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최승로, 한유의 작법으로 시를 쓰다
凡爲詩, 意在言表含蓄有餘爲佳. 若語意呈露, 直說無蘊, 則雖其詞藻宏麗侈靡, 知詩者固不取矣.
淸河崔承老詩曰: ‘有田誰布穀, 無酒可提壺. 山鳥何心緖, 逢春謾自呼.’ 辭語淸絶, 意味深長, 頗得古人賦比之體.
昔韓昌黎「遊城南」作詩曰: ‘喚起窓全曙, 催歸日未西. 無心花裏鳥, 更與盡情啼.’
山谷云: “喚起·催歸, 二鳥名, 而若虛設, 故後人多不覺耳.” “然實有微意, 蓋窓已全曙, 鳥方喚起, 何其遲也; 日猶未西, 鳥已催歸, 何其早也. 二鳥無心, 不知同遊者之意乎! 更爲我盡情而啼, 早喚起而遲催歸, 可也. 至是然後, 知昌黎之詩有無窮之味, 而用意則精深也.”
布穀·提壺亦皆鳥名, 淸河此詩得韓法.
해석
凡爲詩, 意在言表含蓄有餘爲佳.
무릇 시를 짓는다는 것이란 뜻은 말 밖에 있고 함축은 넉넉한 것을 아름다움으로 여긴다.
若語意呈露, 直說無蘊,
만약 말의 뜻이 드러나 직설적으로 표현하되 숨긴 게 없다면,
則雖其詞藻宏麗侈靡,
비록 시어가 굉장하고 아름답고 풍성하고 화사할지라도
知詩者固不取矣.
시를 아는 사람은 일부러 취하지 않는다.
淸河崔承老詩曰: ‘有田誰布穀, 無酒可提壺. 山鳥何心緖, 逢春謾自呼.’
청하 최승로가 「우음(偶吟)」라는 시를 읊었으니 다음과 같다.
有田誰布穀 無酒可提壺 | 밭이 있지만 누가 곡식을 뿌리고 술이 없으니 술병을 끌 수 있으랴? |
山鳥何心緖 逢春謾自呼 | 산새 어떤 마음이기에 봄을 만나 부질없이 혼자 지저귀나? |
辭語淸絶, 意味深長,
시어가 맑고 독특하며 의미는 매우 커서
頗得古人賦比之體.
매우 옛사람 부비(賦比)의 작법을 터득했다.
昔韓昌黎「遊城南」作詩曰: ‘喚起窓全曙, 催歸日未西. 無心花裏鳥, 更與盡情啼.’
옛적에 한유가 「유성남(遊城南)」이라는 시를 지었으니, 그 시는 다음과 같다.
喚起窓全曙 催歸日未西 | 불러 깨울 땐 창은 온통 환했고 돌아가라 재촉할 땐 해는 아직 지지 않았지. |
無心花裏鳥 更與盡情啼 | 무심한 저 꽃 속의 새야, 다시 정을 다하여 울어주려무나. |
山谷云: “喚起·催歸, 二鳥名,
산곡(황정견)은 말했다. “환기(喚起)·최귀(催歸)는 두 새의 이름이니
而若虛設, 故後人多不覺耳.”
가설하여 말하였기에 후대 사람들이 많이 알아차리지 못했다”
“然實有微意,
또 말했다. “그러나 실제론 은미한 뜻이 있다.
蓋窓已全曙, 鳥方喚起, 何其遲也;
대게 창이 온통 환해졌는데 새가 그제야 울어 깨우니 너무 늦은 것이다.
日猶未西, 鳥已催歸, 何其早也.
해가 아직 지지 않았는데 새는 이미 돌아가라 재촉하니 너무 이른 것이다.
二鳥無心, 不知同遊者之意乎!
두 새는 무심하여 함께 노는 사람의 의중을 몰랐던 것이다!
更爲我盡情而啼,
다시 나를 위한 정을 다하여 울어주어
早喚起而遲催歸, 可也.
깨우기를 일찍하고 돌아가라 재촉함은 더디게 하는 게 옳다.
至是然後, 知昌黎之詩有無窮之味,
이렇게 해석한 후에야 한유 시가 무궁한 맛을 담고 있고
而用意則精深也.”
뜻을 쓰는 데엔 정밀하고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布穀·提壺亦皆鳥名,
‘포곡(布穀)·제호(提壺)’ 또한 다 새 이름으로,
淸河此詩得韓法.
최승로는 이 시로 한유의 작법을 터득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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