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홍석기의 시
余嘗病肺杜門, 東溟鄭丈携任休窩來問. 時柏谷ㆍ晩洲亦至, 余命進酒, 仍致數三女樂謳彈. 酒酣, 諸公或賦或歌, 竟夕而罷.六七年來, 東溟·休窩, 相繼淪沒, 栢谷·晩洲, 皆流落鄕土.
一日晩洲來訪, 贈余一律曰: ‘吾儕行樂向來多, 玄鬢蒼顔間綺羅. 栢谷風標元不俗, 豊山才格亦同科. 波瀾浩蕩任公筆, 天地低昻鄭老歌. 聚散存亡還七載, 逢君今日意如何.’ 感古傷今, 情溢於辭, 讀之令人隕涕.
豐山, 卽余姓貫也.
해석
내가 일찍이 폐에 병 들어 문을 닫고 있었는데 동명 정선생이 휴와 선생을 데리고 병문안을 왔다.
이때 백곡과 만주 또한 왔기에 나는 술을 내오라 명하고 몇 명의 기녀로 악기 타고 노래하며 타게 하였다.
酒酣, 諸公或賦或歌, 竟夕而罷.
술이 거나해지자 여러 사람들이 혹은 시를 짓고 혹은 노래하다가 마침내 저녁이 되어 끝났다.
六七年來, 東溟·休窩, 相繼淪沒, 栢谷·晩洲, 皆流落鄕土.
6~7년 이래로 동명(東溟)과 휴와(休窩)는 서로 이어 돌아가셨고 백곡(栢谷)과 만주(晩洲)는 모두 시골로 낙향했다.
一日晩洲來訪, 贈余一律曰: ‘吾儕行樂向來多, 玄鬢蒼顔間綺羅. 栢谷風標元不俗, 豊山才格亦同科. 波瀾浩蕩任公筆, 天地低昻鄭老歌. 聚散存亡還七載, 逢君今日意如何.’
하루는 만주(晩洲)가 내방해서 나에게 다음 한 편의 율시를 주었다.
吾儕行樂向來多 | 우리 무리들의 행락이 예전엔 한창이라 |
玄鬢蒼顔間綺羅 | 검은 머리 푸른 얼굴 사이에 기녀들 있었지. |
栢谷風標元不俗 | 백곡의 풍모는 원래 속되지 않았고 |
豊山才格亦同科 | 풍산의 재주와 격조가 또한 등차가 없었네. |
波瀾浩蕩任公筆 | 파도의 호탕함은 임공의 붓이고 |
天地低昻鄭老歌 | 천지의 낮아지거나 높아짐은 정 노인의 노래였지. |
聚散存亡還七載 | 모이고 헤어지고 살고 죽고 다시 7년의 시간 |
逢君今日意如何 | 그대 만난 오늘 기분 어떠한가? |
感古傷今, 情溢於辭, 讀之令人隕涕.
옛날을 그리고 지금을 속상해하는 정이 말보다 넘쳐나니 그걸 읽으면 사람에게 눈물 흘리게 한다.
豐山, 卽余姓貫也.
풍산은 곧 나의 본관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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