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72번이라고요? 64번이 아니고!!
『소화시평』 권하 72번에 대해서는 에피소드가 있다. 하나는 권하 63번의 해석을 맡았던 학생이 권상 63번을 해석해오는 바람에 시간이 더 지체되었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잘못 판단한 덕에 권상 63번을 다시 보게 되었을 땐 속으로 은근히 좋아하긴 했었다. 이렇게 되면 막상 오늘 4개를 하는 것으로 잡혀 있는데 3개만 하게 될 거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소화시평 스터디 하던 초반에 감상을 적던 것에 비하면 분량 자체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현격하게 늘어났다. 그건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한 편 한 편을 다시 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고, 전문적인 지식은 부족하다 할지라도 지금의 느낌과 알게 된 것들을 빠짐없이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1월에 매주 두 번씩 스터디를 하고, 그것도 한 번에 6~7편씩 나갈 때(그래서 무려 권상 85번 ~ 권하 49번까지 총 43편을 한 달 새에 진행했음)에 비하면 한 주에 겨우 4편을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할 만하지만 그럼에도 한 편이라도 줄게 되면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은근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원래의 스케줄대로 진행되어 상권63번을 포함해 총 5편을 하게 되면서 7시에 진행된 스터디는 9시 40분에야 끝나게 되었다.
강독일 | 강독 자료 | 강독일 | 강독 자료 |
3.14 | 50 | 3.28 | 77 |
51 | 79 | ||
52 | 4.4 | 80 | |
54 | 81 | ||
3.21 | 61 | 83 | |
62 | 84 | ||
63 | 4.11 | 85 | |
72 | 87 | ||
3.28 | 75 | 90 | |
91 | |||
76 | |||
92 |
▲ 계획에 따라 정해진 순서. 하지만 진행하다보면 순서가 뒤바뀌기도 한다.
▲ 1월에 방학 중임에도 학구열을 불태우며 스터디에 나온 아이들.
다른 하나의 실수는 바로 내가 한 것이다. 이번에 강의는 위에 첨부한 강의계획표대로 진행되는데, 나는 강의계획표는 확인하지도 않고 당연히 권하의 순서대로 진행되는 줄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긴 그건 소화시평 권상을 마친 경험이 있는 나에겐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권상 63번 이후로 바로 나오는 64번을 심혈을 기울여 보고 있었다. 물론 이 글 자체도 권상 83번이 절로 생각날 정도로 홍만종이 생각한 사람을 놀라게 할 만한 시의 한 연들을 무려 15개나 쫙 나열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분량이 상당한데 작년에 소화시평을 공부하며 바뀌게 된 공부법이 시간을 지체하게 만들었다. 그건 이름하여 ‘인용된 시나 산문의 전문을 찾아 보는 방식’이다. 예전엔 이런 식의 인용구절을 보면 그저 출처를 달아놓거나 무시하거나 했었다. 봐야할 원문은 많기에 그런 식으로 무한정으로 확장해나가는 공부는 시간낭비라고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그 또한 공부다. 한문세계를 유영하며 그 안에서 맘껏 노니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64번을 공부할 땐 ‘인용된 시 중에 전문이 검색이 되는 시라면 진득하게 앉아 다 씹어 먹어 보겠어.’라는 각오로 임했다. 하지만 패착은 여기에 있었던 거다. 보통 이런 경우 지금까지 『소화시평』과 『우리 한시를 읽다』를 공부했던 터라 보았던 한시들도 상당한 양이 되기에 겹치는 한시들이 여러 편 나와 숨 쉴 틈을 줄 만한데도 겹치는 시는 박은의 「복령사(福靈寺)」 뿐이었고, 또한 고전번역원DB에서 전문이 검색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는데 64번 글에 인용된 시들은 김시습의 시만 빼고 모두 검색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것 하나만 잡고 하루 종일 끙끙대며 할 정도가 되어 버렸고 오죽했으면 64번 글의 중반기에 가선 ‘이 시는 전문이 검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홀로 생각하며 마치 63번에서 장유가 자조적인 웃음을 짓듯이, 나도 ‘자소(自笑)’하게 될 정도가 되어 버렸다. 역시 의욕만 앞세우기엔 내 실력이 아직도 형편이 없다.
그렇게 이 글 하나만으로 낑낑대며 하루를 보냈고 의기양양하게 스터디에 참가했는데 위에 목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시피 이 글은 목록에도 들어 있지 않은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어차피 원문이 있는 이상 빠뜨릴 마음은 없었기에 공부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강의계획서를 잘 확인하지 않은 건 패착이었다.
▲ 전주에도 봄이 서서히 무르익고 있다. 삼천천엔 개나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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