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전도의 비결: 콜레라
여기에 핵심적인 ‘물이나 음식을 반드시 끓여 먹으라’라는 명제가 빠져있는 것이 유감이긴 하지만, 미생물학의 성과가 전달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사태였습니다. 그러나 ‘연병윤감’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괴질은 전염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 전염루트를 차단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무서운 통찰력이라 아니 말할 수 없습니다. 음식물이나 물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달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놀라운 형안이 있었던 것이죠.
동학의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는 1864년 대구 남문밖 관덕당 뜰에서 처형당했습니다. 미국의 남북전쟁이 끝나갈 무렵이었죠. 그 당시 동학교도는 전체 3천 명 정도였고 교조의 죽음으로 뿔뿔이 흩어져 세력은 쇠미했습니다.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동학을 홀로 걸머지고, 30년 동안에 동학을 갑오농민혁명의 전국조직으로 일궈낸 사람이 해월 최시형입니다. 이 비결이 무엇이었을까요? 탁월한 정신적 설법은 이지적 소수에게는 멕히지만 대중운동으로 확산되기는 어렵습니다. 30년 동학의 민중조직건설의 비결은 다름 아닌 콜레라와의 전투였습니다. 희한하게도 괴질귀신은 동학도들을 피해간다는 소문이 전국에 유포된 것이죠. ‘호열자 괴질귀신한테 당하지 않으려면 동학에 입도해라’라는 명제가 들판에 버려진 민중의 소망이 된 것이죠.
자아! 동학 얘기는 이쯤 할까요? 하여튼 19세기 조선에 상륙한 콜레라는 한편으로 동학혁명의 기초를 구축시켰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선불교의 정신혁명을 촉발시켰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역사라는 것은 항상 동일한 국면을 놓고도 다양한 인물들이 다양한 테마를 전개해나가는 것이죠.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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