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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홍만종, 시화총림, 증정 - 3. 서거정이 표절한 구절의 진위를 밝히다 본문

문집/시화총림

홍만종, 시화총림, 증정 - 3. 서거정이 표절한 구절의 진위를 밝히다

건방진방랑자 2020. 7. 21.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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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서거정이 표절한 구절의 진위를 밝히다

 

 

天使祈順, 奉詔來也, 徐四佳居正爲遠接使.

一日祈順, 遊漢江濟川亭, 四佳先唱, ‘風月不隨黃鶴去 烟波長送白鷗來之句, 有若挑戰者. 天使卽次曰: ‘百濟地形臨水盡, 五臺泉脉自天來.’ 回顧四佳: “是否?” 四佳色沮, 先輩以先交脚後仆地爲譏. 蓋烟波之句, 只咏景物, 着處可用, 百濟之句, 漢江形勢, 模得眞狀. 以中華之人, 足未會到, 而領略山川, 輪入一句, 立談之間, 造語絕特, 宜乎! 四佳之膽落也.

余甞與諸文士論詩, 余曰: “四佳此句, 全用中菴蔡洪哲詩一聯, 而只改相逐二字, 爲長送, 可發一哂.” 諸人皆駭然曰: “四佳, 國朝之大家, 豈如是剽竊他人全句乎? 必是中菴踏襲四佳, 而用之矣.” 余曰: “中菴麗朝, 此詩乃月影臺所賦, 而明載於東文選, 作耶? 作耶? 東文選, 四佳受命所撰者也, 眼目宜慣, 欲竪天使之降幡, 故爲取用爾.” 諸人始乃釋然, 蓋後世之傳誦此句者, 皆稱四佳之作, 不知中菴之爲本主. 余自笑曰: “中菴不幸遇四佳, 而沒其警語, 又幸遇余而辨其主客, 若使中菴有知於九原. 必當鼓掌稱快矣.”

 

 

 

 

해석

天使祈順, 奉詔來也, 徐四佳居正爲遠接使.

명나라 사신 기순(祈順)이 조칙(詔勅)을 받들고 오니 사가(四佳) 서거정(徐居正)이 원접사(遠接使)가 되었다.

 

一日祈順, 遊漢江濟川亭, 四佳先唱, ‘風月不隨黃鶴去 烟波長送白鷗來之句, 有若挑戰者.

하루는 기순(祈順)이 한강 제천정(濟川亭)에서 유람하는데 사가(四佳)가 아랫 구절을 선창하니 도전하는 듯했다.

 

風月不隨黃鶴去 바람과 달은 누런 학 떠난 걸 따르지 않았고
烟波長送白鷗來 안개 낀 파도는 길게 흰 갈매기 보내오지.

 

天使卽次曰: ‘百濟地形臨水盡, 五臺泉脉自天來.’ 回顧四佳: “是否?” 四佳色沮, 先輩以先交脚後仆地爲譏.

명나라 사신이 아랫 구절로 차운하고서 고개를 사가(四佳)에게 돌려 괜찮소?”라고 말하자 사가(四佳)는 얼굴색이 꺾였고 선배들은 먼저 발을 걸었다가 땅에 자빠졌다[先交脚後仆地]고 놀려댔다.

 

百濟地形臨水盡 백제의 땅 형태는 물에 닿아 다했고
五臺泉脉自天來 오대산 샘 물줄기는 하늘로부터 오네.

 

蓋烟波之句, 只咏景物, 着處可用, 百濟之句, 漢江形勢, 模得眞狀.

대체로 연파(烟波)의 구절은 다만 풍경을 읊은 것으로 가는 곳마다[着處] 쓸 수 있지만 백제(百濟)의 구절은 한강의 지세를 참된 형상으로 모사했다.

 

以中華之人, 足未會到, 而領略山川, 輪入一句, 立談之間, 造語絕特, 宜乎! 四佳之膽落也.

기순(祈順)은 중국 사람으로 마침 이르지 않았지만 산천(山川)을 짐작해서[領略] 하나의 구절에 아울러 유입시켰고 담론을 세우는 사이에 말을 만드는 것이 매우 특별했으니 마땅하구나 사가가 놀란 것이.

 

余甞與諸文士論詩, 余曰: “四佳此句, 全用中菴蔡洪哲詩一聯, 而只改相逐二字, 爲長送, 可發一哂.”

내가 일찍이 여러 문인들과 시를 평론할 적에 내가 사가(四佳)의 이 구절은 모두 중암(中菴) 채홍철(蔡洪哲) 시 한 연구를 썼지만 다만 상축(相逐) 두 글자를 고쳐 장송(長送)으로 지었으니 한 번 비웃어줄 만하지.”라고 말했다.

 

烟波相逐白鷗來 안개 낀 파도는 서로 흰 갈매기 따르지. - 채홍철
烟波長送白鷗來 안개 낀 파도는 길게 흰 갈매기 보내오지. -서거정

 

諸人皆駭然曰: “四佳, 國朝之大家, 豈如是剽竊他人全句乎? 必是中菴踏襲四佳, 而用之矣.”

여러 사람들이 모두 사가(四佳)는 조선의 명문장가인데 어째서 다른 사람의 모든 구절을 표절하겠는가? 반드시 중암(中菴)이 사가(四佳)를 답습해서 그걸 지은 것인 게야.”라고 의아해했다.

 

余曰: “中菴麗朝, 此詩乃月影臺所賦, 而明載於東文選, 作耶? 作耶?

내가 말했다. “중암(中菴)은 곧 고려 때 사람으로 이 시는 월영대(月影臺)에서 지은 것으로 분명하게 동문선(東文選)에 기재되었으니 채홍철(蔡洪哲)이 서거정(徐居正)의 작품을 쓴 것이겠소? 서거정(徐居正)이 채홍철(蔡洪哲)의 작품을 쓴 것이겠소?

 

東文選, 四佳受命所撰者也, 眼目宜慣, 欲竪天使之降幡, 故爲取用爾.”

또한 동문선(東文選)은 곧 사가(四佳)가 왕명을 받고 편찬한 것으로 안목에 마땅히 익숙했으니 명나라 사신의 항복 깃발을 드리우게 하고자 했기 때문에 취해 활용했을 뿐이지.”

 

諸人始乃釋然, 蓋後世之傳誦此句者, 皆稱四佳之作, 不知中菴之爲本主.

여러 사람들이 막 풀렸는데 대체로 후대에 이 구절을 전송하는 이들은 모두 사가(四佳)의 작품이라 말하지 중암(中菴)이 원래의 작가임은 모른다.

 

余自笑曰: “中菴不幸遇四佳, 而沒其警語, 又幸遇余而辨其主客, 若使中菴有知於九原. 必當鼓掌稱快矣.”

내가 중암(中菴)은 불행히 사가(四佳)을 만나 그 놀랄 만한 시어를 잃었지만 또한 다행히 나를 만나 주객(主客)을 분별하게 됐으니 만약 중암(中菴)이 무덤에서 알았다면 반드시 마땅히 손바닥 치며 감격했으리라.”라며 스스로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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