가 정확하게 벤허의 한 장면이라는 것을 연상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나라 무술계의 사람들과 만나 정담을 나눌 때면 바로 이 장을 즐겨 인용한다. 서생(書生)으로서의 공자만을 생각하지 말고, 전차를 모는 벤허와 같은 공자상을 21세기에는 제대로 복원시켜야 할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 각종 무술도장을 우리나라 국민 육예교육(六藝敎育)의 훌륭한 장으로서 새롭게 인식하고, 그들에게 정책적인 지원이나 이론 적 관심을 기울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자(門弟子)’라는 표현은 이 장과 8-3에만 나오고 있다. ‘문인(門人)’이라는 표현은 4-15, 7-28을 비롯하여 여러 군데 나오고 있다.

 

 

달항(達巷)’은 당(: 지역 단위)의 이름이다. 그 사람은 성과 명은 전하지 않는다. ‘박학이무소성명(博學而無所成名)’이라고 한 것은 대저 그 배움의 넓음은 찬미했으나, 하나의 기예에 있어서 탁월하게 일가(一家)의 이름을 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어조가 섞여있다.

達巷, 黨名. 其人姓名不傳. 博學無所成名, 蓋美其學之博而惜其不成一藝之名也.

 

()’ 무엇 하나를 오로지 잡는다(전공한다)는 뜻이다. ‘()’()’가 모두 하나의 기예인데, 말몰이는 타인을 위해 종노릇하는 것이므로沃案. 희는 잘못 생각하고 있다. 송대의 관념으로 승객을 위한 종노릇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전차라는 것을 망각했다, 그 잡음이 더욱 비천하다. 그런데도 나로 하여금 무엇을 잡게 하여 이름을 날리게 한다면 장차 말몰이를 하겠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당신을 칭찬하는 것을 들으시고 겸사로써 받으신 것이다.

, 專執也. 射御皆一藝, 而御爲人僕, 所執尤卑. 言欲使我何所執以成名乎? 然則吾將執御矣. 聞人譽己, 承之以謙也.

 

 

주희는 근본적으로 당시 상황의 리얼리티를 망각하고 있다. 공자는 겸손을 떤 것이 아니라, 실제로 무인으로서 자기의 역량을 한번 다시 과시해보고 싶은 순수한 배움의 열정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송대의 사대부는 이미 문ㆍ무가 완벽히 구분되고 격절되어, 공자가 무()의 달인이라는 것, 그의 일상생활의 상식적 측면이 무()였다는 것을 리얼하게 느낄 길이 없었다. 송나라 도학의 한계를 여기서 절감한다. 이러한 송학의 한계가 우리나라 조선조 사대부의 그릇된 선비관념을 형성시켰고, 그것이 이순신 같은 인물이 선비로서 응분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곤욕된 삶의 역정을 걸어가야만 했던 원인이 된 것이다.

 

 

윤언명이 말하였다: “성인의 도는 온전하고 덕은 구비되어 있으므로, 하나의 특별히 잘하는 것을 가지고 그것을 지목하는 것은 곤란하다. 달항당의 사람은 공자의 거대함을 목격하고, 그 배운 것이 드넓기는 하지만 하나의 특기를 가지고 세상에 이름을 휘날리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으니, 이는 대저 성인을 흠모하기만 하고 제대로 알지는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로 하여금 무엇인가를 전공하여 이름을 얻게 하려 한다면 나는 말몰이를 전공 하리로라, 하신 것이다.”

尹氏曰: “聖人道全而德備, 不可以偏長目之也. 達巷黨人見孔子之大, 意其所學者博, 而惜其不以一善得名於世, 蓋慕聖人而不知者也. 故孔子曰, ‘欲使我何所執而得爲名乎? 然則吾將執御矣.’”

 

 

달항당인의 지적은 매우 당연한 당시 사람들의 상식에 기초하고 있다. 공자 정도의 박학하고 위대한 인물이라면 당연히 무예에 있어서도 출중한 측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한 당대의 평상적 인식을 표출한 것뿐이다. 구구하게 달항당인을 비판하고 공자를 변명케 하려는 모든 주석이 금()으로써 고()를 왜곡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인용

목차 / 전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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