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법치보다 덕치를 말하다
子曰: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 音導, 下同.
○ 道, 猶引導, 謂先之也. 政, 謂法制禁令也. 齊, 所以一之也. 道之而不從者, 有刑以一之也. 免而無恥, 謂苟免刑罰. 而無所羞愧, 蓋雖不敢爲惡, 而爲惡之心未嘗忘也.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禮, 謂制度品節也. 格, 至也. 言躬行以率之, 則民固有所觀感而興起矣, 而其淺深厚薄之不一者, 又有禮以一之, 則民恥於不善, 而又有以至於善也. 一說, 格, 正也. 『書』曰: “格其非心.”
○ 案, 格之爲字, 首見于『堯典』 “格于上下者” 謂上感天心, 下感民心也.
○ 愚謂政者, 爲治之具. 刑者, 輔治之法. 德禮則所以出治之本, 而德又禮之本也. 此其相爲終始, 雖不可以偏廢, 然政刑能使民遠罪而已, 德禮之效, 則有以使民日遷善而不自知. 故治民者不可徒恃其末, 又當深探其本也.
○ 『禮記』 「緇衣」曰: “夫民敎之以德, 齊之以禮, 則民有格心. 敎之以政, 齊之以刑, 則民有遯心. 故君民者, 子以愛之, 則民親之; 信以結之, 則民不倍; 恭以涖之, 則民有孫心.”
해석
子曰: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인도하기를 정치로 하고 가지런히 하기를 형벌로 하면 백성들이 형벌을 받진 않지만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道, 音導, 下同.
○ 道, 猶引導, 謂先之也.
도(道)는 인도하는 것과 같으니, 앞서서 하는 것을 말한다.
政, 謂法制禁令也.
정(政)은 법제와 금령을 말한다.
齊, 所以一之也.
제(齊)는 획일화시키는 것이다.
道之而不從者, 有刑以一之也.
인도하여 따르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여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免而無恥, 謂苟免刑罰. 而無所羞愧,
면이무치(免而無恥)는 구차하게 형벌을 면했지만 부끄러움이 없다는 말이니,
蓋雖不敢爲惡,
대개 비록 감히 악을 행하진 않지만
而爲惡之心未嘗忘也.
악을 행하려는 마음이 일찍이 없진 않은 것이다.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인도하기를 덕(德)으로 하고 가지런히 하길 예(禮)로 하면 부끄러워함이 있고 또 선(善)에 이르게 된다.”
禮, 謂制度品節也. 格, 至也.
예(禮)는 제도와 품절을 말한다. 격(格)은 이른다는 것이다.
言躬行以率之,
몸소 행동하여 솔선수범하면
則民固有所觀感而興起矣,
백성들이 진실로 보고 느끼는 게 있어 감흥하여 일어서게 된다.
而其淺深厚薄之不一者,
그리고 깊거나 옅거나 두텁거나 얇거나 하여 한결 같지 않은 사람들을
又有禮以一之,
또한 예로써 통일시키면
則民恥於不善, 而又有以至於善也.
백성들이 선하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또한 선에 이르게 된다.
一說, 格, 正也.
일설에 격(格)은 바르게 한다는 뜻이라 하니,
『書』曰: “格其非心.”
『서경』에 “그릇된 마음을 바로잡는다.”라고 했다.
○ 案, 格之爲字,
『논어고금주』에서 말했다. “내가 생각하기로 격(格)이라는 글자는
首見于『堯典』 “格于上下者”
먼저 『요전』에서 ‘위아래에 감격시킨다.’라고 보여지니,
謂上感天心, 下感民心也.
위로 천심을 감격시키고, 아래로 백성의 마음을 감격시킨다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격(格) | |
고주(古註) | 주희(朱熹) |
바로잡는다[格正也]. | 선함에 이른다[格至也]. |
다산(茶山) | 카이즈키 시게키(具塚茂樹) |
감격하게 된다[格感也]. | 군주에게 심복하여 돌아온다[格來也]. |
○ 愚謂政者, 爲治之具. 刑者, 輔治之法.
