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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와 생맥파티 - 1. 한문공부의 길로 초대되다 본문

건빵/일상의 삶

스터디와 생맥파티 - 1. 한문공부의 길로 초대되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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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문공부의 길로 초대되다

 

411일에, 52일에, 그리고 516일 어제 교수님들이 진행하는 스터디가 있었다. 김하라 교수가 진행하는 산문 스터디는 2번에 걸쳐 진행됐고(52일에 빠짐), 김형술 교수가 진행하는 스터디는 그 기간 동안에 모두 하여 3번을 하게 된 셈이다. 그런데 솔직히 중간고사 기간이라 2주가 빠진 것(418, 25)은 이해가 되지만, 저번 주인 59일에 빠진 건 이해할 수가 없다. 그건 어쨌든 이 스터디 자체가 교수들에겐 버겁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4월 11일의 첫 스터디. 가슴 뭉클한 사진이다.  

 

 

 

한 달을 보내며 방향을 잡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첫 스터디 참여 후에 공부 방법에 대해 고민했고 블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됐던 게 공부에 대한 생각의 획기적인 계기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건 첫 스터디에 참석할 당시와 어제 참석할 때와는 질적인 변화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411일엔 一念이 있었다. ‘완전 쌩초보가 된 기분으로 참여하자. 절대로 다짐만 그랬던 게 결코 아니다. 그땐 모든 게 리셋된 후였고 거의 한 달 정도 공부했음에도 오랜만에 하는 공부다 보니, 집중력은 현저히 낮아져 있었고, 지식은 깡그리 사라져 있었으며, 공부 방법은 완전히 뭉개져 글도 보고 책도 보지만 그건 시간 때우기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그런 상태에서 스터디에 참석하니, 모든 게 신비롭고 즐거웠지만 그만큼 내 현실에 대해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그 당시엔 정말 오랜만에 겸손해야 하고 아니 겸손할 수밖에 없는 내 상황을 인지했고 가장 겸손한 순간에 머물렀던 거 같다.

그에 반해 한 달여가 흐른 지금은 한문공부에 대한 사무치는 애틋함을 회복했고, 그 당시에 비하면 그래도 좀 더 잘 보이게 되었으며 말할 때에도 자신감이 붙게 되었다. 모두 블로그에서 작업하며 하나하나 나의 생각 속에서 재조합한 노력의 결과다. 이것을 통해 실력이 늘었다고는 호언할 수 없지만, 한문공부의 재미를 찾게 된 것만은 확실하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김하라 교수의 수업, 한문의 매력과 친근감을 알려주다

 

소화시평의 세 번째 스터디 날이자, 산문 두 번째 스터디 날이 밝았다. 그래도 이젠 어느 정도 이 자리에서 만나는 후배들도, 교수들도 구면이 되다 보니 편하게 느껴진다. 단지 630분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너무 힘드니 그게 난점이라면 난점이다. 그래도 기다리기만 하면 한문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한문의 매력과 그 깊이에 푹 빠질 수 있으니, 충분히 기다려볼 가치는 있다.

