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미생고는 자신에게 없는 것을 옆집에서 빌려서주다
子曰: “孰謂微生高直?
醯, 呼西反.
○ 微生姓, 高名, 魯人, 素有直名者.
或乞醯焉, 乞諸其鄰而與之.”
醯, 醋也. 人來乞時, 其家無有, 故乞諸鄰家以與之. 夫子言此, 譏其曲意殉物, 掠美市恩, 不得爲直也.
○ 程子曰: “微生高所枉雖小, 害直爲大.”
范氏曰: “是曰是, 非曰非, 有謂有, 無謂無, 曰直. 聖人觀人於其一介之取予, 而千駟萬鍾從可知焉. 故以微事斷之, 所以敎人不可不謹也.”
해석
子曰: “孰謂微生高直?
공자께서 “누가 미생고를 정직하다고 하는가?
醯, 呼西反.
○ 微生姓, 高名, 魯人, 素有直名者.
미생은 성이고 고는 이름이고 노나라 사람으로 평소에 정직하다고 이름났다.
或乞醯焉, 乞諸其鄰而與之.”
어떤 사람이 초를 빌리러 오자 이웃집에서 빌려와 주었는데 말이다.”라고 말씀하셨다.
醯, 醋也.
혜(醯)는 식초다.
人來乞時,
사람이 빌리러 왔을 때에
其家無有, 故乞諸鄰家以與之.
그 집에 없었기 때문에 이웃집에서 빌려 준 것이다.
夫子言此, 譏其曲意殉物,
부자가 이것을 말한 것은 뜻을 굽혀 외물을 따르고
掠美市恩, 不得爲直也.
아름다움을 없애고 은혜를 파는 것은 정직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한 것이다.
○ 程子曰: “微生高所枉雖小,
정이천이 말했다. “미생고는 굽힌 것은 비록 작았지만
害直爲大.”
정직을 해친 것은 크다.”
范氏曰: “是曰是, 非曰非,
범조우(范祖禹)가 말했다. “옳은 것은 옳다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 하며
有謂有, 無謂無, 曰直.
있는 것은 있다 하고 없는 것은 없다 하는 것이 정직이다.
聖人觀人於其一介之取予,
성인이 사람을 봄에 한 개의 주고받음에
而千駟萬鍾從可知焉.
천사(千駟)와 만종(萬鍾)을 따라 알 수 있다.
故以微事斷之,
그러므로 작은 일로 그것을 단정한 것이니
所以敎人不可不謹也.”
사람에게 작은 일조차 삼가지 않아선 안 됨을 가르친 것이다.”
○ 인간은 원래 선의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적 삶에는 선의를 다 실천할 수 있는 상황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타인에게 무엇을 부탁 받았을 때, 그 부탁이 들어주기 어려운 형편이라면 솔직하게 거절하는 것이 정도이다. 선의의 실천이라는 이유 때문에 무리하게 모든 부탁을 들어주려고만 하다가는 ‘허위’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공자가 인간에게서 경계하는 것은 도덕성의 과불급이 아니라, 바로 허위의식에로의 함몰인 것이다. 나는 미생고를 평하는 공자의 모습에서 공자라는 인간에 대한 미묘한 매력을 발견한다. 그리고 ‘체면[面子]’만을 중시하는, 유교를 빙자한 ‘선의 허위’를 개탄하는 것이다. -『논어한글역주』2권, 365쪽
○ ‘논어’ 공야장(公冶長) 편의 이 장에서 공자는 생활의 친근한 예를 통해 인간의 곧은 본성과 성실함에 관해 성찰하라고 촉구한다. 곧을 직(直)을 다룬 중요한 구절이다.
숙(孰)은 익을 숙(熟)의 원글자이되, ‘누구’라는 의문사로 빌려 쓴다. 숙위(孰謂)는 ‘누가 ∼라 하는가’라고 풀이하되, ‘∼라고 할 수 없다’라는 부정의 뜻을 함축한다. 미생고(微生高)는 노(魯)나라 사람으로 아주 정직했다. ‘장자’ 등에 나오는 ‘미생(尾生)의 신(信)’이 그를 가리킨다고 한다. 혹(或)은 혹인(或人)과 같아서 ‘어떤 사람’이란 뜻이다. 걸(乞)은 본래 구름 기운을 나타냈지만 ‘빌리다’의 뜻으로 차용해 쓴다. 혜(醯)는 식초이다. 언(焉)은 종결사로, ‘∼에게’의 뜻도 지닌다.
저(諸)는 ‘그것을 ∼에서’를 뜻한다. ‘제’로 읽으면 ‘모든’이란 뜻이니 제군(諸君)은 ‘여러분’을 나타낸다. 린(隣)은 ‘이웃’의 뜻이다. 이(而)는 앞의 말과 뒤의 말을 연결해 준다. 여(與)는 ‘주다’의 뜻을 지닌 동사이다. 여신(與信)의 여(與)도 같다. 지(之)는 앞의 것을 되받는다. 여기선 ‘빌린 식초’를 가리킨다.
자기 집에 없는 물건을 이웃에서 빌려다 주면 친절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 공자는 옳다 여기지 않았다. 자기 집에 없으면 없다고 해야 하거늘 그러지 않았고 이웃에 가서는 자기가 쓸 것이라 했기 때문이다. 주자(주희)는 본뜻을 굽히고 외물에 따르는 곡의순물(曲意徇物)의 잘못과 미덕을 약취하고 은혜를 파는 약미시은(掠美市恩)의 잘못을 지적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 해도 성실하지 않으면 마음을 제대로 기를 수 없다고 경계한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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