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현가(弦歌)의 소리로 나라를 다스리다
子之武城, 聞弦歌之聲.
弦, 琴瑟也. 時子游爲武城宰, 以禮樂爲敎, 故邑人皆弦歌也.
夫子莞爾而笑, 曰: “割雞焉用牛刀?”
莞, 華版反. 焉, 於虔反.
○ 莞爾, 小笑貌, 蓋喜之也. 因言其治小邑, 何必用此大道也.
子游對曰: “昔者偃也聞諸夫子曰: ‘君子學道則愛人, 小人學道則易使也.’”
易, 去聲.
○ 君子小人, 以位言之. 子游所稱, 蓋夫子之常言. 言君子小人, 皆不可以不學. 故武城雖小, 亦必敎以禮樂.
子曰: “二三子! 偃之言是也. 前言戱之耳.”
嘉子游之篤信, 又以解門人之惑也.
○ 治有大小, 而其治之必用禮樂, 則其爲道一也. 但衆人多不能用, 而子游獨行之. 故夫子驟聞而深喜之, 因反其言以戱之. 而子游以正對, 故復是其言, 而自實其戱也.
해석
子之武城, 聞弦歌之聲.
공자께서 무성에 가셔서, 거문고 소리에 맞춰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시고,
弦, 琴瑟也.
현(弦)은 거문고다.
時子游爲武城宰,
당시에 자유는 무성의 재상이 되어
以禮樂爲敎, 故邑人皆弦歌也.
예악으로 백성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읍의 백성들이 거문고 소리에 맞춰 노래한 것이다.
夫子莞爾而笑, 曰: “割雞焉用牛刀?”
부자께서 방긋 웃으시며 “닭을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 쓰랴?”라고 말씀하셨다.
莞, 華版反. 焉, 於虔反.
○ 莞爾, 小笑貌, 蓋喜之也.
완이(莞爾)는 살짝 웃는 모양이니, 대개 그 상황을 기뻐하신 것이다.
因言其治小邑, 何必用此大道也.
‘작은 읍을 다스리는데 어찌 반드시 이렇게 큰 도를 쓰느냐?’라고 말씀하셨다.
○ ‘논어’ ‘양화(陽貨)’의 제4장은 정치의 본령에 대해 가르쳐 주는 일화를 수록하였다. 현가지성(弦歌之聲)이라는 성어와 ‘할계(割鷄)에 언용우도(焉用牛刀)리오’라는 속담이 여기서 나왔다. 현(弦)은 거문고와 비파 등 올바른 고전음악을 연주하는 현악기를 말한다. 현가지성(弦歌之聲)은 올바른 음악의 음색을 가리킨다고 볼 수도 있고 현악기에 맞추어 노래 부르는 소리를 가리킨다고 볼 수도 있다. 요컨대 예악(禮樂)이 바르게 시행됨을 함축한다.
‘할계(割鷄)에 언용우도(焉用牛刀)리오’는 줄여서 우도할계(牛刀割鷄)라 하며, 작은 일을 처리하는 데 큰 도구는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또 할계(割鷄)라고 하면 작은 재능을 시험해 보는 일로, 흔히 작은 고을을 다스리는 일을 말한다. 옛날의 어떤 지방관은 집무 기록을 모아 ‘할계록(割鷄錄)’을 엮기도 했다. 언(焉)은 의문사인데, 여기서는 반어(反語)의 표현법이다.
어느 날 공자는 문인들을 데리고 제자 자유(子游)가 맡아 다스리는 무성(武城)으로 갔다. 지(之)는 ‘가다’라는 뜻의 동사다. 무성(武城)은 노나라의 한 마을이다. 자유(子游)는 춘추시대 吳나라 사람으로 성은 언(言), 이름은 언(偃)인데, 노(魯)나라에 벼슬하여 무성의 수령이 되어 있었다. 무성에서 공자는 자유(子游)가 백성들에게 예악(禮樂)을 가르침으로써 그 작은 마을을 다스리고 있는 사실을 알고는 빙그레 웃었다. 부자(夫子)는 ‘선생’인데, 공자를 가리킨다.
