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공자가 그 자식인 백어를 멀리하다
陳亢問於伯魚曰: “子亦有異聞乎?”
亢, 音剛.
○ 亢以私意窺聖人, 疑必陰厚其子.
對曰: “未也. 嘗獨立, 鯉趨而過庭. 曰: ‘學詩乎?’ 對曰: ‘未也.’ ‘不學詩, 無以言.’ 鯉退而學詩.
事理通達, 而心氣和平, 故能言.
他日又獨立, 鯉趨而過庭. 曰: ‘學禮乎?’ 對曰: ‘未也.’ ‘不學禮, 無以立.’ 鯉退而學禮.
品節詳明, 而德性堅定, 故能立.
聞斯二者.”
當獨立之時, 所聞不過如此, 其無異聞可知.
陳亢退而喜曰: “問一得三, 聞詩, 聞禮, 又聞君子之遠其子也.”
遠, 去聲.
○ 尹氏曰: “孔子之敎其子, 無異於門人, 故陳亢以爲遠其子.”
해석
陳亢問於伯魚曰: “子亦有異聞乎?”
진항이 백어에게 “자네는 또한 아버지께 다른 것을 들은 것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亢, 音剛.
○ 亢以私意窺聖人,
진항은 사사로운 뜻으로 성인을 엿보아
疑必陰厚其子.
반드시 몰래 그 자식에게 후대할 것이라 의심했다.
對曰: “未也. 嘗獨立, 鯉趨而過庭. 曰: ‘學詩乎?’ 對曰: ‘未也.’ ‘不學詩, 無以言.’ 鯉退而學詩.
백어가 대답했다. “아니네. 일찍이 아버지께서 홀로 서 계실 때 내가 종종걸음으로 마당을 지나고 있었지. 그러자 아버지께서 ‘시를 배웠느냐?’라고 물으셔서, ‘아닙니다.’라고 대답하니,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단다.’라고 말씀해주셨네. 그래서 나는 물러나 시를 배웠네.
事理通達, 而心氣和平,
시를 배우면, 일의 이치가 통달되어 심기가 화평해지니,
故能言.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 예전의 책 가운데는 과정(過庭)이란 제목이 붙은 것이 있다. 박지원의 아들 박종채도 ‘과정록(過庭錄)’을 엮었다. 과정(過庭)이란 뜰을 가로지른다는 말이되, 부친의 가르침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 출전이 ‘논어’ ‘계씨(季氏)’의 제13장이다.
공자의 제자 진항(陳亢)은 선생님의 아들 백어(伯魚)가 특별한 가르침을 받지 않을까 궁금해했다. 백어(伯魚)의 본명은 리(鯉)다. 진항은 백어에게 “그대는 이문(異聞)이 있지 않겠소”라고 물었다. 이문(異聞)이란 다른 사람은 못 듣고 특별히 한 사람만 들은 내용이란 말이다. 백어는 없다고 대답하고는, 위와 같이 말을 이었다. 언젠가 아버지께서 홀로 마루에 서 계실 때 제가 종종걸음으로 뜰을 지나가며 경의(敬意)를 표한 적이 있는데, 아버지는 “리(鯉)야, ‘시경’의 시를 공부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아직 배우지 않았다고 말씀드리자 아버지는 “‘시경’의 시를 공부하지 않으면 남을 응대(應待)할 때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물러나와 ‘시경’을 공부했습니다. 대개 이런 내용이다.
진항(陳亢)은 사심(私心)을 지녀서 성인의 마음을 의심한 듯하다. 하지만 공자는 자기 자식을 더 후하게 가르치지 않고, 문하생들에게 그러했듯이 자식에게도 ‘시경’의 시를 배우라고 권했다. ‘시경’은 완곡한 표현 속에 화자의 의지를 담아내는 수사법이 뛰어나므로 대화에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자라면 공자의 공평무사(公平無私)함을 배워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他日又獨立, 鯉趨而過庭. 曰: ‘學禮乎?’ 對曰: ‘未也.’ ‘不學禮, 無以立.’ 鯉退而學禮.
다른 날에 또 아버지께서 홀로 서 계실 때 내가 종종걸음으로 마당을 지나고 있었지. 그러자 아버지께서 ‘예를 배웠느냐?’라고 물으셔서, ‘아닙니다.’라고 대답하니, ‘예를 배우지 않으면 독립할 수 없단다.’라고 말씀해주셨네. 그래서 나는 물러나 예를 배웠네.
