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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28. 소나무에 담은 문인의 가치와 문학의 위대성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28. 소나무에 담은 문인의 가치와 문학의 위대성

건방진방랑자 2021. 10. 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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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에 담은 문인의 가치와 문학의 위대성

 

 

그렇다면 소화시평권하 28에 나온 이 시는 과연 정말 그렇게까지 추앙을 받을 만한 작품일까?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이 시를 짓게 된 모티프는 물가에 잠긴 소나무에 있다. 과연 이런 광경을 보고 홍만식은 어떤 시를 썼을까?

 

 

高直千年幹 臨溪學老龍 고상하고 곧은 천년의 가지, 시내를 굽어보며 늙은 용을 배웠구나.
蟠根帶流水 似欲洗秦封 서린 뿌리를 흐르는 물로 둘렀으니 진나라에 봉해진 소나무 씻겨주려는 듯.

 

1구 자체는 매우 평범하다. 물가에 잠긴 소나무를 칭송하는 말로 포문을 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2구에선 확 전환되어 소나무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투영한다. 소나무가 물을 굽어보며 노룡을 배웠구나라고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을 하니 말이다. 갑자기 등장한 노룡이란 소재는 얼핏 보면 너무나 생뚱맞아 도대체 뭘 얘기하고 싶은 거지?’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하지만 그 해답은 바로 3구에 나온다. 물속에 엉겨 있는 뿌리의 모습이 마치 용이 똬리를 튼 것처럼 보였기에 그런 과감한 묘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실상 그 뿌리는 물속에 잠겨 있는 것임에도 홍만식은 관점을 바꾼다. 바로 뿌리를 물이 애써서 에워싸고 있는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문학작품에서 흔히 등장하는 과장법인데 이럴 때 분명한 건 사실이 뭐냐?’라는 게 아니라, ‘그런 과장법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어냐?’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시에서 가장 중요한 구절은 바로 4구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물은 이 소나무가 진시황이 봉해준 소나무로 생각하여 그 더러운 오욕을 이 물로 씻어 내기 위해 둘렀다고 본 것이다. 진나라 당시에 봉선제(封禪祭)를 지낼 때 갑자기 비가 내려 진시황은 소나무 밑에서 비를 피했고, 그래서 소나무에게 작위를 내려줬다는 이야기를 끌어온 것이다. 그 당시엔 진시황에 봉해진 소나무는 영예스러운 것이었겠지만, 지금의 진시황은 폭군이자 분서갱유를 일으킨 문화말살의 대표주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에게 봉해졌으니 그것이야말로 치욕 중에 상 치욕이니 소나무를 에워싼 물은 그런 소나무의 치욕스런 역사를 씻어 내주기 위해서라고 본 것이다.

 

20글자의 한시에 이런 역사적인 맥락, 그리고 소나무에 담은 문화의 가치와 보존에 대한 항변을 그 자리에 함께 참여한 시인들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더 이상 다른 말을 덧붙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붓을 던지고 내가 졌소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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