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경쇠소리 한 번 울리는 동안 시를 지은 홍석기
洪晩洲錫箕, 天才敏捷, 操筆賦詩, 泉湧河懸, 略無停滯, 人不可及.
嘗遊松岳雲居寺, 與諸友夜坐, 一友謂洪曰: “君能擊磬一聲, 聲未了, 賦一詩乎?” 仍以「月夜聞琵琶」爲題, 以聞ㆍ雲ㆍ君爲韻, 擊磬而出示之.
洪卽應口而對曰: “千秋哀怨不堪聞, 落月蒼蒼萬壑雲. 莫向樽前彈一曲, 東方亦有漢昭君.”
蓋是時義順公主, 新嫁燕京故云, 一座吐舌歎賞.
해석
洪晩洲錫箕, 天才敏捷.
만주 홍석기【홍석기(洪錫箕): 본관은 남양(南陽)이며, 자는 원구(元九), 호는 만주(晩洲)로 홍석주의 형이다】는 천부적 자질이 민첩했다.
操筆賦詩, 泉湧河懸,
붓을 잡고 시를 지을 적엔 샘물이 솟구치는 듯 큰 강물이 매달린 듯하여
略無停滯, 人不可及.
조금도 정체됨이 없었으니, 남들이 미칠 수가 없었다.
嘗遊松岳雲居寺, 與諸友夜坐,
일찍이 송악 운거사에 유람할 적에 여러 벗들과 밤에 앉아 있는데
一友謂洪曰: “君能擊磬一聲,
한 벗이 홍석기에게 말했다. “그대는 경쇠를 쳐서 한 소리가
聲未了, 賦一詩乎.”
끝나지 않았는데도 하나의 시를 지을 수 있는가?”
仍以「月夜聞琵琶」爲題,
질문을 한 다음에 이어서 「달밤에 비파소리를 듣고[月夜聞琵琶]」를 제목으로 삼고
以聞ㆍ雲ㆍ君爲韻, 擊磬而出示之.
문(聞)ㆍ운(雲)ㆍ군(君)을 운자로 해서 경쇠를 칠 때 내어 보여줬다.
洪卽應口而對曰: “千秋哀怨不堪聞, 落月蒼蒼萬壑雲. 莫向樽前彈一曲, 東方亦有漢昭君.”
홍석기가 곧 입에서 나오는 대로 대답했으니 다음과 같다.
千秋哀怨不堪聞 | 천추토록 애절한 원망 차마 듣질 못하겠는데, |
落月蒼蒼萬壑雲 | 지는 달이 희끄무레한데다 온 골짜기엔 구름까지 꼈네. |
莫向樽前彈一曲 | 술잔 앞을 향하여 한 곡조도 타지 마시라. |
東方亦有漢昭君 | 동방에도 또한 한나라 왕소군이 있으니. |
蓋是時義順公主, 新嫁燕京故云,
대개 이때에 의순공주【의순공주(義順公主): 조선 효종의 양녀(?~1662). 중국 청나라 순치제의 섭정 왕인 도르곤에게 시집을 갔다가, 도르곤이 사망한 후 1652년에 조선으로 돌아와서 사망하였다】가 연경으로 시집을 갔기 때문에 그래서 이렇게 읊은 것이니,
一座吐舌歎賞.
온 좌석에서 혀를 내둘렀고 감탄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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