내가 생각하기로 정(政)이란 다스림의 도구요, 형(刑)은 다스림을 보조하는 법이며,
德禮則所以出治之本, 而德又禮之本也.
덕예(德禮)는 다스림이 나오는 근본이고, 덕(德)은 또한 예(禮)의 근본이다.
此其相爲終始, 雖不可以偏廢,
이것이 서로의 끝과 시작이 되어 비록 한 쪽도 없앨 순 없지만
然政刑能使民遠罪而已,
정형(政刑)은 백성으로 하여금 죄에서 멀어지게 할 뿐이고,
德禮之效,
예덕(德禮)의 효과는
則有以使民日遷善而不自知.
백성으로 하여금 날로 선으로 옮겨가게 하면서도 스스로 알지 못하게 한다.
故治民者不可徒恃其末,
그러므로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한낱 그 말단을 믿어선 안 되고
又當深探其本也.
또한 마땅히 깊이 그 근본을 탐구해야 한다.
○ 『禮記』 「緇衣」曰: “夫民敎之以德, 齊之以禮,
『예기』 「치의」에서 말했다. “백성을 가르치길 덕으로 하고 가지런히 하길 예로 하면
則民有格心.
백성이 당당한 마음이 생기고,
敎之以政, 齊之以刑,
가르치길 정치로 하고 가지런히 하길 형벌로 하면
則民有遯心.
백성이 꺼림칙한 마음이 생긴다.
故君民者, 子以愛之, 則民親之;
그러므로 임금이 자식처럼 그를 사랑하면 백성들이 임금을 친하게 여기고,
信以結之, 則民不倍;
임금이 미더움으로 그들을 결속시키면 백성들이 배반치 않고
恭以涖之, 則民有孫心.”
공경함으로 그들에게 가면 백성들이 공손한 마음이 생긴다.
논어(論語) | 예기(禮記) | |
정형(政刑) | 민면이무치(民免而無恥) | 둔심(遯心) |
덕례(德禮) | 유치차격(有恥且格) | 격심(格心) |
○ ‘논어’ 위정(爲政)편에는 정치의 원칙과 방법에 관한 내용이 많다. 이 글에서는 정령(政令)과 형벌(刑罰)이 아니라 덕(德)과 예(禮)를 정치의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였다.
도(道)는 인도할 도(導)와 같다. 도(道)가 더 옛날 글자라면 도(導)는 조금 새로운 글자인데, 같은 맥락에서 같은 의미로 사용할 수 있다. 之는 글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다스림의 대상인 백성을 말한다. 이(以)는 수단이나 방법의 뜻을 나타낸다. 덕(德)은 득(得)이란 글자와 관련이 있다.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자기 자신에게 체득(體得)한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정치가의 윤리적 덕목을 가리킨다. 공자는 위정(爲政)편의 처음에서도 ‘정치를 하는 데 있어 덕으로 한다’라는 뜻의 ‘위정이덕(爲政以德)’을 강조하였다.
제(齊)는 가지런히 한다는 뜻으로, 조화시켜 정돈하며 통제하는 일을 뜻한다. 예(禮)는 각 사물이 마땅히 그러하여야 할 도리(道理)나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요구되는 질서(秩序)를 뜻한다. 치(恥)는 양심에 비추어 부끄럽게 여기는 일을 뜻한다. 유치(有恥)란 곧 수치(羞恥)의 마음을 지니는 것을 말한다. 차(且)는 또한 그리고의 뜻이다. 격(格)은 이를지(至)로 풀이한다. 곧 선(善)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유학은 정치의 근본을 덕(德)에 두는 덕치주의(德治主義)와 정치의 수단을 예(禮)에 두는 예치주의(禮治主義)를 중시했다. 둘이 결합하는 정치가 왕도정치(王道政治)이다. 성호 이익은 사회가 혼란할 때는 이 정치론이 효과를 볼 수 없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백성을 지배의 대상으로 보는 종래의 관점은 현대 민주주의와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령(政令)과 형벌(刑罰)보다 윤리적 덕목과 공공의 질서를 존중하는 정치 원리는 여전히 현대에도 의미를 지닌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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