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건빵이 한시특강을 듣는 이유
최근에 ‘킹덤’이란 드라마가 방영되었는데 거기서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 측에서는 어느 것도 건드리지 않았다. 뭘 하든, 뭘 얼마만큼 죽이든 가만히 내버려 두더라’라는 내용으로 인터뷰를 했었다.
▲ 외국자본을 투자 받아 한국형 좀비 드라마를 만들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찾듯, 건빵은 한시특강을 듣네
거기엔 ‘우리가 이미 당신의 실력을 알고 모신 만큼 맘껏 기량을 펼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처럼 자신의 기량이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할 수 있는 용기’, ‘실패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 나온다. 해리포터의 작가 j.k 롤링은 아예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실패를 많이 해보라. 그게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말할 정도이니, 무작정 해보는 도전정신이 있다면 우린 크게 박수를 쳐줄 일이다. 해봐야 어떤 것이든 변하며 심지어 나 자신도 변할 수 있다. 그 변화 속에 가능성이 싹트게 되니 뚜벅뚜벅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결과에 연연해하지 말고 해볼 뿐이다.
수요일이면 ‘소화시평’ 스터디가 있는 날인데, 이날은 특이하게도 7시부터 김형술 교수님의 특강이 잡혀 있다고 스터디 대신에 그걸로 대신한다는 카톡이 왔다. 그렇지 않아도 몇 달 전에 교수회의 때 김형술 교수의 특강이 있다는 현수막을 보고 가보고 싶긴 했었는데, 이런 식의 기회가 주어지니 어찌 가지 않을 수 있으랴. 과연 어떤 분들이 오시는지, 그리고 그 자리에서 교수님은 어떤 이야기들을 한껏 풀어내실지 기대가 됐다.
서울에 있을 땐 이런 저런 특강을 많이 찾아다니긴 했지만, 이렇게 다시 임용을 시작하면서는 처음으로 특강을 듣게 되는 셈이다. 거기다가 지금까진 그저 북 콘서트나 교직생활 관련 특강이 주였다면, 최초로 나의 전공과 관련 있는 특강을 듣게 되는 것이다. 7시에 시작하기에 6시 50분에 노트북을 챙기고 강의실로 들어섰다.
▲ 실패로 인해 기고만장한 삶이 아닌 어우러져 사는 삶을 살게 됐다는 축사가 와 닿는다.
한시특강을 들으러 온 사람들
강의실에 들어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이가 꽤 있으신 분들이 자리에 앉아 있어서 ‘과연 이건 무슨 조합일까?’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이 수업을 기획하신 분이 다가오신다. 그러면서 어떻게 오셨냐고 묻기에, 강의를 들으러 왔다고 하니, 이름을 적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을 적고 나서 살펴보니 여느 연수회장에 갈 때처럼 그 옆엔 김밥과 간식, 음료수가 비치되어 있었다.
지금 하는 수업은 ‘온다라 인문 아카데미’라고 전주에 사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주대에서 여는 특강이었던 것이었다. 이렇게 이 강의의 분위기가 이해가 되니 맘이 편해지더라. 그러면서 기획자가 “저녁 안 드셨죠?”라고 물어보고선 김밥을 손수 가져다준다. 이런 친절은 과해도 좋답니다^^;; 에듀니티에서 들었던 강의 때도 그랬지만 강의 내용만큼이나, 이렇게 간식이 가득 쌓여 있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금강산만 식후경이 아니라 배움도 배가 어느 정도 채워져야 더 듣고 싶고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난다. 그러니 간단하게 배부터 채우고 본격적으로 강의를 들을 채비를 했다.
▲ 역시 강의엔 먹을 게 있어야 해.
전공자가 들으니 더욱 유익했던 한시 특강
7시가 되어 형술쌤도 들어오셨다. 그러고 보니 형술쌤도 이분들과는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는 거다. 어색한 게 너무도 당연한 상황에서 어떻게 이 특강을 이끌어갈까 무척이나 흥미진진했다.
형술쌤이 준 프린터에는 원문과 번역이 모두 실려 있는 친절한 안내서였다. 나처럼 전공자에겐 원문과 해석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자상함이 있었고, 한문을 모르는 사람에겐 해석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한시의 미감을 맘껏 맛볼 수 있는 친절함이 있었다.
이번 강의의 주제는 ‘조선 후기 한시 쇄신의 방향과 주자학’이라는 비전공자에겐 무척이나 난해하여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주제였다. 하지만 나처럼 전공자에겐 소화시평 스터디 때 살짝살짝 들었던 내용을 ‘문학사적인 흐름과 그 흐름 속에 어떻게 분화되어 조선시가 창작될 수 있게 되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게 하는 유익한 주제였다. 그리고 『우리 한시를 읽다』라는 책을 읽으며 어렴풋하게 이해했던 한시의 흐름을 이 강의를 통해 더욱 분명하게 정의할 수 있게 됐다. 일에 선후라는 건 없지만, 어쨌든 과거의 경험들은 지금의 경험을 좀 더 폭넓게 정의하고 이해하게 하는 데에 크나큰 역할을 하는 건 분명했다.
▲ 이제 본격적으로 강의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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