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장유가 극찬을 아끼지 않은 동명의 시
鄭東溟斗卿, 氣呑四海, 目無千古, 文章山斗一代. 其手劈秦ㆍ漢ㆍ盛唐之派, 可謂達摩西來, 獨闡禪敎.
其詠白鷗詩曰: “白鷗在江河, 泛泛無冬夏. 羽族非不多, 吾憐是鳥也. 年年不與雁南北, 日日常隨波上下. 寄語白鷗莫相疑, 余亦海上忘機者.”
試看吾東古今詩人, 怎敢道得如此語麽?
谿谷嘗語人曰: “余之文譬如良馬, 欲步能步, 欲走能走, 猶不免爲馬. 至如君平, 則寧蜥蜴, 不失爲龍之類也.”
因詠箕子墓詩, ‘海外無周粟, 天中有洛書.’ 不覺擊節. 曰: “此句出人意表, 不可及, 不可及.” 其見許如此.
君平, 卽東溟字也, 谿谷於東溟長十年云.
해석
鄭東溟斗卿, 氣呑四海, 目無千古,
동명 정두경은 기가 사해를 삼키고 눈은 천고를 없다고 보았으며
文章山斗一代.
문장은 한 세대의 태산과 북두성【산두(山斗): 태산과 북두성을 통칭한 것으로 태두(泰斗)라는 말과 같다. 세상 사람들이 흠모하고 앙망하는 인물을 비유한 것이다[泰山ㆍ北斗的合稱, 猶言泰斗. 比喻為世人所欽仰的人]】이었다.
其手劈秦ㆍ漢ㆍ盛唐之派,
손으론 진ㆍ한ㆍ성당의 문파를 열었으니
可謂達摩西來, 獨闡禪敎.
달마대사가 서쪽으로 와서 홀로 선교를 열어젖혔다 할 만하다.
其詠白鷗詩曰: “白鷗在江河, 泛泛無冬夏. 羽族非不多, 吾憐是鳥也. 年年不與雁南北, 日日常隨波上下. 寄語白鷗莫相疑, 余亦海上忘機者.”
흰 갈매기를 읊은 시는 다음과 같다.
白鷗在江海 泛泛無冬夏 | 백구가 강과 바다에 있어 떠다니며 겨울 여름이 없으니 |
羽族非不多 吾憐是鳥也 | 새의 족속들이 많지 않은 건 아니나, 나는 이 새를 사랑한다네. |
年年不與雁南北 | 해마다 남과 북으로 오가는 기러기와 같이 하지 않고 |
日日常隨波上下 | 날마다 항상 파도 따라 오르락내리락. |
寄語白鷗莫相疑 | “백구야 말 붙여도 서로 의심하지 말자꾸나. |
余亦海上忘機者 | 나 또한 바다 위에서 기심을 잃은 사람이니까.” |
試看吾東古今詩人,
시험 삼아 우리나라 고금의 시인을 살펴봐라
怎敢道得如此語麽?
감히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던가?
谿谷嘗語人曰: “余之文譬如良馬,
계곡이 일찍이 사람들에게 말했다. “나의 문장은 비유하면 좋은 말과 같아서
欲步能步, 欲走能走,
걷고자 하면 걸을 수 있고 달리고자 하면 달릴 수 있지만,
猶不免爲馬.
오히려 말이 됨을 벗어나질 못하네.
至如君平, 則寧蜥蜴, 不失爲龍之類也.”
군평과 같은 경우에 이르면 차라리 도마뱀이어도 용의 무리가 됨을 잃지 않았다.”
因詠箕子墓詩, ‘海外無周粟, 天中有洛書.’
그러고 나선 기자묘시를 다음과 같이 읊조리다가
海外無周粟 天中有洛書 | 바다 밖이라 주나라 곡식은 없다지만 하늘 속엔 낙서가 있었네. |
不覺擊節.
무릎을 치는 걸[擊節] 깨닫지 못했다.
曰: “此句出人意表,
계곡이 말했다. “이 구절은 사람의 의표를 벗어났기에
不可及, 不可及.”
미칠 수가 없다. 미칠 수가 없어.”
其見許如此.
허여 당함이 이와 같다.
君平, 卽東溟字也, 谿谷於東溟長十年云.
군평은 곧 동명의 자이고 계곡은 동명보다 10년 연장자였다고 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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