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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만종, 시화총림 증정 - 2. 우리나라 시선집을 평가하다 본문

한시놀이터/시화

홍만종, 시화총림 증정 - 2. 우리나라 시선집을 평가하다

건방진방랑자 2019. 10. 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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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우리나라 시선집을 평가하다

 

 

知詩難於作詩, 自古能詩者, 咸以選詩爲難.

余聞之先輩, 趙石澗所選三韓龜鑑, 多所缺略; 柳夢窩大東詩林, 未免固詖; 徐四佳東文選, 卽一類聚, 亦非選法; 蘇陽谷續東文選, 取舍不公, 頗因愛憎; 金佔畢, 靑丘風雅, 只取精簡, 遺其發越; 柳西坰續靑丘風雅, 與奪不明, 未得其要領. 許筠國朝詩刪, 澤堂諸公, 皆稱善揀.

詩刪之盛行於世, 蓋以此也, 然其中所爲鬼作兩首, 伽倻仙女詩及李顯郁詩, 皆古人所作, 故余表而出之, 以破其虛杗.

伽倻仙女詩, 卽國初人都元興, 林椿諸人, 嶺南樓詩韻, 與地勝覽所錄也. 其詩云: ‘金碧樓明壓水天, 昔年誰構此峯前. 一竿漁父雨聲外, 十里行人山影邊. 入檻雲生巫峽曉, 逐波花出武陵烟. 沙鷗但聽陽關曲, 那識愁深送別筵.’

李顯郁, 卽皇明王陽明, 廬山開元寺作也, 載在本集. 其詩云: ‘秋山路僻問歸樵 爲指前峯石逕遙 僧與白雲還暝壑 月隨滄海上寒潮 世情老去渾無賴 幽興年來獨未銷 回首孤船又陳跡 疎鍾隔渚夜迢迢.’

! 乃假設姓名, 欲瞞後人眼目何哉? 且以世情老去語意見之, 必是人間語而非鬼作明矣. 余之此論, 近於老吏斷獄, 陽明有靈, 想抵掌於冥冥也.

 

 

 

 

해석

知詩難於作詩, 自古能詩者, 咸以選詩爲難.

시를 아는 것이 시를 짓는 것보다 어려우니 예로부터 시를 짓는 사람들은 다 시를 선집하는 걸 어려워했다.

 

余聞之先輩, 趙石澗所選三韓龜鑑, 多所缺略; 柳夢窩大東詩林, 未免固詖; 徐四佳東文選, 卽一類聚, 亦非選法.

내가 선배들에게 들으니 석간(石澗) 조운흘(趙云仡)이 선집한 삼한귀감(三韓龜鑑)은 빠뜨린 것이 많고 몽와(夢窩) 유희령(柳希齡)대동시림(大東詩林)은 고루하고 치우침을 면치 못했으며 사가(四佳) 서거정(徐居正)동문선(東文選)은 곧 한 종류로 모았으니 또한 선별하는 법이 아니다.

 

蘇陽谷續東文選, 取舍不公, 頗因愛憎; 金佔畢, 靑丘風雅, 只取精簡, 遺其發越; 柳西坰續靑丘風雅, 與奪不明, 未得其要領.

양곡(陽谷) 소세양(蘇世讓)속동문선(續東文選)은 취사함이 공정하지 않아 매우 개인적인 애증을 따랐으며,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청구풍아(靑丘風雅)는 다만 간소한 것精簡: 정간하다 정선(精選)하다 간소화하다 간결히 하다을 취해 기상이 뛰어난 걸發越: 기상이 뛰어남. 버렸고, 서경(西坰) 유근(柳根)속청구풍아(續靑丘風雅)는 넣고 뺀 이유가 분명치 않아 요령을 얻지 못했다.

 

許筠國朝詩刪, 澤堂諸公, 皆稱善揀.

오직 허균(許筠)국조시산(國朝詩刪)만이 택당(澤堂) 등의 여러 문인들이 모두 잘 선집한 것이라 칭찬했다.

