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공자가 규정 지은 두 가지 인간의 경지
孔子曰: “見善如不及, 見不善如探湯. 吾見其人矣, 吾聞其語矣.
探, 吐南反.
○ 眞知善惡而誠好惡之, 顔ㆍ曾ㆍ閔ㆍ冉之徒, 蓋能之矣. 語, 蓋古語也.
隱居以求其志, 行義以達其道. 吾聞其語矣, 未見其人也.”
求其志, 守其所達之道也. 達其道, 行其所求之志也. 蓋惟伊尹ㆍ太公之流, 可以當之. 當時若顔子, 亦庶乎此. 然隱而未見, 又不幸而蚤死, 故夫子云然.
해석
孔子曰: “見善如不及, 見不善如探湯. 吾見其人矣, 吾聞其語矣.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을 볼 때에는 미치지 못한 듯이 하고 불선(不善)을 볼 때에는 뜨거운 것이 닿은 듯이 하는 사람, 나는 그 사람을 보았고 나는 그 옛말을 들었다.
探, 吐南反.
○ 眞知善惡而誠好惡之,
참으로 선악을 알고 진실로 그것을 좋아하고 미워한 사람은
顔ㆍ曾ㆍ閔ㆍ冉之徒, 蓋能之矣.
안연과 증삼, 민자건, 염유의 무리가 대개 그것을 잘했다.
語, 蓋古語也.
어(語)는 대체로 옛말이다.
○ 고려 때 이규보는 「차운공공상인 증박소년오십운(次韻空空上人 贈朴少年五十韻)」란 시로 어느 고승(高僧)을 칭송하여 “묵상하여 세간 인연이 허망함을 깨닫고, 도를 즐겨 그 맛이 긺을 깊이 알게 되니, 황진(橫陳)일랑 죄다 밀초 씹는 맛으로 돌리고, 정욕을 혐의하여 끊는 물 더듬듯이 하네[冥心自悟根塵幻, 嗜道深諳氣味長. 都遣橫陳歸嚼蠟, 因嫌大慾避探湯]”라고 했다. 횡진(橫陳)을 밀초 씹는 맛으로 돌린다는 것은 불교의 ‘능엄경’에서 ‘횡진을 맞닥뜨릴 때는 맛을 밀초 씹듯 여기라’고 한 구절에서 따왔다. 횡진은 미색(美色)이 옆으로 눕는다는 말이고, 밀초 씹는다는 것은 아무 맛도 없다는 뜻이다. 한편 정욕을 혐의하여 끊는 물 더듬듯이 한다는 말은 바로 ‘논어’ ‘계씨(季氏)’의 이 장에서 나왔다.
공자는 선(善)을 보면 마치 도망가는 것을 뒤쫓되 아무리 뒤쫓아도 미치지 못할까 염려하는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선(善)을 추구하고, 불선(不善)을 보면 마치 열탕(熱湯)에 손을 집어넣었다가 델까봐 재빨리 손을 빼듯이 주저 없이 불선(不善)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선(善)과 악(惡)을 제대로 알아서 진실로 선(善)을 좋아하고 진실로 악(惡)을 미워하는 것을 그렇게 비유한 것이다. 이것은 주자가 ‘대학’에 보충해 넣은 ‘악을 미워함은 악취를 싫어하듯이 하고 선을 좋아함은 여색을 좋아하듯이 한다[惡惡如惡惡臭 好善如好好色]’는 말과 통한다.
그런데 공자는 선(善)을 보고 미치지 못할까 염려하며 열심히 추구하고 불선(不善)을 보고 끓는 물을 더듬는 것처럼 신속하게 벗어나는 사람을 실제로 보았고 또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옛말을 듣기도 했다고 했다. 공자가 말한 그런 사람이란 제자들 가운데 안연(顔淵)ㆍ증삼(曾參)ㆍ염경(冉耕)ㆍ민자건(閔子騫) 등을 가리키는 듯하다. 우리는 그런 옛말은 잘 알고 있지만 과연 그런 사람을 실제로 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隱居以求其志, 行義以達其道. 吾聞其語矣, 未見其人也.”
은밀히 거처하며 그 뜻을 구하고 의를 행하면서 그 도를 통달하는 사람, 나는 그 옛말을 들어봤지만 그 사람을 보진 못했다.”
求其志, 守其所達之道也.
구기지(求其志)는 도달한 도를 지키는 것이다.
達其道, 行其所求之志也.
달기도(達其道)는 구했던 뜻을 실행하는 것이다.
대체로 오직 이윤과 태공의 무리들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다.
當時若顔子, 亦庶乎此.
당시에 안연 같은 경우가 또한 여기에 가까웠다.
然隱而未見,
또한 은둔하여 보이지 않았고
又不幸而蚤死, 故夫子云然.
또한 불행하게 일찍이 죽었기 때문에 부자께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 군자의 사업과 관련해서 은거구지(隱居求志)와 행의달도(行義達道)라는 두 경지를 제시한 유명한 구절이다. 은거구지(隱居求志)와 행의달도(行義達道)에 대해 정약용은 둘을 하나로 연결해 풀이하고 그 예로 백이·숙제를 들었다. 이렇게 두 구를 연속해서 풀이하는 설도 널리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그 둘을 진퇴(進退)의 상이한 국면에 배당시키는 설도 유력하다. 주자는 이 구절에 해당하는 인물로 이윤(伊尹)과 태공(太公)의 예를 들었으니 둘을 진퇴와 연결해 본 셈이다. 후자의 설에 따르면 이 구절은 공자가 ‘술이(述而)’편에서 ‘용지즉행 사지즉장(用之則行 舍之則藏)’이라고 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은거이구기지(隱居以求其志)는 세상에 쓰이지 않아서 재야(在野)에 있더라도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뜻을 버리지 않고 오히려 그 뜻을 더욱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윤(伊尹)이 은(殷)나라 탕왕(湯王)의 재상이 되기 이전에 유신(有莘)의 들판에서 밭을 갈면서 요순(堯舜)의 도를 즐겼다고 하는 고사가 이에 해당한다. 행의(行義)는 뜻을 세상에 펼 수 있는 지위를 얻게 되었을 때 올바른 정치를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가(可)와 불가(不可)를 미리 정하지 않고 오직 의(義)를 따른다는 무적무막(無適無莫)의 태도도 포괄한다. 달기도(達其道)는 자신이 배워서 이상(理想)으로 삼은 도(道)를 널리 천하에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곧, 달(達)은 통달(通達)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행의달도(行義達道)는 세상에 나가 이상을 실천함이고 은거구지(隱居求志)는 숨어 살며 덕을 수양함이다. 평소 공자는 진퇴(進退)에서 자유자재(自由自在)한 경지를 얻은 인물로 오직 안연(顔淵)을 인정했다. 그렇기에 공자는 그러한 말만 들었고 그러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진퇴동작(進退動作)에서 자유자재하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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