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시인(詩人)과 시(詩): 기상론(氣象論) - 8. 강아지만 반기고② 본문

카테고리 없음

한시미학산책, 시인(詩人)과 시(詩): 기상론(氣象論) - 8. 강아지만 반기고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6. 19:29
728x90
반응형

8. 강아지만 반기고

 

 

꼴도 보기 싫던 그때와 꼴조차 안 보여주려던 오늘

 

낙제하고 보니 제일 견디기 어려운 것이 아내의 냉대이다. 당나라 때 두고(杜羔)가 과거에 낙방하고 집에 돌아가려 하자, 그 아내가 시를 지어 보냈다.

 

良人的的有奇才 낭군께선 우뚝한 재주를 지니시곤
何事年年被放廻 무슨 일로 해마다 낙제하고 오십니까?
如今妾面羞君面 이제는 님의 낯을 뵙기 부끄러우니
君到來時近夜來 오시려든 밤중에나 돌아오시소.

 

이건 숫제 협박이나 진배없다. 누구는 떨어지고 싶어서 떨어졌느냔 말이다. 한낮에 말고 밤중에 들어오라니, 사실 자기가 남편 얼굴 보기 민망한 것이 아니라 이웃들 볼 면목이 없다는 타령이다. 대장부가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제 집을 도둑고양이 들 듯할 수야 있으랴.

 

이에 발분하여 용맹정진을 거듭한 두고(杜羔)는 마침내 이듬해 과거에서 급제할 수 있었다. 그러자 이번엔 두고(杜羔)가 집에 들어오질 않고 밖으로만 돌았다. 이에 그 아내가 다시 시를 지었는데 다음과 같다.

 

良人得意正年少 낭군께서 뜻을 얻고 나이 한창 젊으신데
今夜醉眠何處樓 오늘 밤 어느 곳 술집에서 취해 주무시나요.

 

일껏 공부 열심히 하라고 구박했더니, 보답치고는 참으로 고약하기 그지없다. 지봉유설(芝峯類說)에 나온다.

 

 

 

상황이 바뀌면 기상도 바뀐다

 

궁상스럽기로 이름 난 맹교(孟郊)도 진사시(進士試)에 응거하였으나 결과는 낙방이었다. 그는 다시 한 해 동안 열심히 공부하였지만 이듬해에도 역시 낙방하고 말았다. 그 답답한 심정을 다음과 같이 썼다.

 

一夕九起嗟 夢短不到家 하룻밤에 아홉 번을 일어나 탄식하니 꿈길도 토막토막 집에 닿지 못하네.

 

거푸 낙제를 하고 보니, 가슴에 불덩이가 든듯 하여 잠이 오질 않는다. 억지로 잠을 청해 누워보아도 울컥울컥 치미는 탄식은 또 어찌해 볼 수가 없다. 나약해진 마음에 고향 생각이 굴뚝같지만 무슨 낯으로 돌아간단 말인가. 그래서 꿈에라도 가볼까 하여 잠을 청해 보아도 그나마 자주 깨는 통에 꿈길이 토막 나 집에 이르지도 못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러던 그가 세 번째 응시에서 마침내 급제의 기쁨을 맛보았다. 그때의 득의(得意)또 한 편의 시로 남겼는데 다음과 같다.

 

昔日齷齪不足誇 지난 날 고생을 뽐낼 것 없네
今朝放蕩思無涯 오늘 아침 툭 터진 듯 후련한 생각.
春風得意馬蹄疾 봄바람에 뜻을 얻어 말발굽도 내달리니
一日看盡長安花 오늘 하루 장안 꽃을 죄다 보리라.

 

말 타면 견마 잡히고 싶다더니 막상 급제 하고 보니, 종전의 고향 생각은 간 데 없고, 장안의 미희(美姬)를 끼고 놀 생각부터 급하다. 지난해의 시와 비교해 볼 때 시의 기상이 판연하여 마치 다른 사람의 시처럼 보인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이런 맛을 아는가?

2. 이런 맛을 아는가?

3. 시로 쓴 자기 소개서

4. 시로 쓴 자기 소개서

5.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6.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7. 강아지만 반기고

8. 강아지만 반기고

9.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10.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11. 자족(自足)의 경계(境界), 탈속(脫俗)의 경지(境地)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