 

詩刪之盛行於世, 蓋以此也, 然其中所爲鬼作兩首, 伽倻仙女詩及李顯郁詩, 皆古人所作, 故余表而出之, 以破其虛杗.

시를 뽑는 것이 시대에 성행함이 대체로 이 때문이었지만 그 가운데 귀신이 지은 두 수의 작품인 가야선녀(伽倻仙女) 시와 이현욱(李顯郁) 시는 모두 옛 사람이 지은 것이기 때문에 내가 드러내 포출함으로 허망함을 깨드리려 한다.

 

伽倻仙女詩, 卽國初人都元興, 林椿諸人, 嶺南樓詩韻, 與地勝覽所錄也.

가야선녀(伽倻仙女) 시는 곧 조선 초 도원흥(都元興)이 임춘(林椿) 등 여러 시인들의 영남루(嶺南樓) 시의 운자를 차운하여 여지승람(與地勝覽)에 기록되어 있다.

 

其詩云: ‘金碧樓明壓水天, 昔年誰構此峯前. 一竿漁父雨聲外, 十里行人山影邊. 入檻雲生巫峽曉, 逐波花出武陵烟. 沙鷗但聽陽關曲, 那識愁深送別筵.’

그 시는 다음과 같다.

 

金碧樓明壓水天 금벽루(金碧樓)의 빛줄기가 물을 누르니
昔年誰構此峯前 옛날에 누가 이 봉우리 앞에 지었을꼬?
一竿漁父雨聲外 빗소리 밖에 한 낚시대의 어부가 있고
十里行人山影邊 산 그림자 곁에 십리 가는 나그네 있네.
入檻雲生巫峽曉 난간에 들어 구름 생기니 무협은 석양이 어리고
逐波花出武陵烟 물결 쳐내 꽃 나오니 무릉엔 안개 끼네.
沙鷗但聽陽關曲 모래톱 갈매기는 다만 양관의 곡조 듣지만
那識愁深送別筵 어찌 근심 어린 이별의 잔치 알려나?

 

李顯郁, 卽皇明王陽明, 廬山開元寺作也, 載在本集.

이현욱(李顯郁)의 시는 곧 명나라 왕양명(王陽明)이 여산(廬山) 개원사(開元寺) 작품으로 그의 문집에 기재되어 있다.

 

其詩云: ‘秋山路僻問歸樵 爲指前峯石逕遙 僧與白雲還暝壑 月隨滄海上寒潮 世情老去渾無賴 幽興年來獨未銷 回首孤船又陳跡 疎鍾隔渚夜迢迢.’

그 시는 다음과 같다.

 

秋山路僻問歸樵 가을 산 길이 외져 돌아오던 나무꾼에게 물으니
爲指前峯石逕遙 앞 봉우리의 돌길 아득한 곳을 가리키네.
僧與白雲還暝壑 스님은 흰 구름과 아련한 골짜기로 돌아가고
月隨滄海上寒潮 달은 푸른 바다 따라 찬 물결 오르네.
世情老去渾無賴 세상은 정은 늙어 떠나 까마득히 의지할 곳 없지만
幽興年來獨未銷 그윽한 흥만은 해마다 와 유독 사라지지 않네.
回首孤船又陳跡 머리 돌리니 외론 돛단배는 또한 진부한 자취지만
疎鍾隔渚夜迢迢 강 너머 아련한 종소리만이 밤에도 아득하네.

 

! 乃假設姓名, 欲瞞後人眼目何哉?

! 허균(許筠)이 이름을 가짜로 지어 후대 사람의 안목을 속이려 한 건 왜인가?

 

且以世情老去語意見之, 必是人間語而非鬼作明矣.

또한 세정노거(世情老去)’의 말 뜻을 보면 반드시 인간 세상의 말로 귀신이 짓지 않은 게 분명하다.

 

余之此論, 近於老吏斷獄, 陽明有靈, 想抵掌於冥冥也.

나의 이런 논의는 노련한 관리가 옥사(獄事)를 결단함에 가까우니 왕양명의 영혼이 있다면 생각건대 저승에서 손뼉을 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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