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전의 극암시 끝에 지은 글
오덕전극암시발미(吳德全戟巖詩跋尾)
이규보(李奎報)
吳德全爲詩, 遒邁勁俊, 其詩之膾炙人口者, 不爲不多, 然未見能押強韻, 儼若天成者.
及於北山欲題戟巖, 則使人占韻, 其人故以險韻占之, 先生題曰: “北嶺巉巉石, 邦人號戟巖. 迥摏乘鶴晉, 高刺上天咸. 揉柄電爲火, 洗鋒霜是監. 何當作兵器, 敗楚亦亡凡.”
其後有北朝使, 能詩人也, 聞此詩, 再三歎美, 問: “是人在否? 令作何官? 儻可見之耶?” 我國人茫然無以對. 予聞之曰: “何不道今方爲制誥學士之任耶?” 其昧權如此, 可歎哉云. -『東國李相國全集』 卷第二十一
해석
吳德全爲詩, 遒邁勁俊, 其詩之膾炙人口者, 不爲不多, 然未見能押強韻, 儼若天成者.
덕전(德全, 字) 오세재(吳世才)는 시를 지은 것이 굳세고 힘이 있으며 강하고 반듯해 그 시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됨이 많지 않음이 없었지만 강운(强韻)【한시(漢詩)를 지을 때 쓰이는 운자 중, 시를 짓기에 어려운 운자를 일컬음】을 압운할 수 있는진 보이진 않고 의연하게 자연스레 짓는 것 같았다.
及於北山欲題戟巖, 則使人占韻, 其人故以險韻占之, 先生題曰: “北嶺巉巉石, 邦人號戟巖. 迥摏乘鶴晉, 高刺上天咸. 揉柄電爲火, 洗鋒霜是監. 何當作兵器, 敗楚亦亡凡.”
개성 북쪽 산에 이르러 극암(戟岩) 시를 지으려 해서 남에게 운을 부르게 하니 그 사람이 일부러 험운을 불렀고 오세제는 다음과 같이 지었다.
北嶺石巉巉 邦人號戟巖 | 북쪽 고개의 바위 삐죽빼죽하여 나라 사람들이 극암이라 부르네. |
迥摏乘鶴晉 高刺上天咸 | 멀기는 학을 탄 진(晉)【주 영왕(周靈王)의 태자. 그는 피리를 잘 불었으며, 신선이 되어 갔다가 30 여 년 만에 백학(白鶴)을 타고 와 구씨산(緱氏山)에 내렸다 한다.】을 찧을 듯하고 높기는 하늘에 오른 무함(巫咸)【옛날 신무(神巫). 은 중종(殷中宗) 때 천상에서 내려왔다 한다.】을 찌를 듯해. |
楺柄電爲火 洗鋒霜是監 | 휘어진 자루 같은 우레는 불꽃처럼 빛나고 씻긴 칼날 같은 서리는 거울처럼 밝다네. |
何當作兵器 敗楚亦亡凡 | 어떻게 마땅히 병기를 만들어 초나라를 멸망시키고 또 범나라를 멸망시킬까? |
其後有北朝使, 能詩人也, 聞此詩, 再三歎美, 問: “是人在否? 令作何官? 儻可見之耶?” 我國人茫然無以對.
훗날 북조의 사신으로 시를 잘 짓는 이가 이 시를 듣고 두세 번 감탄하고서 “이 사람은 살아 있나 죽었나? 지은 것으로 어느 관직에 있는가? 내가 그를 볼 수 있는가?”라고 물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넋이 빠져 대답하질 못했다.
予聞之曰: “何不道今方爲制誥學士之任耶?” 其昧權如此, 可歎哉云. -『東國李相國全集』 卷第二十一
내가 그걸 듣고 “어째서 지금 임명된[制誥] 학사의 임무를 맡았다고 말하지 않았는가?”라고 말했으니, 임기응변[權道]에 어둡기가 이와 같으니 탄식할 만하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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