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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XI. 의미와 자유 - 3. 조건적 자유의 이념, 장자가 생각하는 자유 본문

고전/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XI. 의미와 자유 - 3. 조건적 자유의 이념, 장자가 생각하는 자유

건방진방랑자 2021. 7. 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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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건적 자유의 이념

 

 

1. 장자가 생각하는 자유

 

 

북쪽 바다에 물고기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 물고기의 이름은 곤()이다. 곤의 둘레는 몇 천 리인지를 알지 못할 정도로 컸다. 그것은 변해서 새가 되는데, 그 새의 이름은 붕()이다. 붕의 등은 몇 천 리인지를 알지 못할 정도로 컸다. 붕이 가슴에 바람을 가득 넣고 날 때, 그의 양날개는 하늘에 걸린 구름 같았다. 그 새는 바다가 움직일 때 남쪽바다로 여행하려고 마음먹는다.

北冥有魚, 其名爲鯤. 鯤之大, 不知其幾千里也. 化而爲鳥, 其名爲鵬. 鵬之背, 不知其幾千里也. 怒而飛, 其翼若垂天之雲. 是鳥也, 海運則將徙于南冥.

 

() 물의 부피가 충분히 크지 않으면, 그 물은 큰 배를 실어 나를 수 있는 힘이 부족하게 된다. 당신이 한 사발의 물을 바닥의 움푹한 곳에 부으면, 갈대는 그곳에서 배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곳에 큰 사발을 띄우려 한다면, 그것은 바닥에 붙어버릴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의 배는 그런 얕은 물에 비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바람의 부피가 충분히 크지 않으면, 그것은 커다란 양 날개를 실어 나를 수 있는 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새가 구만 리를 날아올라 자신의 밑에 바람을 두었을 때에만, 그 새는 자신의 무게를 바람에 얹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새는 남쪽으로 자신의 여정을 시작하려면, 자신의 등에 푸른 하늘을 지고 앞에 명료한 시야를 얻어야만 한다.

() 且夫水之積也不厚, 則其負大舟也無力. 覆杯水於坳堂之上, 則芥爲之舟. 置杯焉則膠, 水淺而舟大也. 風之積也不厚, 則其負大翼也無力. 故九萬里則風斯在下矣, 而後乃今培風; 背負靑天而莫之夭閼者.

 

() 메추라기가 그것을 비웃으며 말했다. “그는 어디로 가려고 생각하는가? 나는 뛰어 위로 날며, 수십 길에 이르기 전에 숲풀 사이에서 (자유롭게) 날개를 퍼덕거린다. 그것이 우리가 날 수 있는 가장 높은 것인데, 그는 어디로 가려고 생각하는가?”

() 蜩與鷽鳩笑之曰: “我決起而飛, 搶楡枋, 時則不至而控於地而已矣, 奚以之九萬里而南爲?”

 

 

방금 읽어본 긴 이야기는 장자를 넘기면 제일 처음에 나오는 소요유(逍遙遊)편에 실려 있는 유명한 대붕의 이야기. 보통 사람들이나 전문적인 연구자들도 모두 이 대붕 이야기는 장자가 생각했던 자유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지금도 흔히 대붕의 큰 뜻을 잡새들이 어찌 알겠는가!’라는 말이 관용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다시 말해 대붕의 커다란 자유를 보잘것없는 작은 새들이 어떻게 짐작이라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처럼 대붕 이야기는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읽혀 왔다. 그러나 이런 이해는 과연 옳은가? ‘대붕 이야기를 직접 읽어보면 우리는 이런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자유를 장자가 대붕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없다. 오히려 대붕은 대붕이 되기까지 너무나 지루하고 힘든 과정을 거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대붕이 되어서도 남쪽으로 날기까지는 너무나 많은 외적 조건들을 갖추어야만 한다. 더군다나 대붕은 원래 자기동일적으로 대붕이 아니라 곤이라는 물고기로부터 변형되어 나온 것이다.

 

장자소요유편을 시작하는 그 유명한 대붕 이야기는 분명 자유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같은 관념적이고 상상적인 자유, 혹은 정신적인 자족의 경지로 이해되는 자유 관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우리가 이미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장자가 권고하고 있는 자유는 주체가 새로운 의미를 생산함으로서 주체 자신을 다르게 변형시킬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자유다. 이런 이해에 따르면 곤이란 물고기가 이전의 주체 형식을 상징한다면, 대붕이라는 커다란 새는 새로운 주체 형식을 상징하는 것이다. 또한 곤이라는 물고기가 놀았던 바다가 이전의 대상 형식이었다면, 대붕이 자신의 날개를 휘젓는 높고 훤히 트인 하늘은 새로운 대상 형식을 상징하는 것이다. 동일한 여성이 후배 여사원에서 사랑하는 연인으로 변한다는 것은 선배 남자사원이 사랑하는 주체가 된다는 것과 동시적인 사태이고, 어떤 돌덩이가 놀이 공간에서 고인돌로 변한다는 것은 어린아이가 어른으로 변한다는 것과 동시적인 사태인 셈이다.

 

 

 

 

인용

목차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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