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있는 것만을 시어로 써야 한다
아언지하(雅言指瑕)
정약용(丁若鏞)
我邦獸而無猿, 木而無桂.
然李奎報詩, ‘半壁夕陽飛鳥影, 滿山秋月令猿聲’ 卞季良詩, ‘晴澗束薪隨野老, 秋林摘實共寒猿’ 金時習詩, ‘春山無伴獨行時, 猿狖雙雙先後隨’ 鄭唯吉詩, ‘長懷叢桂無歸日, 擊節高吟字字珍’ 奇遵詩, ‘蕭蕭楓桂林, 一夕容顔衰’等語, 隨手使用, 若固有之.
若使中國人見之, 將求猿而徵桂矣, 何以應之? 『與猶堂全書』 補遺
해석
我邦獸而無猿, 木而無桂.
우리나라엔 짐승 중에 원숭이가 없고 나무 중에 계수나무가 없다.
然李奎報詩, ‘半壁夕陽飛鳥影, 滿山秋月令猿聲’
그러나 이규보의 시는 다음과 같고
半壁夕陽飛鳥影 | 벽 반쯤 석양 때문에 새 그림자 날고 |
滿山秋月冷猿聲 | 산 가득한 가을 달 때문에 원숭이 소리 시리지. |
卞季良詩, ‘晴澗束薪隨野老, 秋林摘實共寒猿’
변계량의 시는 다음과 같으며
晴澗束薪隨野老 | 갠 시내에서 땔나무 묶고서 들판의 노인을 따르고 |
秋林摘實共寒猿 | 가을 수풀에선 열매 따서 애통한 원숭이와 공유한다네. |
金時習詩, ‘春山無伴獨行時, 猿狖雙雙先後隨’
김시습의 시는 다음과 같고
春山無伴獨行時 | 봄산에서 도반 없이 홀로 다닐 적에 |
猿狖雙雙先後隨 | 잔나비는 쌍쌍이 앞뒤로 따르네. |
鄭唯吉詩, ‘長懷叢桂無歸日, 擊節高吟字字珍’
정유길의 시는 다음과 같으며
長懷叢桂無歸日 | 길이 은거지에서 돌아오지 않을 걸 생각하며 |
擊節高吟字字珍 | 무릎 치면서 높이 읊조리노라니 한 자 한 자 보배로구나. 『林塘遺稿』 上 |
奇遵詩, ‘蕭蕭楓桂林, 一夕容顔衰’等語,
기준의 시는 다음과 같으니,
蕭蕭楓桂林 一夕容顏衰 | 쓸쓸한 단풍나무와 계수나무 숲에서 하루 저녁에 얼굴 쇠했네. |
隨手使用, 若固有之.
손 가는 대로 사용하여 마치 진실로 우리나라에 원숭이와 계수나무가 있는 것만 같다.
若使中國人見之, 將求猿而徵桂矣,
만약 중국사람에게 이 시를 보여줘 장차 우리나라에서 원숭이를 찾고 계수나무를 징험하려 한다면,
何以應之? 『與猶堂全書』 補遺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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