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임금을 섬길 땐 속이지 말고 간쟁해야 한다
子路問事君. 子曰: “勿欺也, 而犯之.”
犯, 謂犯顔諫爭.
○ 范氏曰: “犯非子路之所難也, 而以不欺爲難. 故夫子敎以先勿欺而後犯也.”
○ 『禮記』 「檀弓 上」曰: “事親, 有隱而無犯; 事君, 有犯而無隱; 事師, 無犯無隱.”
해석
子路問事君. 子曰: “勿欺也, 而犯之.”
자로가 임금 섬기는 것에 대해 여쭈니, 공자께서 “속이지 말고 안색을 범하고 간쟁하라”라고 말씀하셨다.
犯, 謂犯顔諫爭.
범(犯)이란 안색을 범하고 간쟁하는 것이다.
○ 范氏曰: “犯非子路之所難也,
범조우(范祖禹)가 말했다. “안색을 범하는 것은 자로에겐 어려운 게 아니었지만
而以不欺爲難.
속이지 않는 게 어려웠다.
故夫子敎以先勿欺而後犯也.”
그러므로 부자가 먼저 속이지 말라고 했고 후에 안색을 범하라고 가르친 것이다.”
○ 『禮記』 「檀弓 上」曰: “事親, 有隱而無犯;
『예기』 「단궁 상」에서 말했다. “어버이를 섬길 때는 숨겨줘야 하고 간쟁하는 일은 없고,
事君, 有犯而無隱;
임금을 섬길 때는 간쟁함은 있고 숨기지 말아야 하며,
事師, 無犯無隱.”
스승을 섬길 땐 간쟁함도 숨김도 없어야 한다.”
○ 군주가 싫어하는 안색을 짓는데도 불구하고 직간(直諫)하는 것을 범안색(犯顔色)이라고 한다. 줄이면 범안(犯顔)이다. 사마천(司馬遷)은 漢(한)나라 문제(文帝) 때 원앙(袁盎)이란 인물이 범안색(犯顔色)하면서까지 주의주장(主義主張)을 폈으므로 ‘사기(史記)’에 전(傳)을 세운다고 했다.
‘논어’의 ‘헌문(憲問)’에서 공자는 제자 자로(子路)가 사군(事君) 즉 군주 섬기는 도리에 대해 묻자 속이지 말고, 범안(犯顔)하면서까지 직간(直諫)하도록 가르쳤다. 이를 물기범(勿欺犯)의 가르침이라 한다. 물기야(勿欺也)는 속이지 말라, 이(而)는 ‘그리고’다. 범지(犯之)가 곧 범안(犯顔)이다.
한(漢)나라 문제(文帝)는 아우인 회남왕(淮南王) 유장(劉長)의 위세를 꺾으려고 그를 촉(蜀) 땅으로 유배 보내려 했는데, 원앙은 “회남왕이 도중에 죽으면 폐하께서는 아우를 죽였다는 나쁜 말을 듣게 될 것입니다”라고 하면서 간(諫)했다. 문제가 마음을 바꾸지 않았으므로 회남왕은 분해서 굶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한번은 문제가 상림원(上林苑)에 행차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신부인(愼夫人)을 황후와 나란히 앉게 했다. 원앙은 “존비(尊卑)의 차서(次序)를 지키면 위아래가 화합하지만, 첩이 황후와 자리를 나란히 하면 앙화를 불러들일 수 있습니다”라고 간(諫)했다. 문제와 신부인은 간언을 받아들였다.
조선 광해군 때 정온(鄭蘊)은 상소를 하여, 영창대군을 죽인 강화 부사를 처벌하고 인목대비를 폐위시켜서는 안 된다고 격렬하게 주장했다. 물기범(勿欺犯)의 가르침을 실천한 셈이다. 정온은 인조반정이 일어나기까지 제주도에 유배됐지만 선비들은 그의 기개를 칭송했다. 윗사람을 속이지 말고 윗사람의 안색을 살피지 말고 직간하라는 물기범(勿欺犯)의 가르침은 오늘날의 조직사회에서도 유효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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