완이(莞爾)는 동사 완(莞)의 뒤에 ‘그러할 이(爾)’를 붙여 의태어로 만들었다. 공자는 자유(子游)가 그릇된 통치기술을 사용했다고 비웃은 것이 아니다. 자유(子游)는 왕좌(王佐, 제왕을 보좌함)의 인물이거늘 고작 작은 마을을 다스린다고 애석해한 것이다. 세간 사람들이 인재를 몰라보는 것은 옛 일만이 아니다. 할계(割鷄)라고 할 수 있도록 각자에게 적절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子游對曰: “昔者偃也聞諸夫子曰: ‘君子學道則愛人, 小人學道則易使也.’”
자유가 “옛적에 제가 부자께서 ‘군자는 도를 배우면 남을 아끼게 되고, 소인은 도를 배우면 부리기가 쉬워진다.’라고 하시던 말씀을 들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易, 去聲.
○ 君子小人, 以位言之.
군자와 소인이란 지위로 말한 것이다.
子游所稱, 蓋夫子之常言.
자유가 말한 이야기는 대개 부자께서 일상적으로 했던 말일 것이다.
言君子小人, 皆不可以不學.
군자와 소인이 다 배우지 않아선 안 된다.
故武城雖小, 亦必敎以禮樂.
그렇기 때문에 무성이 비록 작은 읍이더라도, 또한 예악으로 가르쳐야 한다.
子曰: “二三子! 偃之言是也. 前言戱之耳.”
공자께서 “제자들아! 언의 말이 옳다. 전에 했던 말은 장난일 뿐이다.”라고 말씀하셨다.
嘉子游之篤信, 又以解門人之惑也.
○ 治有大小,
다스림은 큰 것과 작은 것의 차이가 있으나
而其治之必用禮樂, 則其爲道一也.
다스릴 때에는 반드시 예악을 사용하니, 그 도가 됨은 같다.
但衆人多不能用, 而子游獨行之.
다만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자유만 홀로 그걸 실행하였다.
故夫子驟聞而深喜之,
그렇기 때문에 부자께서 갑자기 들으시고 깊이 그것을 기뻐하셨지만
因反其言以戱之.
그 말을 뒤집어 장난치신 것이다.
而子游以正對,
그런데 자유는 바르게 대답하였기에
故復是其言, 而自實其戱也.
부자께서 다시 그 말을 옳다고 하시고 스스로 장난쳤다고 밝히셨다.
○ 공자는 자유(子游)가 다스리는 노나라의 고을인 무성(武城)으로 갔다가 자유(子游)가 백성에게 예악(禮樂)을 가르침으로써 마을을 다스린다는 것을 알고 빙그레 웃었다. 왕좌(王佐)의 인물인 자유(子游)가 작은 마을이나 다스린다고 애석해한 것이다. 그러자 자유(子游)는 공자의 예전 가르침을 외우면서 자신은 선생님의 옛 가르침에 충실해서 예악(禮樂)을 통해 무성(武城)을 다스린다고 말했다. 석자(昔者)는 ‘예전’이다. 언(偃)은 자유(子游)의 이름이다. 문저부자(聞諸夫子)의 저(諸)는 왈(曰) 이하를 가리킨다.
공자의 예전 가르침은 ‘군자학도즉애인 소인학도즉이사야(君子學道則愛人, 小人學道則易使也)’였다. 군자는 통치자, 소인은 피지배자인 백성이다. 도(道)는 예악(禮樂)이다. 이사(易使)는 유순(柔順)해져서 부리기 쉽다는 뜻이다. 자유(子游)가 이의를 말하자 공자는 그의 말을 전면 승인하고 제자들에게 ‘언(偃)의 말이 옳다’고 확인해주었다. 당시 사람들은 예악(禮樂)을 쓰지 못했는데 자유(子游)만 그것을 행하였으므로 자유(子游)의 두터운 믿음을 가상히 여기는 한편 문인들의 의혹을 풀어준 것이다. 시야(是也)는 옳다는 뜻이다. 공자는 시기에 따라 농담을 하기도 하여 긴장과 이완의 조화를 이루었다.
공자의 가르침 가운데 ‘소인이 예악을 배우면 부리기 쉽다’고 한 말은 현재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 사이를 질서 지우는 예(禮)와 사람의 마음을 화평하게 해주는 악(樂)을 정치의 기본도구로 생각한 점은 현재에도 시사하는 면이 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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