두 번째 보는 김하라 교수님은 더욱 강단 있게 자신의 가치를 펼쳐갔다. 저번엔 파일로 된 문서를 줬지만, 이젠 드디어 인쇄물이 나와 그걸 주었다. 수줍게 이 인쇄물은 저의 모든 게 들어간 역작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도 그럴 듯이 그저 원문만 나열된 책이 아닌, 자신의 생각대로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그에 따라 장을 나누어 배치한 게 눈에 띈다. 그리고 이 교재로 배울 대상을 특정할 수 없기에 낱자 설명이나 사진의 배열 등도 신경 쓴 티가 난다. 물론 편집 전문가가 아니니, 그저 한글이란 프로그램으로 붙여 넣은 것에 불과했지만, 교수님이 생각하는 한문이란 무엇이고 산문이란 무엇인지 이 교재를 통해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처음에 얘기를 들었을 땐 임용고사 시험에 나온 산문 위주로 학습한다고 했던 거 같은데, 막상 교재는 그것과는 다른 방향에서 편집되어 있었다. 아니, 좀 더 사실적으로 말해 임용과는 전혀 무관하게 이 책은 만들어졌다. 그게 누군가에게 아쉬움일지 모르나, 나처럼 좀 방외적인, 그래서 한문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겐 오히려 이런 책자가 더 맘에 들긴 하더라. 더욱이 첫 수업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주제를 건드렸다. 그건 예전에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은 과연 어떤 언어생활을 했으며, 어떻게 한문문장을 썼을까?’라는 것이다. 중국 본토였으면 언문일치의 생활이었겠지만, 한반도 내의 상황은 다르다. 그러니 쉽게는 신라시대의 향찰이나, 고려시대의 가요나, 조선시대의 향가 같은 것들이 나올 수 있던 배경이 있었던 것이고 그만큼 언문일치는 요원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 단면을 18세기에 써진 글들로 보여줬다. 추사송강이 아내에게 적은 언문 편지라던가, 더 심하게는 문체반정까지 일으키며 문자의 정확한 사용을 강조했던 정조가 그의 정적인 노론 시파의 영수인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에 보란 듯이 들어 있는 뒤쥭뒤쥭이란 표현 등이 그렇다. 교수님은 이걸 보며 한문은 그 당시라 해도 우리 언어를 번역기를 돌려써야만 하는 언어였던 거죠. 그런데 급한 상황일 땐 번역기를 돌리다가 잠깐 멈추곤 했습니다. 여기 쓰여 있는 한글들을 바로 그런 상황에서 대뜸 튀어나온 것이죠.”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늘 막고 품듯 알아야만 한다고 버거워하던 한문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고, 그들 또한 그런 언문불일치의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한 거라면 나도 그런 인간을 이해하는 심정으로 하나하나 익혀가면 되겠다는 깨달음이 들었다. 한문, 이거 정말 매력 있는 것이로구나.

 

 

이날 지진 대피 훈련이 있었다. 이런 광경은 아주 재미진 광경이다.  

 

 

 

욕심내지 말고 그렇게 한시를 맛들이듯

 

김형술 교수의 시간엔 역시 사람을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솔직히 잘하고 교수님이 원하는 대답을 바로 바로 하고 싶은데, 막상 현실은 그러질 못하니 말이다. 실력이 아무래도 떨어지다 보니, 그리고 아직 문장을 본 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축자식의 해석도 여전히 힘들고, 교수님이 원하는 내용들에 가닿기는 요원하기만 하다. 하긴 이제 시작한 마당에 벌써부터 실력이 있길 바란다면, 그것이야말로 도둑놈 심보일 테니 말이다. 41에서 둔세의 뜻을 물었는데 3, 4구를 잘못 해석하는 바람에 전혀 엉뚱한 대답을 했던 것이나, 42에서 중국학자가 이색을 폄하하며 맹자의 구절로 놀려줬던 걸, 이색도 같은 책의 구절로 멋지게 방어하고 한 방 먹인 얘기에서 인용구에 대한 이면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나 아직 많은 부분이 부족함을 실감해야 했다.

어차피 이 수업은 우리들이 직접 준비하고 발표하는 걸 기본으로 하기에 잘 준비해 와서 교수님이 여태껏 쌓아왔던 실력을 잘 흡입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려면 분명히 이것을 끌어안고 생각하고 고민해보는 무수한 시간들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잘하려 하지 말고, 그저 지금의 상황에 따라 천천히 이 상황 속으로 퐁당 빠져가며 그렇게 하면 된다.

 

 

김하라 교수님 수업 시간 전에 찍은 사진. 이 인원들은 김형술 교수 시간엔 대부분 나갔다. 다음엔 그 변화 양상을 한 번 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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