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공자의 칭찬에 자로는 그 말씀만 외우려 하다
9-26.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다 해져버린 누비솜옷을 입고, 찬란한 여우가죽이나 담비가죽 갖옷을 입은 신사 옆에 서있어도, 조금도 꿀리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자! 유(由)일진저! 『시』에 있지 않은가! ‘사람을 해치지 아니 하며, 남의 것을 탐하지 아니하니, 어찌 선(善)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9-26. 子曰: “衣敝縕袍, 與衣狐貉者立, 而不恥者, 其由也與? 不忮不求, 何用不臧?” 자로가 듣고 신이 나서 이 『시』의 구절을 종신토록 암송하려 하였다. 이에 공자께서 꾸짖어 말씀하시었다: “그런 방법이 어찌 족히 좋다 말할 수 있으리오?” 子路終身誦之. 子曰: “是道也, 何足以臧?” |
사랑스러운 우리의 자로! 우직하고 정직하기에 꿀림이 없고 당당하다. 우직하기에 우직한 말만 한다. 그래서 공자에게 핀잔만 얻어먹는다. 그래도 여전히 충직하기만 한 자로! 자로와 공자의 인간적 애증의 관계가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는 장이다. 우리는 「공야장(公冶長)」 25에서 자로의 평생소원이 ‘가벼운 갖옷[輕裘]’을 입는 것이라는 것을 자로의 입을 통해 들었다. 가벼운 여우가죽 외투는 당대 가장 호사스러운 귀족이나 입을 수 있는 것, 인간적으로도 그것은 자로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수탉의 꼬리를 머리에 꽂고 멧돼지 가죽으로 만든 주머니를 허리에 차고 있었던 어린 시절(「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부터 가벼운 갖옷은 선망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바로 그 느낌을 빌어 자로를 칭찬해주는 공자의 마음은 따사롭기 그지없다.
공자가 인용한 시구는 『시경』 패풍(風) 「웅치(雄雉)」라는 시인데 당대 공자의 『시』에 대한 인식의 구조를 잘 나타내준다. 그리고 현존하는 『시경』과 일치되는 점도 놀라운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 시를 멀리 떠나가버린 남자의 사랑을 다시 묶어둘 수 없는 여인의 심정의 고통을 나타낸 노래로 푼다.
百爾君子 | 무심한 남정네들이여! |
不知德行 | 어찌 그리 매너가 없을꼬 |
不忮不求 | 사랑하는 여자 괴롭히지 말고 딴 여자 생각하며 바람피우지 않는다면 |
何用不臧 | 얼마나 아름답고 좋으련만! |
그렇다고 공자의 『시』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해석’이란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이다.
시구 속의 ‘하용부장(何用不臧)’과 공자가 자로를 꾸짖는 ‘하족이장(何足以臧)’은 일종의 어희(語戲, play of word)일 것이다. 노래 속의 가사를 약간 변형시켜 우아하게 자로를 꾸짖는 데 활용한 것이다. 하여튼 공자 당대 사람들의 문화적 품격이 잘 반영되고 있다. 요즈음도 시를 인용해가면서 우아하게 자기 속말을 하는 그런 분위기는 흔치 않다.
‘의(衣)’는 거성이다. ‘縕’은 우분(紆粉) 반이다. ‘貉’은 호각(胡各) 반이다. ‘여(與)’는 평성이다. ○ ‘폐(敝)’는 옷 같은 것이 다 해져 떨어진 것이다. ‘온(縕)’은 마(麻)로 만든 옷인데 속에 솜을 넣고 누빈 것이다[시착(枲著)]. ‘포(袍)’도 솜을 넣고 누빈 옷이다. 온포는 결국 옷으로는 천한 것이다. ‘호학(狐貂)’은 여우나 담비의 가죽으로 만든 가벼운 외투이다. 옷으로서는 최고급품이다. 자로의 뜻이 이와 같았으니, 능히 빈ㆍ부 따위로써는 자로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그는 도(道)에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므로 부자께서 자로를 칭찬하신 것이다.
衣, 去聲. 縕, 紆粉反. 貉, 胡各反. 與, 平聲. ○ 敝, 壞也. 縕, 枲著也. 袍, 衣有著者也, 蓋衣之賤者. 狐貉, 以狐貉之皮爲裘, 衣之貴者. 子路之志如此, 則能不以貧富動其心, 而可以進於道矣, 故夫子稱之.
‘忮’는 지시(之豉) 반이다. ○ ‘기(忮)’는 해치는 것이다. ‘구(求)’는 남의 것을 탐내는 것이다. ‘장(臧)’은 착하다, 선하다, 좋다의 뜻이다. 능히 불기(不忮: 해하지 않고)하고 불구(不求: 탐하지 않는다)하면 어찌 선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것은 본시 『시경』 위풍(衛風) 「웅치(雄雉)」의 시인데 공자께서 인용하셔서 자로를 찬미하신 것이다【이 시는 패풍(邶風)에 들어있지만 패나라도 크게는 위나라 권역에 포함되므로 ‘위풍’이라 말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왕이면 정확하 게 ‘패풍’이라고 기입해야 옳다. 패는 현재 하남성(河南省), 탕음현(湯陰縣) 동남지역이다. 안양(安陽) 아래, 기현(淇縣) 위. 이 일대는 결국 위나라에 복속되었다】.
忮, 之豉反. ○ 忮, 害也. 求, 貪也. 臧, 善也. 言能不忮不求, 則何爲不善乎? 此衛風「雄雉」之詩, 孔子引之, 以美子路也.
여여숙이 말하였다: “가난한 자와 부자가 사귈 때에는, 강한 자는 해치며, 약한 자는 탐한다(선망한다, 『어류』 권37 참조).”
呂氏曰: “貧與富交, 彊者必忮, 弱者必求.”
‘종신송지(終身誦之)’하게 되면, 자기가 잘한다는 것만 기뻐가지고 또다시 도(道)에 나아가려고 힘쓰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공자께서 다시 이를 말씀하셔서 자 로를 일깨우신 것이다.
終身誦之, 則自喜其能, 而不復求進於道矣, 故夫子復言此以警之.
사현도가 말하였다: “허름한 옷, 조악한 음식, 이런 것을 못 참아 하는 것이 학문한다 하는 사람들의 최대의 병이다. 지식인들이 선심(善心)을 존속시키지 못하는 것이 대개 이런 사소한 것에서 유발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로의 뜻이 이와 같았으니 보통사람들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런데 보통사람이 이런 것에 능하다고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다고 할 만한 것이다. 그러나 자로의 훌륭함은 당연히 여기서 그치고 말 수준이 아닌데, 그것 을 종신토록 암송하고 자빠져 있겠다고 하니, 그것은 날로 새로워지는 데 나아가는 자세가 아니다. 그러므로 공자께서 그를 격동시켜 앞으로 나아가게 하신 것이다.”
○ 謝氏曰: “恥惡衣惡食, 學者之大病. 善心不存, 蓋由於此. 子路之志如此, 其過人遠矣. 然以衆人而能此, 則可以爲善矣; 子路之賢, 宜不止此. 而終身誦之, 則非所以進於日新也, 故激而進之.”
무엇을 외운다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외움으로써 고착된 관념(fixed ideas)이 형성되는 것이 나쁜 것이다. ‘서자여사부(逝者如斯夫)’의 세계관은 이런 데도 적용된다. 파르메니데스적인 관념성을 공자는 싫어하는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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