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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51. 소화시평이 준 공부의 변화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51. 소화시평이 준 공부의 변화

건방진방랑자 2021. 10. 2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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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시평이 준 공부의 변화

 

 

소화시평권하 51권하 50에서 봤던 글과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이번 글을 보기 이전에 50번 글과 함께 보면 무슨 내용인지 더 이해하기가 쉽다.

 

본문의 내용을 이야기하기 전에 잠시 과거 회상을 해보려 한다. 예전에 임용을 공부하던 시기에도 한시는 여러 편 봤었고 시화도 파한집(破閑集), 성수시화(惺叟詩話)를 보긴 했었다. 그땐 그게 공부하는 방식이라 생각했고 임용고시를 위해 잘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그 당시를 회고해보면 한계가 있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게 된다.

 

그 한계란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모든 그저 눈으로만 보고 피상적으로 이해된 것을 마치 잘 이해한 것처럼 착각했다는 것이다. 여러 편의 한시를 읽어봐도 도무지 이게 왜 좋다는 건지, 어느 부분이 사람들을 감동시킨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일상적인 사찰의 분위기를 읊는다던지, 일상에서 으레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한다던지 하는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한시에 대한 이해도 전무한 상태에서 시화집을 읽었으니, 어떤 방식으로 읽었을지는 뻔하다. 그건 그저 본문이 잘 해석되는지만 보기 위한 것이었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저자는 왜 그런 식으로 시들을 평가했는지 제대로 음미해보려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거기엔 임용시험을 보기 위해선 너무도 많은 원문을 읽어야 하기에, 그런 식으로 비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음미해보려 하는 것, 제대로 보고자 하는 것 그 모든 게 분명히 공부를 하는 것임에도 그렇게 하는 걸 시간이 아깝다고만 생각했으니 공부가 미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둘째는 한문이란 게 한 번 해석이 됐다고 해서 제대로 알게 된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해석이 된 것과 이해된 것 사이엔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그건 누구나 한글로 써진 책을 읽을 수는 있지만 읽은 내용을 요약하거나 그 내용을 통해 다른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처럼 그 당시엔 한문이 해석되느냐에만 초점을 뒀지 이해하거나 알게 된 내용을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보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다. 그러니 공부가 끝나고 난 뒤엔 그래도 원문 하나라도 해석했으니 오늘은 뜻깊게 보낸 거다라는 생각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당연히 안다. 그건 박지원이 영처고서(嬰處稿序)에서 강하게 비판하고 있듯이 수박 겉핥기[外舐水匏]’, ‘후추 통째로 삼키기[全呑胡椒]’일 뿐이니 말이다. 예전에 단재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수많은 여행을 다니며 입버릇처럼 아이들에게 하던 얘기가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여행을 다녀와선 자신만의 기록을 남겨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뭇 여행처럼 어디에 다녀왔다는 정도의 자기자랑에만 그칠 뿐, 여행이 나란 존재를 어떻게 휩쓸고 지나갔는지, 그리고 그때 난 어떤 느낌이었고 뭘 알게 됐는지 순식간에 사라진다.’라는 것이다. 그 당시에 여러 여행을 다니며 알게 된 사실은 여행을 다녀왔다는 정도의 감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여행을 다시 상기하며 하나하나 기록해나가는 과정 속에 그 당시 어렴풋하게 느껴졌던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그럴 때 여행의 의미가 확실히 살아난다는 점이었다. 그처럼 공부도 단순히 해석해봤다거나 모르는 걸 알게 됐다는 걸 넘어서 그걸 내 존재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이 사라지면 단순히 공부는 실컷 했지만 하나도 모르겠다는 절망감만 싹트게 된다. 과거에 공부했던 방식의 한계는 바로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2009년 스터디멤버들과 모악산을 올랐다.  그래도 힘든 시기에 버티게 도와준 인연들. 

 

 

 

작년 한 해 한문공부를 해보겠다고 좌충우돌하면서 바로 위와 같은 한계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당연히 공부하는 방식에도 엄청난 변화가 따랐다. 그 중 첫째는 더 이상 효율 운운하며 많은 원문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하나 하나 원문을 보다가 연관된 다른 내용이 있으면 그 원문을 찾아 자연스레 보게 된 점이다. 이를 테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공부법이다.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체계도 없고 큰 틀도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나에겐 딱 맞는 공부법이란 생각이 든다. 예전엔 컴퓨터가 지금처럼 이렇게 쉽게 쓸 수 있지도 않았고, 스마트폰으로 DB도 쉽게 볼 수 있지 않아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자료집을 가지고 해나가는 방식을 택해야 했지만 이젠 언제든 찾고자 하는 원문을 바로 찾을 수 있고 고전번역원DB에도 많은 자료들이 축적되어 있어 접근성 또한 좋아졌다. 이런 상황이니 공부하는 과정 속에 생기는 의문을 그대로 품은 채 여러 다종다양한 자료들은 참고하며 공부하면 그만인 것이다.

 

이렇게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변화가 따랐다. 둘째는 바로 그렇게 공부한 내용들을 나만의 언어와 나만의 이행방식으로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전문적으로 연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식엔 허점도 있고 오류도 있지만 지금 나의 이해방식이니 그걸 그대로 노출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좀 더 공부하는 내용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고 다시 풀어쓰는 과정을 통해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 방식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소화시평을 공부하고 난 후에 이런 방식으로 적어나가는 것이다. 소화시평 정리방식도 어느덧 1년 여를 진행해오면서 크게 세 번 정도 변화가 뒤따랐지만 그 내용도 한 편의 글로 쓸 수 있는 내용이기에 나중에 별도의 글로 변화과정과 공부정리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써보도록 하겠다.

 

이런 변화들을 통해 올해도 지금부터 공부를 하고 있으니 하루하루 공부하는 맛도 있고 정리해나가는 즐거움도 있다. 한문공부가 즐겁다고 한다면, 바로 이 두 가지 변화에 따라 자연히 생겨난 감정들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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