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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2장 한국불교의 흐름과 그 본질적 성격 - 콜레라균의 19세기 역사와 소독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불행 본문

고전/불경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2장 한국불교의 흐름과 그 본질적 성격 - 콜레라균의 19세기 역사와 소독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불행

건방진방랑자 2021. 7. 1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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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균의 19세기 역사와 소독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불행

 

 

기실 호열자(虎列刺)’라는 이름을 썼다면, 그것은 이미 콜레라균(Vibrio cholerae)의 존재를 인식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따라서 내가 경허의 대화내용에서 호열자라는 말을 집어넣기는 했지만 실상 1879년 당시에는 조선에 호열자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조선의학계에는 사기(邪氣)’라는 막연한 개념만 있었지 미생물(microorganism)’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콜레라균은 현미경을 통해보면 그냥 육안으로 쳐다볼 수 있는 하나의 독립된 생물체입니다. 건강한 사람이 곽란(霍亂)을 일으킬 정도로 감염되려면 최소한 1억 개, 많으면 100억 개의 콜레라균을 섭취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맨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 콜레라균의 이동은 노르망디상륙을 시도하는 연합군의 규모와 비교가 되질 않아요. 그런 것은 조족지혈이지요.

 

콜레라는 인도의 힌두스탄(Hindustan) 지역에서 발생되어 중국대륙을 거쳐 평안도, 황해도 루트를 따라 18218월 중순에는 서울에 도착합니다. 이때 평양부에 사람이 수만 명 죽었으며, 한성부의 희생자가 이미 13만 명을 넘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 천안 동네에 집집마다 시체가 쌓였다는 말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닙니다. 1859(철종 10) 2차 대유행이 있었고, 1862년 제3차 대유행이 있었으며, 그 뒤로도 1910년까지 크고 작은 유행이 계속됩니다. 수십만의 인민이 속수무책으로 죽어 넘어갔지요. 우리는 역사를 너무 정치사적으로만 봐요. 이러한 민중의 생활사는 전혀 모르고 넘어가는 겁니다.

 

콜레라는 주로 먹는 것으로 전염됩니다. 분변, 구토물로 오염된 음식이나 식수를 통해 감염됩니다. 오염된 손으로 음식을 조리하거나 식사를 하면 감염되고요, 특히 날 것이나 덜 익은 해산물이 감염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생물의 발견은 인류에게 위생(hygiene)’이라는 관념을 형성시켰습니다. 위생이란 소독을 말하는 것이고, 소독의 핵심은 박테리아라는 미생물을 죽이는 것입니다. 사실 콜레라균에게 당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끓인 음식을 먹는 것이고, 가장 기본적인 처방은 반드시 물을 끓여 먹는 것이죠. 모든 물은 끓여 먹어라! 이 한마디의 수칙만 알았더라도 19세기의 조선민중이 그렇게 대규모로 죽음에 처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19세기에 아무도 이러한 간단한 수칙 하나를 제시하는 자가 없었습니다. 광무 10(1899) 9, 일본으로부터 콜레라균의 개념이 들어오고(‘호열랄은 일본식으로 읽으면 콜레라가 된다), ‘호열자예방규칙(虎列刺豫防規則)’이라는 것이 반포됩니다. 그 전에는 우리 조선민중은 괴질을 역귀(疫鬼)로만 알았습니다.

 

 

 

 

인용

목차

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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