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 황정욱의 시권에 쓴 서문
제황지천시권서(題黃芝川詩卷序)
허균(許筠)
蓋余少日及見芝川翁, 其持論甚倨, 談古今文藝, 少所許, 而至我國詩則尤不齒論. 如容齋而目爲太腴, 李達而指爲模擬, 其下槪可知矣. 唯推朴訥齋祥, 爲不可及, 而湖陰ㆍ蘇齋稍合作家. 余聞而心駭, 浩如睇河漢, 不可測其深涯也.
然私竊記之, 公歿, 遺文不可槪見, 每置恨也, 而疑其所述果合於所論否.
余友趙持世裒其近律百餘篇, 余始寓目, 則其矜持勁悍, 森邃泬寥, 寔千年以來絶響. 覈所變化, 蓋出於訥齋, 而出入乎盧ㆍ鄭之間, 殆同其派而尤傑然者. 余得此, 始知其所論果合於所著述, 而不爲空言也. 噫! 其异哉.
嗚呼! 使數公生於海內, 則其所造詣, 豈在於北地ㆍ濟南ㆍ太倉之下. 而不幸生於下國, 不克充其才, 又不能名於天下後世, 湮沒不傳, 惜哉!
公諱廷彧, 字景文, 事穆陵, 以光國元勳階一品. 嘗典文柄, 蘇相寔推轂之也. 以從王子陷賊不能死, 被譴削官而卒. 芝川其自號也. 『惺所覆瓿稿』
해석
황정욱의 당대 작가 비평
蓋余少日及見芝川翁, 其持論甚倨,
대개 내가 젊었을 때 지천 황정욱 옹을 뵙게 되었는데, 지론이 심히 거만하고,
談古今文藝, 少所許,
고금의 문장과 예술을 얘기함에 괜찮다고 하는 것이 적었으며,
而至我國詩則尤不齒論.
조선의 시에 이르러선 더욱 칭찬하질【치아여론(齒牙餘論): 입을 따라 칭찬하는 말[隨口稱譽的話]】 않았다.
如容齋而目爲太腴,
용재 이행 같은 경우는 너무 느끼하다고 지목하고,
李達而指爲模擬,
이달 같은 경우는 모의하였다고 지목했으니,
其下槪可知矣.
그 아래 등급은 대체로 알 만하다.
唯推朴訥齋祥, 爲不可及,
오직 눌재 박상만을 추앙하여 미칠 수 없다고 하였고
호음과 소재는 다소 작가에 부합하다고 하였다.
余聞而心駭, 浩如睇河漢,
내가 듣고선 마음으로 놀랐으며 넓음이 황하와 한수를 보는 것 같아서
不可測其深涯也.
깊이와 한계를 헤아릴 수 없었다.
지천옹이 돌아가신 후 그의 문집을 보고 그의 평가의 예리함을 새삼 느끼다
然私竊記之, 公歿,
그러나 사적으로 몰래 그것을 기억하였고 공께서 돌아가시자
遺文不可槪見, 每置恨也,
남은 문집을 대강이라도 훑어볼 수 없어 늘 한으로 두었으며
而疑其所述果合於所論否.
지은 것이 과연 논의한 것과 합당한지 의심했었다.
余友趙持世裒其近律百餘篇,
나의 벗인 조지세가 근체 율시 백여 편을 모았기에
余始寓目,
나는 처음으로 눈으로 보게 되었으니,
則其矜持勁悍, 森邃泬寥, 寔千年以來絶響.
긍지가 있고 굳세며 웅숭깊고 드넓음은 천년 이래 뛰어난 울림이다.
覈所變化, 蓋出於訥齋,
변화된 것을 따져보면[覈實] 대체로 눌재에게서 나와,
而出入乎盧ㆍ鄭之間, 殆同其派而尤傑然者.
노수신과 정사룡 사이에 출입하여 대개 흐름은 같지만 더욱 우뚝한 사람이다.
余得此, 始知其所論果合於所著述,
내가 이것을 얻고선 처음으로 논의한 것이 과연 저술한 것에 합당하여
而不爲空言也. 噫! 其异哉.
빈 말이 아님을 알았으니, 아! 기이하구나!
뛰어난 이들이 중국에서 태어났다면 맘껏 재주를 펼쳤을 텐데
嗚呼! 使數公生於海內, 則其所造詣,
아! 이 몇 분이 중국에서 태어났더라면
豈在於北地ㆍ濟南ㆍ太倉之下.
어찌 북지 이몽양과 제남 이반룡과 태창 왕세정 아래에 있었겠는가.
而不幸生於下國, 不克充其才,
불행히 작은 나라에서 태어나 타고난 재주를 채울 수 없었고,
又不能名於天下後世, 湮沒不傳, 惜哉!
또한 천하 후세에 이름날 수 없어 사라져 전하지 않게 됐으니 슬프구나!
황정욱에 대한 상세 정보
公諱廷彧, 字景文,
공의 휘는 정욱이고 자는 경문이며
事穆陵, 以光國元勳階一品.
선조를 섬겨 광국원훈(光國元勳)으로 1품에 올랐다.
嘗典文柄, 蘇相寔推轂之也.
일찍이 대제학을 맡았는데, 소세양 정승이 뒤에 밀어준 것이었다.
以從王子陷賊不能死,
왕자를 따름으로 적에게 잡히고도 죽을 수 없었기 때문에,
被譴削官而卒.
견책을 받아 관직을 삭탈 당하고서 죽었다.
芝川其自號也. 『惺所覆瓿稿』
지천은 자호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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