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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사, 목릉성세의 풍요와 화미 - 7. 난중의 명가(차천로)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사, 목릉성세의 풍요와 화미 - 7. 난중의 명가(차천로)

건방진방랑자 2021. 12. 21.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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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천로(車天輅, 1556 명종11~1615 광해군7, 復元, 五山)는 조선중기의 문신, 문학가로 서경덕(徐敬德)의 문인이다. 아버지 식(), 동생 운로(雲輅)와 함께 삼소(三蘇)로 병칭되기도 하였으며 가사(歌辭)와 서예에도 뛰어났다. 명나라에 보내는 대부분의 외교문서를 그가 작성하여 명나라 사람들로부터 동방문사(東方文士)라는 칭호를 받았으며 속작(速作)에 뛰어났다고 한다. 특히 시에 능하여 한호(韓濩)의 글씨, 최립(崔岦)의 문장과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로 일컬어졌다.

 

이수광(李睟光)은 차천로의 문장을 평하여 기상이 웅건(雄健)하고 기장(奇壯)하여 정련(精鍊)에 힘쓰지 않아 장강(長江)과 대해(大海)가 쏟아져 내려도 더욱 다하지 않는 것과 같았으며 대우(對偶)의 시문에 특히 장기를 보였다고 하였다. 그는 시문의 조탁보다는 웅혼한 기상의 표출에 진력하여 고려시대의 거필(巨筆)이규보(李奎報) 이후 제일인이라고 칭송을 받기도 하였다.

 

스스로 만리장성에 종이를 붙여놓고 나로 하여금 붓을 내달리게 한다면 성이 다할지라도 나의 시는 다하지 않을 것이다라 하여 그의 도도하고 무궁한 시재를 자부하기도 하였다. 일본에 사신가서 남긴 4~5천수의 시와 이여송(李如松)을 환송하면서 하루밤에 쓴 칠언배율과 칠언율시 각각 백 수 등도 그의 속필(速筆)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으로 많은 칭상을 받았다. 오산은 대체로 절구나 율시보다는 배율같은 장편에 특장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기아(箕雅)에 실려있는 차천로(車天輅)제영월루(題詠月樓)를 본다.

 

愁來徙倚仲宣樓

시름 속에 왕찬(王粲)의 누대에 옮겨 기대니

碧樹凉生暮色遒

푸른 나무에 서늘한 기운 일고 저녁 빛 다가오네.

鼇背島空風萬里

자라 등 같은 바다에는 만리 바람 불어오고

鶴邊雲散月千秋

학의 날개 같은 구름 다한 곳에 천년의 달 걸렸네.

天連魯叟乘桴海

하늘은 한나라 사신이 뗏목타던 길에 이어졌고

地接秦童採藥洲

땅은 진나라 시동들이 약초 캐던 섬에 닿아 있네.

長嘯一聲凌灝氣

긴 파람 한 소리로 천지기운을 압도하니

夕陽西下水東流

석양은 서쪽으로 지고 강물은 동으로 흐르네.

 

영월루는 강원도 간성군에 있는 누대이다. 이 시는 오산이 명천(明川)에 유배가서 지은 시와 함께 그의 웅혼한 시상을 잘 보여준다. 허균(許筠), 명천에 유배가서 지은 바람결에 성난 소리 발해에서 들려오고, 눈발 속에 근심스런 얼굴로 음산한 산을 바라보네[風外怒聲聞渤海, 雪中愁色見陰山].’를 웅혼한 기상이 깃든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한 바 있거니와, 제영월루(題詠月樓)시도 이에 못지않게 시상이 시공을 초월하는 광대한 규모를 갖추고 있다. 가시적인 물경의 묘사에서 시작하여 천지자연의 기운을 압도하는 자신의 호연지기(浩然之氣)로 시상을 급전하여 묘미를 더해주고 있다.

 

 

김택영(金澤榮)오산(五山)의 시가 호건(豪健)함을 위주로 했다는 시평을 거부하고 때때로 섬연(纖姸)한 시작(詩作)도 있다고 평했다. 다음의 강야(江夜)시는 이러한 시세계의 단면을 명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夜靜魚登釣 波淺月滿舟

밤이 고요하여 고기는 낚싯대에 오르고 물결 잔잔하여 달빛이 배에 가득차네.

一聲南去雁 嗁送海山秋

한 소리 강남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바다와 산의 가을을 울며 보내네.

 

이 시는 마치 한 편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밤에 달빛을 받으면서 고기를 낚는 유유자적한 모습과 강남으로 날아가는 기러기의 모습이 눈에 선연하게 그려져 있다. 전편이 핍진한 사경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면서도 바깥짝 두 구 속에 향숙(鄕愁)의 정을 가탁하는 솜씨가 뛰어나다.

 

 

 

 

인용

목차 / 略史

우리 한시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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