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증자가 생각하는 군자다운 사람
8-6. 증자가 말하였다: “부모를 조실(早失)하고 고아가 된 어린 군주를 맡길 만하고, 사방 백리 한 나라의 운명을 기탁할 만하며, 사직이 위태로운 생사존망의 대절(大節)에서 아무도 그 절개를 빼앗을 수 없는 사람! 그 사람은 군자다운 인물이런가? 군자다운 인물이로다!” 8-6. 曾子曰: “可以託六尺之孤, 可以寄百里之命, 臨大節而不可奪也. 君子人與? 君子人也.” |
해석은 고주와 신주를 두루 참작하였다. 이 말도 역사적으로 『논어』 중 에서 가장 인용이 많이 되었던 구절 중의 하나이다. 공자의 사후 공자학단을 잘 리드해나갔던 것을 보면 증자는 얌전한 사람이었으며 내면적 성찰이 깊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성격이 치우친 곳이 없었기 때문에 하는 말이 순화로워 많은 사람들에게 잘 회자가 되는 히트작을 많이 내었다.
‘여(與)’는 평성이다. ○ 그 재질이 어린 군주를 잘 보필할 만하고, 국정을 섭정할 만하며, 그 절개를 사생(死生)의 위기에 처하여서도 빼앗을 수가 없다면, 그런 인물은 가히 군자라고 일컬을 수 있다. ‘여(與)’는 의문을 나타내는 말이요, ‘야(也)’는 결의를 나타내는 말이다. 가설(假設)하여 문답의 형식을 취한 것은 반드시 그러하다는 것을 깊게 드러내는 것이다.
與, 平聲. ○ 其才可以輔幼君, 攝國政, 其節至於死生之際而不可奪, 可謂君子矣. 與, 疑辭. 也, 決辭. 設爲問答, 所以深著其必然也.
정이천이 말하였다: “절조(節操)가 이와 같으면 가히 군자라 일컬을 수 있다.”
○ 程子曰: “節操如是, 可謂君子矣.”
그 당시 춘추전국시대에 ‘어린 군주’의 문제가 심각했던 것을 알 수가 있다. 주나라 왕실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패도(覇道)의 시대가 되면서 제후국들의 종묘사직이 가랑잎 휘날리듯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리는 새로운 세태가 휩쓸었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일수록 패권을 장악하는 자들은 힘에만 의존하게 되고 도덕(道德)이나 의리(義ㆍ理) 같은 것은 돌보지 않게 된다. 인재의 등용에 있어서도 패도를 조장하는 실무형의 인간이 득세하게 된다. 그리고 각 학파에서 사람을 교육시키는 자세도 그러한 실리(實利) 중심으로 잘 팔릴 수 있는 인간형을 양육하는 데만 몰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참으로 여기 증자가 발하는(이것도 증자의 입을 빌은 맹자시대의 말일 것이다) 메시지는 당대로서는 리얼한 요청이었다. 고아가 된 어린 군주는 계속 발생이 되었고, 그러한 지위를 찬탈하려는 세력들이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운명을 보호하고, 목숨을 버릴지언정 자기의 절개를 굽히지 않는 인물을 찾기는 참으로 힘들었던 것이다.
세조의 찬탈은 그가 궐후(厥後)에 아무리 좋은 정치를 했다 한들,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세조의 찬탈로 인해 훈구파와 사림의 대결구도가 심화되었고, 조선의 지식인 전체에 비굴한 생존의 자괴감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종국적으로는 사림의 경직적 사고를 초래하였다. 결국 조선왕조는 세조의 찬탈로 인한 도 덕성의 상실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불운한 역사를 그려갔고 경술국치(庚戌國恥)에까지 이르렀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죄악의 뿌리가 친일파에까지 이어지고, 오늘날 대의(大義)를 생각치 않는 체제아부형의 지식인ㆍ정치인 상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한재(保閑齋)【신숙주(申叔舟), 1417~1475】의 비굴한 생존보다는 역시 매죽헌(梅竹軒)【성삼문(成三問), 1418~1456】의 절개가 우리에게 더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다. 아마도 매죽헌이 다음의 시조를 읊었을 때, 『논어』의 이 구절을 생각했을 것이다.
수양산(首陽山) ᄇᆞ라보며 이제(夷齊)를 한(恨)ᄒᆞ노라
주려 주글진들 채미(採薇)도 ᄒᆞᄂᆞᆫ 것가
아무리 푸새엣 것인들 그 뉘 따헤 낫더니
여기 수양산은 수양대군이다. 주나라의 곡식이 먹기 싫거든 차라리 굶어죽을 것이지 그 땅에서 나는 고사리는 왜 캐먹었는가? 백이ㆍ숙제보다도 더 굳은 절개를 지키겠다는 매죽헌의 충의(忠義)는 이 시를 외울 때마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논어』를 읽고 매죽헌의 기상을 배웠으면 한다. 조선의 학도들이여! 백설이 만건곤(滿乾坤)할 제 독야청청(獨也靑靑)할지언정 무엇 때문에 더러운 오염 속에 몸을 버리는 인간들이 될 것인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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