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기녀들의 무덤, 선연동
嬋姸洞, 在箕城七星門外, 卽葬妓之處也. 有若唐之宮人斜, 騷人過此者, 必有詩.
坡潭尹繼先詩曰: “佳期何處又黃昏, 荊棘蕭蕭擁墓門. 恨入碧苔纏玉骨, 夢來朱閣對金樽. 花殘夜雨香無迹, 露濕春蕪淚有痕. 誰識洛陽遊俠客, 半山斜日弔芳魂.”
權石洲亦有一絶曰: “年年春色到荒墳, 花似殘粧草似裙. 無限芳魂飛不散, 秪今爲雨更爲雲.”
尹詩雖不及石洲, 而音韻亦覺瀏瀏. 但夢字未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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余按『小華詩評』, “尹詩不及石洲”云者, 蓋以石洲優入化境, 坡潭詩特輕俊耳. - 金漸, 『西京詩話』
해석
嬋姸洞, 在箕城七星門外,
선연동은 기성(평양) 칠성문(을밀대) 밖에 있으니
卽葬妓之處也.
곧 기녀들을 장례지내는 곳이다.
有若唐之宮人斜,
당나라의 궁인야【궁인야(宮人斜): 고대 궁인들의 묘지[古代宮人的墓地]】와 비슷한 곳으로,
騷人過此者, 必有詩.
시인들이 이곳을 지나면 반드시 시를 지었다.
坡潭尹繼先詩曰: “佳期何處又黃昏, 荊棘蕭蕭擁墓門. 恨入碧苔纏玉骨, 夢來朱閣對金樽. 花殘夜雨香無迹, 露濕春蕪淚有痕. 誰識洛陽遊俠客, 半山斜日弔芳魂.”
파담 윤계선이 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佳期何處又黃昏 | 아름다운 기약은 어디에 두고 또 황혼이런가. |
荊棘蕭蕭擁墓門 | 가시나무 쓸쓸히 무덤 문을 에워쌌구나. |
恨入碧苔纏玉骨 | 한이 서린 푸른 이끼는 옥 같은 뼈를 감쌌건만, |
夢來朱閣對金樽 | 꿈결에 온 붉은 누각에서는 금 술잔을 마주하네. |
花殘夜雨香無迹 | 밤비에 꽃이 져서 향기 자취도 없고 |
露濕春蕪淚有痕 | 봄밭은 이슬에 젖어 눈물 자욱 남았구나. |
誰識洛陽遊俠客 | 누가 알았으랴. 한양의 유협객이 |
半山斜日弔芳魂 | 산 중턱 석양 속에 꽃다운 넋을 조문할 줄을. |
權石洲亦有一絶曰: “年年春色到荒墳, 花似殘粧草似裙. 無限芳魂飛不散, 秪今爲雨更爲雲.”
석주 권필 또한 「선연동(嬋娟洞)」이란 한 절구가 있으니, 다음과 같다.
年年春色到荒墳 | 해마다 봄빛이 황량한 무덤에 찾아오면, |
花似殘粧草似裙 | 꽃은 남은 화장인 듯, 풀은 치마인 듯. |
無限芳魂飛不散 | 무한한 꽃다운 넋들이 흩어지지 않아서 |
秪今爲雨更爲雲 | 다만 지금은 비가 되었다가 다시 구름이 되었다가. |
尹詩雖不及石洲,
윤계선의 시는 비록 석주의 시에 미치지 못하지만
而音韻亦覺瀏瀏.
음운이 또한 청명하다는 걸 알겠다.
但夢字未妥.
다만 ‘몽(夢)’이란 글자는 타당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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余按『小華詩評』,
내가 『소화시평』을 살펴보니,
“尹詩不及石洲”云者,
‘윤계선의 시는 비록 석주의 시에 미치지 못한다’라고 말한 것은
蓋以石洲優入化境,
대체로 석주의 시는 넉넉하게 최고의 경지에 들어갔지만
坡潭詩特輕俊耳. - 金漸, 『西京詩話』
파담의 시는 다만 재주만 뛰어나고 경솔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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