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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72. 이민구의 시에 차운한 홍만종의 강서시풍 한시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72. 이민구의 시에 차운한 홍만종의 강서시풍 한시

건방진방랑자 2021. 10. 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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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구의 시에 차운한 홍만종의 강서시풍 한시

 

 

소화시평권하 72엔 직접적으로 이민구의 시를 관어대에서 본 홍만종은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나 보다. 최근에 어머! 저건! 사야 돼!’라고 풍자하듯이 홍만종도 이민구의 시를 보고 나선 어머! 이건 차운해야 돼!’라는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정감이 일었던 듯싶다. 이번 편엔 왜 차운하게 됐는지?’, ‘누군가가 부탁해서 짓게 됐는지?’라는 정황들은 나오지 않지만, 자신도 알 수 없는 끌림이 있었다는 건 확실히 알 수가 있다.

 

홍만종이 차운한 시, 결코 이민구의 시에 뒤지지 않는 전고(典故) 파티를 보여준다. 아마도 자신이 잘 짓는 시풍으로 이민구 옹께서 먼저 시를 지었기에 홍만종도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배신감이 잔뜩 든다. 소화시평을 읽다 보면 송풍(宋風)이니 당풍(唐風)인지를 운운하며 당풍을 마치 더 좋은 것처럼 묘사하고 송풍이나 강서시풍을 나쁜 것처럼 묘사하는 걸 자주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홍만종 자신은 당시를 최고로 치기에 당시풍의 시만을 짓는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오는 시는 어딜 봐도 난삽한 느낌이 매우 강렬한 강서시풍의 시다. 왜 자신은 그런 시를 안 좋은 시인 것처럼 말하면서도 그런 시를 썼는지는, 좀 더 홍만종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高樓獨上意微茫 높은 누대에 홀로 오르니 뜻이 아득해지는데
鰲背冷風萬里長 자라가 진 신선산의 차가운 바람은 만 리 멀리 불어온다.
臺壓千尋蛟窟險 누대는 천 길 절벽 교룡이 사는 굴의 험함을 눌렀고
山留太古劫灰忙 산엔 태고적 불벼락의 재가 남아 있다네.
天淸遠嶼收雲氣 하늘이 맑은 건 먼 섬이 구름 기운을 거두어 들여서고,
海赤層濤盪日光 바다가 붉은 건 높은 파도에 햇볕이 일렁여서지.
便欲登仙從此去 문득 신선이 되어 이로부터 떠나고 싶어라.
世間榮辱等亡羊 세간의 영욕은 양 잃은 것과 같이 허무한 것이니.

 

우선 1구는 매우 평이하게 진행된데 반해 2구부터 전고가 등장한다. 이민구가 누대에 올라 보았던 망망한 바다를 표현한 1~2구와는 격을 달리한 것이다. 그는 바다이기 때문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게 아니라 신선산이 있기 때문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고 보았다. 그래서 굳이 전고가 있는 자라 등[鰲背]’을 쓴 것이다. 당연히 교수님이 이 구절의 해석을 시켰을 땐 그저 자라 등에서 시원한 바람이 만리 길도록 부네.’라 해석한 것인데, 그건 단순히 자라 등은 아니었던 거다.

 

3~4구도 결코 쉽지가 않다. 글자만 따라가도 해석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아주 교묘하게 시구를 안배하여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 길 교룡이 사는 굴의 험함을 누대는 누르고 있고, 산엔 태곳적 세상 불벼락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표현했다. 이 표현을 통해 관어대는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져 있다는 걸 알 수가 있고 그 산은 매우 유서가 깊은 곳이란 걸 알 수가 있다. 이렇게 풀어서 해석해보면 참 별 것 없지만 시를 맞닥뜨려 보면 도대체 무슨 말이야?’라고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더욱이 보통 4/3구로 띄어 읽으며 해석을 하는데 반해 여기선 아예 2/5구로 변화를 주었다.

 

이런 기조는 5~6구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보통의 시들은 인과적인 표현을 쓸 때 ‘~했기 때문에 ~하다라는 인과의 방식으로 써나가 보는 사람이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 반해, 홍만종은 그걸 뒤집어 버린 것이다. 바로 인과(果因)의 구조로 표현하며 한참을 들여다보고 생각을 정리하게 만든 것이다. ‘하늘이 맑다라는 구절이 바로 결과이다. 그렇다면 하늘은 왜 맑은가? 그건 먼 섬들이 구름 기운을 거두어 들였기 때문이다. 금방 전까지는 구름이 가득 껴 있어 하늘은 흐리게 보였는데 누대에 올라서 보니 어느새 구름은 한점도 없이 사라졌고 맑은 하늘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던 것이다. ‘구름을 모두 거두어간 먼 섬들이여 땡큐!’라고 말하는 듯한 심정이 절로 느껴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6구도 해석하면 된다. 붉은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는데 그건 왜 그런 걸까? 그건 바로 높다란 파도에 햇빛이 일렁이기 때문이다.

 

7~8구에선 이민구의 7~8구에서 말한 실론티의 꿈같은 느낌을 새롭게 변주했다. 이민구도 망망대해에 돛배를 띄워 떠나고 싶다고 말했던 것을 그대로 이어 받아 홍만종도 포부를 얘기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떠나고 싶다고 표현한 게 아니라 신선이 되어 이 세상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는 바람을 7구에서 얘기했고 그 이유를 8구에서 풀어놨다. 그건 세상의 영욕이란 책을 읽다가 양을 잃은 경우나 도박을 하다가 양을 잃은 경우처럼 허무하니 신선이 되어 그런 것을 초월하고 싶다는 바람을 얘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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