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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한글역주, 공야장 제오 - 23. 미생고는 자신에게 없는 것을 옆집에서 빌려서주다 본문

고전/논어

논어한글역주, 공야장 제오 - 23. 미생고는 자신에게 없는 것을 옆집에서 빌려서주다

건방진방랑자 2021. 6. 2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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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미생고는 자신에게 없는 것을 옆집에서 빌려서주다

 

 

5-23.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누가 미생고를 정직하다 이르는가? 어떤 사람이 미생고에게 초를 좀 얻으려 하자, 없으면 없다 말할 것이지 얼른 옆집에서 빌어 다가 주는구나!”
5-23. 子曰: “孰謂微生高直? 或乞醯焉, 乞諸其鄰而與之.”

 

미생고(微生高)라는 사람은 문맥으로 보건대 공자 당대에 정직한 사람으로 평판이 높은 사람이었다. 아마도 그는 공자가 사는 생활권에서 이름이 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한 동네사람이었기 때문에 옆집에서 무엇을 꾸어오는 것까지도 다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공자는 미생고가 정직한 사람이라는 주변사람들의 평판에 찬물을 끼얹는다. 누가 미생고를 정직하다고 말하는가? 미생고는 정직하지 않다! 왜 그런가? 어떤 사람이 그의 집으로 가서 식초를 좀 얻으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의 집에는 마침 식초가 없었다. 식초는 발효식품이었기 때문에 옛날에는 좀 귀한 조미료에 속하는 것이었다.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집에 없는 것을 옆집으로 빌리러 다니는 것은 매우 흔한 풍속이었다. 오줌 싸면 키 쓰고 소금 받아오라는 것도 이러한 풍속에 연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생고는 잽싸게 옆집으로 달려가서 식초를 얻어다가 주는 것이 아닌가? 공자가 여기서 동네사람들의 이러한 정감 있는 형태를 빌어, 그의 제자들에게 전하려 했던 교훈은 무엇이었던가?

 

인간은 원래 선의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적 삶에는 선의를 다 실천할 수 있는 상황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타인에게 무엇을 부탁 받았을 때, 그 부탁이 들어주기 어려운 형편이라면 솔직하게 거절하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선의의 실천이라는 이유 때문에 무리하게 모든 부탁을 들어 주려고만 하다가는 허위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공자가 인간에게서 경계하 는 것은 도덕성의 과불급이 아니라, 바로 허위의식에로의 함몰인 것이다. 나는 미생고를 평하는 공자의 모습에서 공자라는 인간에 대한 미묘한 매력을 발견한다. 그리고 체면[面子]’만을 중시하는, 유교를 빙자한 ()의 허위를 개탄하는 것이다.

 

미생고라는 인물의 역사성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장자(莊子)』 「도척(盜跖)6편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미생은 애인과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러나 그 여자는 오지 않았다. 때마침 소낙비가 내려 물이 불었으나 미생은 약속 때문에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다리 기둥을 부둥켜안고 있다가 빠져 죽고 말았다.

尾生與女子期於梁下, 女子不來, 水至不去, 抱梁柱而死.

 

 

장자의 미생과 논어의 미생고가 동일 인물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아마도 논어의 무명의 캐릭터를 빌어 후대에 성립한 설화를 장자의 기자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불암시리즈비슷한 이야기가 아닐는지. 공자의 ()’에 관한 담론은 매우 중층적이다. 13-18, 14-36, 15-6을 참고함이 좋을 것이다.

 

 

는 호서(呼西) 반이다. 미생(微生)’은 성이고, ‘()’가 이름이다. 노나라 사람으로 평소에 정직함[]으로 이름이 난 사람이었다. ‘()’는 식초이다. 사람이 식초를 빌리러 왔을 때 그의 집에는 식초가 없었다. 그런데 그는 잽싸게 이웃집에서 빌어다 준 것이다. 부자께서 이를 말씀하신 것은 뜻을 굽혀 남의 비위를 맞추고 우아함을 가장하여 은혜를 베푸는 것은 결코 직()이라 말할 수 없다고 기록하신 것이다.

, 呼西反. 微生姓, 高名, 魯人, 素有直名者. , 醋也. 人來乞時, 其家無有, 故乞諸鄰家以與之. 夫子言此, 譏其曲意殉物, 掠美市恩, 不得爲直也.

 

정이천이 말하였다: “미생고의 약간 굽은 자세는 비록 사소한 것일 수는 있으나 그것이 직()을 해()함이 크다.”

程子曰: “微生高所枉雖小, 害直爲大.”

 

범순부가 말하였다: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고, 있는 것을 있다 하고, 없는 것을 없다 하는 것이 곧 직()이다. 성인께서는 사람을 보실 때에 한 터럭을 주고받는 것에서 천사만종(千駟萬鍾: 방대한 권력과 돈)에 처하는 것까지 다 꿰뚫어 보신다. 그러므로 미세한 일을 가지고서도 그 인품을 단정하심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삼가지 않을 수 없도록 가르치신 것이다.”

范氏曰: “是曰是, 非曰非, 有謂有, 無謂無, 曰直. 聖人觀人於其一介之取予, 而千駟萬鍾從可知焉. 故以微事斷之, 所以敎人不可不謹也.”

 

 

 

 

인용

목차 / 전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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