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자신이 한 말에 부끄러워할 수 있는 사람
子曰: “其言之不怍, 則爲之也難.”
大言不慙, 則無必爲之志, 而不自度其能否矣. 欲踐其言, 豈不難哉?
○ 王弼曰: “情動於中, 而外形於言, 情正實而後言之不怍.”
해석
子曰: “其言之不怍, 則爲之也難.”
공자께서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실천하기가 어렵다.”라고 말씀하셨다.
大言不慙, 則無必爲之志,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으면 반드시 실행할 뜻이 없는 것이니
而不自度其能否矣.
스스로 할지 말지를 헤아리지 못한다.
欲踐其言, 豈不難哉?
그 말을 실천하고자 하니 어찌 어렵지 않겠는가?
○ 王弼曰: “情動於中, 而外形於言,
왕필이 말했다. “정(情)이 내면에서 동하면 외부에선 말로 형상화된다.
情正實而後言之不怍.”
정(情)이 바르고 실체가 있은 후에야 말에 부끄러움이 없어진다.”
○ ‘논어’ ‘憲問(헌문)’의 이 章에서 공자는 말과 실천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도록 촉구했다. 其言은 여기서는 大言壯語(대언장어)를 뜻한다. 작은 강한 자극이 닿은 듯 부끄러움 때문에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말한다. 恥(치)는 부끄러움 때문에 귀부터 빨개지는 것, 慙(참)은 가책 때문에 마음이 베어지듯 하는 것으로, 서로 통한다. 也는 위의 구를 강조하는 뜻을 지닌 주격의 어조사다.
이 장은 ‘이인(里人)’에서 공자가 “옛 사람이 함부로 말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실행이 미치지 못할까 부끄러워해서였다[古者言之不出, 恥躬之不逮也].”고 한 말과 표리(表裏)를 이룬다. 주자는 과장의 말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실행하려는 뜻이 없고 또 스스로의 능력을 헤아려보지도 않는 것이기에 실천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여기서는 주자의 설을 따랐다.
하지만 한나라 때 마융(馬融)은, 안에 내실이 있으면 말해도 부끄럽지 않을 터인데 내실을 쌓아가는 자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라는 뜻으로 풀이했다. 주자는 즉(則)을 조건-결과의 접속사로 보았으나 마융은 주제화 어조사로 본 것이다. 정약용은 마융을 지지했다.
후한 때 황보규(皇甫規)는 환관들에게 아부하지 않아 무함을 받고 감옥에 갇혔다가 공경대부와 태학생 300명이 억울하다고 호소해서 풀려났다. 뒤에 환관들이 관료들을 당인(黨人)으로 몰아 해를 가한 당고(黨錮)의 화가 일어났을 때 연루되지 않자 부끄러워하여 자기도 당인(黨人)이니 처벌해 달라고 했다. 조정에서는 죄를 묻지 않았다. 역사가는 ‘논어’의 이 장(章)을 인용한 후 ‘황보규의 말을 보면 마음속으로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옛 사람들은 말과 실천의 관계를 이토록 중시했거늘, 우리 시대에는 대언장어(大言壯語)나 하는 철면피(鐵面皮)가 너무 많은 듯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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