品節詳明, 而德性堅定,
예를 배우면 품절이 상세하고 밝아져 덕성이 견고하고 정해지니,
故能立.
독립할 수 있게 된다.
○ 공자의 제자 진항(陳亢)이 공자의 아들 백어(伯魚)에게 “그대는 이문(異聞)이 있지 않겠소?”라고 물었을 때 백어는 이문(異聞)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다만 어느 날 아버지가 “‘시경’의 시를 공부했느냐?”고 물으셨던 일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때 백어가 ‘시경’의 시를 아직 배우지 않았다고 대답하자 공자는 “시경의 시를 공부하지 않으면 남을 응대(應待)할 때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백어는 물러나와 시경을 공부했다. 백어는 이렇게 말하고 또 다른 날에는 아버지가 “예를 배웠느냐?”라고 물으신 일이 있다고 하였다. 백어는 이때도 아직 배우지 못했다고 말씀드렸는데 공자는 예를 배우지 않으면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여 품위 있게 설 수가 없다고 하였다. 백어는 물러나와 예를 공부했다.
백어는 자신이 아버지에게 들은 것이 ‘불학시(不學詩)면 무이언(無以言)이라’와 ‘불학예(不學禮)면 무이립(無以立)이라’는 두 가르침뿐이라고 했다. 공자가 홀로 서 있을 때 자식에게 가르쳐 준 것이 이러했으니, 자식에게만 후하게 가르친 일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시경’의 시와 생활규범의 예를 학도에게 가르치는 것은 공자의 일반 교육 방침이었다. 오늘날의 공교육도, 순정한 정서를 드러내고 의지를 완곡하게 표현하는 시 교육과 인간관계에서 품위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예절 교육을 강화해야 하지 않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聞斯二者.”
이 두 가지를 들었다네.”
當獨立之時, 所聞不過如此,
마땅히 홀로 있던 때에 들었던 것이 이와 같음을 지나지 않으니,
其無異聞可知.
다른 것을 듣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陳亢退而喜曰: “問一得三, 聞詩, 聞禮, 又聞君子之遠其子也.”
진항이 물러나 기뻐하며 “하나를 묻고서 세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시에 대해 들었고, 예에 대해 들었으며, 또한 군자가 그 자식을 멀리한다는 것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遠, 去聲.
○ 尹氏曰: “孔子之敎其子, 無異於門人,
윤순(尹淳)이 말했다. “공자가 그 자식을 가르침에 문인들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故陳亢以爲遠其子.”
진항은 그 자식을 멀리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 공자의 제자 진항(陳亢)이 공자의 아들 백어(伯魚) 곧 리(鯉)에게 “그대는 이문(異聞)이 있지 않겠소”라고 물었을 때 백어는 이문(異聞)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다만 아버지로부터 ‘불학시(不學詩)면 무이언(無以言)이라’와 ‘불학예(不學禮)면 무이립(無以立)이라’라는 두 가지 가르침을 들었다고 했다.
공자는 문하(門下)의 누구에게나 시(詩)와 예(禮)의 중요성을 가르쳤으므로 백어(伯魚)가 들은 것은 이문(異聞)이 아니었다. 진항(陳亢)은 자리를 물러나서는 기뻐하면서 자신은 공자의 아들이 이문(異聞)이 있지 않았을까 질문했거늘 뜻밖에도 세 가지 유익한 가르침을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오늘날 문일득삼(問一得三)이라 하면 적은 노력으로 많은 이득을 얻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일석이조(一石二鳥)와 같다고 하는데, 일석이조(一石二鳥)는 영어 속담을 일본인이 한자로 번역한 성어다.
진항(陳亢)이 백어(伯魚)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문시(聞詩), 문예(聞禮), 문군자지원기자(聞君子之遠其子)의 소득이 있었다. ‘시경’의 시를 익히면 남을 응대할 때 자신의 정서를 순화하고 의지를 완곡하게 드러낼 수 있다. 생활규범인 예절은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지위를 확립하고 품위를 지켜준다. 그래서 ‘시경’의 시와 생활규범인 예절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군자가 자기 자식을 멀리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육자로서 공평무사(公平無私)함을 지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또 ‘맹자’ ‘이루(離婁)’에서 말했듯이 아버지와 자식이 책선(責善)하면 틈이 벌어질 우려가 있으므로 자식을 서로 바꾸어 가르치는 역자이교(易子而敎)가 필요하다. 우리는 그 참뜻을 이해하여, 나의 딸 아들을 교육해 주시는 분께 늘 감사해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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