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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사, 자람 - 5장 분열이 자연스러운 인도, 최초이자 최후의 제국: 최초의 중앙집권 제국 본문

역사&절기/세계사

동양사, 자람 - 5장 분열이 자연스러운 인도, 최초이자 최후의 제국: 최초의 중앙집권 제국

건방진방랑자 2021. 6. 7.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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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의 중앙집권 제국

 

아크바르는 1556년 열세 살의 나이로 왕위에 올라 50년 가까이 재위하면서 무굴 제국을 크게 발전시킨 탁월한 군주다. 무굴 제국 초기만 해도 라지푸트족의 반발과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델리까지 위협하는 이들을 복속하지 않고서는 제국이 반석에 오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라지푸트와 격전을 벌여 제압했다. 거기서 그쳤다면 아크바르는 평범한 군주에 머물렀을 텐데, 과연 그는 싹수가 달랐다. 힘으로 적의 항복을 받아낸 다음에는 그들을 포용해 사회의 지도층으로 폭넓게 등용한 것이다.

 

아크바르가 어떤 의도를 품었는지는 몰라도 그 정치적 효과는 매우 컸다. 북인도의 전통적인 지배층이자 상류층인 라지푸트를 제압하고 동화시키자 이내 나머지 인도인들도 뒤따르게 되었다. 나아가 아크바르는 라지푸트의 공주와 결혼해 혈연관계를 맺었다. 이렇게 인도인들을 무력으로 억압하는 게 아니라 어르고 달래 동화시키는 정책이 바로 무굴과 델리 술탄의 중요한 차이였다. 이로써 아크바르는 이슬람 세력뿐 아니라 모든 인도인의 명실상부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

 

무굴 제국이 그 이전의 어느 왕조보다 제국으로서의 면모를 더 충실히 갖추게 된 것은 바로 아크바르의 공로 덕분이었다. 인도 역사에서 제국의 명칭을 가진 나라는 몇 개 있었어도 다 명칭만 그럴 뿐 명실상부한 제국은 없었다. 아크바르의 치세에 이르러 인도는 역사상 처음으로 중앙집권제를 갖춘 제국의 시대를 맞게 되었다.

 

제국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황제를 정점으로 하는 강력한 중앙집권이 필수적이다. 그 점에서 아크바르는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인도의 경우에는 단지 막강한 정치권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참다운 황제가 되지는 못한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인도의 황제라면 권력의 정점인 동시에 신성한 존재여야만 한다. 고대부터 종교적 심성이 강한 인도 특유의 정서를 고려한다면 단순히 무력으로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모든 인도인에게 강력한 전제군주로 군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종교 문제가 중요했다. 국민을 다른 종교로 개종시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이점을 깨달은 아크바르는 이슬람교와 조로아스터교, 힌두교 등 여러 종교를 절충하는 정책을 폈다. 무굴 제국은 집권자나 지배층이나 이슬람교를 근본으로 출범했는데, 어떻게 그런 절충이 가능했을까? 아크바르는 전제군주였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즉 종교적으로 부족한 측면을 정치적으로 보완한 것이다. 그는 정치와 종교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에서 멋지게 버텨냈다. 심지어 그는 지즈야(jizyah)도 폐지해 완전한 종교적 탕평책(蕩平策)을 실시했다(하지만 지즈야는 곧 부활한다). 그런 노력 덕분에 무굴 제국은 이슬람 제국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종교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전제군주는 최고 권력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슈퍼맨은 아니다. 그래서 중앙집권적 제국은 황제의 권위와 더불어 관료제가 필요하다. 아크바르가 도입한 관료제는 만사브다르(mansabdār, 만사브는 관직이라는 뜻의 아랍어이고, 다르는 페르시아어로 가진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다. 따라서 만사브다르는 관직의 소유자라는 뜻이다)라고 불린다. 우선 그는 무굴 제국의 넓은 영토를 주, , 군으로 나누고 관리들을 임명해 행정을 맡겼다.

 

하지만 이 정도의 느슨한 관료제라면 고대의 굽타 시대에도 있었다. 아크바르는 지방관들을 중앙에서 감독하면서 이들로부터 각 지방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 또한 만사브다르는 지방관들이 행정과 아울러 해당 지역의 군 사령관 역할을 겸하는 군정일치(軍政一致) 성격의 제도였다. 중국의 관료제에 비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인도 역사상 처음으로 제대로 된 관료제가 성립된 것이다.

 

 

인도의 정복 군주 무굴을 강력한 중앙집권의 제국으로 만든 아크바르가 동생의 집을 방문해 영접을 받고 있다. 그림은 16세기 후반의 작품으로 당시의 모습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아크바르는 어린 시절부터 글을 읽는 것보다 말을 타고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고 한다. 인도 역사에서는 드물게 타고난 정복 군주다.

 

 

인용

목차

한국사 / 서양사

다양한 매력의 지배자

최초의 중앙집권 제국

유능한 군주들이 일군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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