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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사, 조선후기의 황량과 조선시의 자각 - 3. 기속시인의 낭만(신광수)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사, 조선후기의 황량과 조선시의 자각 - 3. 기속시인의 낭만(신광수)

건방진방랑자 2021. 12. 2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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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광수(申光洙, 1712 숙종38~1775 영조51, 聖淵, 石北)는 미미한 남인 가문 출신으로 문명(文名)이 자자했음에도 과거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시인이다. 그의 科詩관산술마(關山戌馬)는 당대에 노래로 가창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그는 끝내 문과에 오르지 못했다. 이와 같이 석북은 평생 과거에 소용되는 글에 매달리면서도 한편으로 많은 기행시와 세태시들을 남기고 있다. 이 시들은 직접 자신의 어려운 삶을 토로하기도 하고, 또 자기와 같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사실적으로 그리기도 하였다. 몰락양반의 참상을 형상화한 송권국진가(送權國珍歌),어린 계집종의 고난을 핍진하게 묘사한 채신행(採薪行), 영릉참봉시 공사에 동원된 백성들의 참상을 그린 납월구일행(臘月九日行)등은 현실비판적인 세태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세태시 외에 석북시의 장처로 꼽히는 것이 악부시와 죽지사(竹枝詞)이다. 전통적인 한문학의 세계에서 바라본 석북(石北)은 과시와 죽지사체(竹枝詞體)에만 능한 세속적인 시인으로 폄하되기도 했지만, 고체와 악부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조선후기의 시대적 흐름에서 보면 그의 악부시와 죽지사(竹枝詞)는 새롭게 주목을 받아 마땅하다. 전주의 한벽당(寒碧堂)을 중심으로 명관들이 벌이는 화려한 연락의 장면들을 그린 한벽당십이곡(寒碧堂十二曲), 당시 향촌사회의 민풍을 잘 반영한 금마별곡(金馬別歌), 관서지방의 풍속, 고적, 고사 등을 소재로 한 108수의 거작 관서악부(關西樂府)등을 대표적 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이 작품들은 당대의 민풍을 다양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소중한 것이 된다.

 

 

신광수(申光洙)가 쓴 관서악부(關西樂府)98번 시를 통하여 민풍을 다양하게 반영하는 면모의 한 부분을 보이기로 한다.

 

羊皮褙子壓身輕

양피 배자 꼭꼭 여며도 마음은 가벼워라,

月下西廂細路明

서상 좁은 길도 달빛 받아 또렷하네.

暗入冊房知印退

통인 간 걸 알고서 책방에 몰래 들다가

銀燈吹滅閉門聲

문 살짝 닫는 소리에 은등잔 불 훅 꺼지네.

 

이 시는 형상의 표현이 뛰어나며, 은근하고 섬미(纖靡)한 시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표현법과 시정이 바로 석북의 악부시와 죽지사(竹枝詞)의 한 특징이라 볼 수 있다.

 

석북이 49세에 겨우 여주 영릉참봉이 되어 첫 벼슬살이의 즐거움을 누리면서 지은 시들이 여강록(驪江錄)에 수록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협구소견(峽口所見)은 이채를 띠고 있다.

 

靑裙女出木花田

푸른 치마 입은 여자 목화밭을 나와

田客回身立路邊

객을 보고 몸을 돌려 길가에 서 있네.

白犬遠隨黃犬去

흰 개는 멀리 누런 개 따라 가다가

雙還更走主人前

짝 지어 다시 주인 앞으로 달려오네.

 

이 시는 특별히 수사적 기교를 부리지 않고 객의 눈에 들어온 산골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지만 산골 처녀의 수줍음과, 이를 바라보는 시인의 설레임이 선명한 색채 이미지와 함께 어우러져 한껏 낭만적 정취를 풍기고 있다.

 

 

 

 

인용

목차 / 略史

우리 한시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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