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노자가 원본은 질박한 사상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본 강의는 대중강연이다. 『노자(老子)』라는 문헌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이미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진행되는 학술세미나가 아니다. 그리고 본 강의의 취지 자체가 『노자(老子)』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것이지, 『노자(老子)』라는 문헌의 전문적 분석결과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서지학(書紙學)적 논쟁이 매우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너무도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며 여기 소개되어야 할 하등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곽점초간본(郭店楚簡本) 『노자(老子)』를 살펴 본 나의 소감 중에 가장 의미 있는 사실은, 그것이 『노자(老子)』라는 책의 형성과정에 대해 매우 설득력 있는 새로운 가설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대만대학(臺灣大學)에서 석사 논문을 쓸 때부터 주장해왔던 학설들과 대강 일치하는 것이다.
공자(孔子)와 동시대 쯤에, 노자(老子)라고 하는 어떤 X의 역사적 인물이 있었고, 그 인물이 단일 저작물로서 『노자(老子)」라는 책을 썼다고 한다면, 그것은 오늘날의 『노자(老子)』와는 다른 모습이면서도, 그 배태를 형성하는 매우 질박한 사상형태였을 것이다. 그것은 오늘날과 같은 현묘한 형이상학(形而上學)적 인식론의 체계나, 지나친 정치철학적 주장이나, 유가철학이나 타제가(他諸家)에 대한 명백한 비판의식을 수반하는 것이 아닌 질박한 내용의 것이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한 이ㆍ삼백년 동안의 첨삭을 거치면서 발전하여 전국말기쯤에는, 오늘 우리가 보는 금본(今本)과 상응되는 새로운 프로토타입으로 되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전국말기의 사상가며 『노자(老子)』의 최초의 주석가인 한비자(韓非子)가 보았다고 하는 『노자(老子)』는 바로 백서(帛書)의 모습에 가까운 것이며, 내가 말하는 프로토타입의 문헌에 상당하는 것이다. 그것은 『도덕경(道德經)』이 아닌 『덕도경(德道經)』이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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