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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쓰다
우서(偶書)
정희량(鄭希亮)
年來索寞鴨江濱 回首塵沙欲問津
客裏又逢寒食雨 夢中猶憶故鄕春
一生愁病添衰鬢 萬里溪山着放臣
直以疏慵成落魄 非關時命滯詩人 『虛庵先生遺集』 卷之一
해석
年來索寞鴨江濱 년래삭막압강빈 |
요즘[年來] 삭막한 압록강 가에서 |
回首塵沙欲問津 회수진사욕문진 |
모래먼지에 머리 돌려 나루터 물으려 하네. |
客裏又逢寒食雨 객리우봉한식우 |
객지에서 또 한식의 비를 만났지만 |
夢中猶憶故鄕春 몽중유억고향춘 |
꿈속에선 아직도 고향의 봄 기억나네. |
一生愁病添衰鬢 일생수병첨쇠빈 |
일생에 시름가ㅗ 병으로 쇠한 귀밑머리 더해가고 |
萬里溪山着放臣 만리계산착방신 |
만리의 시냇와 산은 추방된 신하를 붙이네. |
直以疏慵成落魄 직이소용성락백 |
다만 서툴고 게으름으로 쇠락한 넋 이루었지만 |
非關時命滯詩人 비관시명체시인 |
당시의 운명이 시인을 막히도록 관여한 건 아니라네. 『虛庵先生遺集』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의주 유배지에서 쓴 시이다.
근래 압록강 가에서 삭막하게 유배 생활을 하면서 지내다가, 봄이 왔으나 황량한 벌판에 모래바람이 일고 있는 진사(塵沙)에서 머리를 돌려 고향으로 돌아가는 나루터를 묻는다. 멀리 객지에서 한식날 비를 만나니 고향의 봄이 꿈속에서 아련하다. 만 리 먼 곳으로 유배를 와 시름과 병으로 흰머리만 늘었다. 그런데 이렇게 영락한 삶을 살게 된 것은 바로 내 자신의 일에 등한함과 게으름 때문이니, 운명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은 아니다.
허균(許筠)의 『성수시화(惺叟詩話)』 27번에서 함련을 두고 “중당의 고아한 운치가 있다[有中唐雅韻].”라 했고,
『국조시산』에서는 “3구와 4구가 가장 좋은데, 결구는 조금 떨치지 못했다[三四極佳 結稍不揚].”라고 평하고 있다
「시서(詩序)」에 의하면 정희량의 시는 귀양 도중에 지은 것이 뛰어나다.
“허암의 귀양살이 중에 쓴 작품들은 통쾌하고 뛰어난 묘미가 예전에 얻은 것들과 견주어 보면 월등할 정도가 아니다. 이는 어찌 오랜 귀양살이와 나그네 시름으로 곤궁하고 울분이 찬 데에서 격발된 것이 아니겠는가[虛庵謫中之作 其痛快英暢之妙 視前所得 不啻相越 豈非遷謫羈愁之久 困窮拂鬱 有以激之耶]?”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168~169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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