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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75. 한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75. 한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건방진방랑자 2021. 10. 2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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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소화시평권하 75에선 재밌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바로 정두경을 대단한 사람으로 묘사하는 홍만종의 기록을 통해 우린 한 개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니 말이다.

 

작년 1월엔 홀로 제주도 여행을 떠났었다. 불현듯 떠나고 싶었고 아무런 계획도 없이 갔지만 해온 게 자전거 여행이라고 습관적으로 자전거를 빌려 제주도를 무작정 한 바퀴 돌았다. 그렇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작정 떠날 수 있었던 데엔 현실에 지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무언가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작정 떠난 제주도. 그곳엔 역시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 여행 중에 건진 게 참으로 많지만 마지막 날에 김만덕 기념관에 간 건 신의 한수였다. 거기서 인물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 자체가 한 마디 말로 포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층적이듯이, 한 개인에 대한 평가도 다층적일 수밖에 없다. 솔직히 자기 자신만 생각해봐도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나 자신도 좋은 면이 보일 때가 있지만, 수시로 찌질하고 보잘 것 없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으니 말이다. , 내 안엔 수많은 자아들이 살아 숨쉬며 상황에 따라 어떤 자아가 발현되어 나올지는 나조차도 알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이 한 개인을 낡은 목조건물이라 비유한 건 매우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낡았다는 표현은 볼품없다는 표현의 다른 버전이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여러 성향을 가진 개인들은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수많은 자아에 대한 표현이다. 그러니 멋진 옷을 입고 늘 이성적으로 사고하며 언제든 말이 통할 것 같은 자아도 있는 반면에 욕심만 가득 차서 어떤 말도 통하지 않고 늘 땡깡만 부리는 자아도, 그런 두 자아를 화해시키려 노력하는 자아도, ‘애초에 그 둘 사이는 절대 친해질 수 없으니 헛수고하지 말라며 혀를 쯧쯧 차는 자아도 있는 것이다. 과연 그 중 나라는 사람에 가까운 자아란 어떤 것일까? 바로 이런 질문 자체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질문이라는 사실이다. 그 모든 게 바로 나 자신이고 그걸 인정할 때 나 자신과 한 발자국 더 친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처럼 한 개인에 대한 평가도 좋은 부분을 가지고 평가를 하면 한 없이 좋은 사람으로 그릴 수 있는 반면에, 부족한 부분, 어리디 어린 부분만을 부각시키면 세상에 둘도 없는 파렴치한으로 그릴 수도 있다. 바로 이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 개인에 대한 평가를 볼 땐 다양한 전적을 통해 부분 부분을 그려내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그럴 때 한 개인을 더욱 자세하게 알게 되고 나와 결코 다르지 않았던 살아 있던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니 말이다.

 

 

다른 기록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했는데 심노숭만 김만덕의 부정적인 평가를 담았다.  

 

 

김만덕 기념관에 들어가면 그녀의 기행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가득 실려 있지만 그 중에서 시선을 잡아끈 건 뭐니 뭐니 해도 그녀에 대한 평가를 다루고 있는 전시실에서였다. 대부분이 칭찬일색으로 그녀에 대한 전기를 실었지만 심노숭 한 사람만 김만덕의 어두운 부분을 상세히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기념관을 기획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좋은 부분만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야 기념관의 주제에 맞고 이곳에 온 사람들도 김만덕을 통해 삶의 이유를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시관 기획자는 굳이 심노숭의 기록을 한 쪽에 배치하여 함께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왜 갑자기 김만덕을 안 좋게 볼 만한 소지가 있는 이런 기록을 여기에 배치해놓은 것일까? 누군가는 그 기록을 싫어할 수도 있지만 난 솔직히 그 기록을 통해 이 기념관의 진심어린 마음이 더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어떤 개인을 신의 반열에 올려놓고 그는 사람임에도 사람의 욕망이 없던 지고지순한 인물이었다고 말하는 건 너무도 쉽다. 인간성을 철저히 거세하여 내가 존경하고자 하는 인물, 내가 사표로 삼고 싶은 인물로 만들어버리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도 살아있던 사람인 이상 똥도 쌌을 것이며 트림도 했을 것이며 누군가의 험담도 했을 것이다. 즉 심노숭의 기록을 통해 우린 김만덕을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뭇 사람으로 보게 만든 것이다. 사람으로 본다고 해서 엄청난 일을 했던 김만덕은 사라지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리고 그걸 통해 김만덕이 대단한 사람이기에 그런 활동을 했던 게 아니라 우리 또한 맘만 먹으면 김만덕 같이 주위의 사람들과 함께 조금이나마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 일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그러니 심노숭의 기록은 우리에겐 소중한 가치가 있는 기록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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