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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03.15 - 내가 이래서 한문을 끊을 수가 없다니까 본문

건빵/일상의 삶

20.03.15 - 내가 이래서 한문을 끊을 수가 없다니까

건방진방랑자 2020. 3. 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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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래서 한문을 끊을 수가 없다니까

 

임용 공부를 하면서 임용 시험을 위해 꼭 봐야만 하는 글들이 아닌 보고 싶고 알고 싶은 글들이 있다는 사실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그건 마치 학창 시절 때에 국어시험에 출제되니 봐야 했던 문학작품이 아닌, 태백산맥이나 혼불같은 대하소설을 보고 싶어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2010년엔 벌교에 갔었다. 문학관에 쓰여 있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해야만 하는 공부와 하고 싶어 하는 공부

 

왜 이게 행복한 일이냐면 예전에 임용 공부를 할 땐 이런 느낌은 느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땐 주어진 글들을 보기도 벅찼었고 그걸 어떻게든 해석해가기가 힘겨웠었다. 더욱이 2008년부터 3차로 진행되는 새 임용제도가 시행되면서 1차 시험은 객관식으로 출제되게 되었고 그에 따라 한문과 교수들은 공청회를 열어 시험 출제방식에 대해서 논의하며 각 영역별로 봐야할 작품을 정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그런 공청회를 통해 범위표를 만들었다 할지라도 실제 시험에선 그 작품들 외에서 출제되는 게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위표에 소개된 작품들의 수도 결코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문임용을 준비하는 누구나 마찬가지로 막연히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범위표에 수록된 작품들은 한 번씩이라도 보고 가야 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생긴 것이다. 이런 상황이나 한문 작품이란 내가 보고 싶어 본다는 건 애초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전에 이미 봐야 할 작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봐야 할 작품은 많고 시간은 부족한 상황이 늘 펼쳐지며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징하게 공부하고 싶던 요즘. 맘껏 공부할 수 있으니 어찌보면 가장 행복한 시기인 셈  

 

 

그랬던 과거의 경험이 있던 까닭에 지금처럼 보고 싶은 작품’, ‘알고 싶은 작품이 있다는 사실이 더욱 더 행복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어제까지 늘 하고 싶었던 禮記에 수록된 大學學記, 呂氏春秋에 수록된 尊師의 해석을 마쳤다. 중용논어맹자2018년에 공부를 시작하면서 바로 마쳤었는데 大學은 이상하게도 손이 가지 않아 四書 중 유일하게 공부하지 않고 빈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니 언제든 그게 생각날 때마다 마치 밥을 먹고 양치질을 안 한 것 같은 찝찝한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케케묵은 과제였던 것을 3일 동안 공부하며 마침내 해석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사서를 모두 마무리 지을 수 있었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이렇듯 공부하고 싶은 게 있어서 하나씩 이렇게 공부를 해나가는 재미가 지금은 있다. 그래서 한문공부를 하며 버겁고 힘겹다는 느낌이 들기보다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며 나만의 공부목록이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신나기만 한다.

 

 

정말 좋은 책이다. 볼 때마다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좋은 책.  

 

 

 

두 가지 공부의 속성

 

누군가는 이런 식의 공부법을 보면서 왜 쓸데없는 것을 공부하고 있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물론 2018년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을 때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임용시험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공부만을 할 것인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보며 한문에 대한 감을 키워갈 것인가 하는 고민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 여러 생각 끝에 후자의 방식을 택했고 그걸 2년 동안 견지하며 공부를 해본 결과 이 방법 또한 잘못된 것은 아님을 알게 됐다. 아니, 오히려 다시 한문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지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 한문공부의 참맛을 알게 한다는 점에서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 결과 2019년엔 초역 카테고리’, ‘국역 게시판’, ‘한문어휘사전’, ‘일일 공부장고 같은 다채로운 실험을 해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깨닫게 되는 건 하나하나 끝내는 것의 의미였다. 일례로 기출문제를 문서로 만들고 나만의 답안까지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자. 지금껏 출제된 한문 임용 기출문제는 너무도 많다. 그러니 이 생각을 실천하려면 몇 달 프로젝트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첫 시작은 작년 316일에 했지만 중간에 열정이 한풀 꺾이며 무기한 연기하게 됐다. 그러다 중간 정도에 맘을 다잡게 됐고 결국 객관식으로 출제된 부분만 빼놓고는 모든 기출문제를 921일에 마무리 지었다. 지나고 난 다음에 생각해보면 기출문제를 만들고 싶다라는 작은 생각은 하나의 가능성을 시작하게 만들었고 무려 6개월이란 시간이 흘러서야 마무리 짓게 만들었으니, 이것이야말로 공부의 속성인 시간을 들여라라는 걸 제대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공부의 꿈을 키워가고 맘껏 공부할 수 있는 임고반에서 2019년의 여름나기를 하는 중.

 

 

그런데 여기서 끝나는 건 결코 아니다. 위에서 잠깐 말했다시피 1차는 객관식 시험으로, 2차는 서술식과 논술식 시험으로 출제된 2009학년도 시험부터 2013학년도 시험까지 총 5회차 기출문제가 빠져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이걸 굳이 보지 않는다고 해도 크게 이상할 건 없지만 이미 그 시험 외에 다른 걸 다 마치고 보니 그제야 그것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920부터 이 또한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임용 1차 시험2주 앞둔 1110일에야 5회차 기출문제도 모두 업로드할 수 있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건 하나를 마치면 다른 길이 열린다는 공부의 두 번째 속성이다.

이처럼 공부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해나가야 하며 그렇게 하나를 마치고 나면 그 전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그 너머의 것들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생기며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있기 때문인지 浦渚先生集에 나온 아래의 글이 확 와 닿았다. 내가 이래서 한문을 끊을 수가 없다니까^^ 과연 올해는 어떤 공부의 자기장으로 휩쓸려 들어갈까? 기대되고 설렌다.

 

 

배워 공부하는 방법은 길을 걷는 것 같으니, 기약한 목적지가 비록 멀더라도 만약 걷기를 그치지 않는다면 스스로 마땅히 목적한 곳에 이를 테지만, 만약 그치고서 걷질 않는다면 비록 매우 가까운 거리라도 어찌 이를 수 있으리오.

爲學工夫如行路, 所期雖遠, 若行之不已, 則自當至於其處, 若止而不行, 則雖至近之地, 何能至乎? -浦渚先生集卷之二十四

 

 

그래 한 걸음씩 걸어보는 거야, 하나씩 해보는 거야.

 

 

인용

지도

20년 글

임용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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