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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시평 상권 - 14. 종실의 시들 본문

문집/소화시평

소화시평 상권 - 14. 종실의 시들

건방진방랑자 2023. 1. 1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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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종실의 시들

 

 

申玄翁: “宗英之能詩者亦多, 風月亭爲冠, 醒狂子西湖主人其次也按風月亭, 卽月山大君婷, 醒狂子, 卽朱溪君深源, 西湖主人, 卽茂豐正摠.

今選三人詩各一首, 風月亭寄人詩曰: ‘旅館殘燈夜, 孤城細雨秋. 思君意不盡, 千里大江流.’

醒狂子雲溪寺詩曰: ‘樹陰濃淡石盤陀, 一逕縈廻透澗阿. 陣陣暗香通鼻觀, 遙知林下有殘花.’

西湖主人漁父詞: ‘老翁手把一竿竹, 靜坐苔磯睡味閒. 魚上釣時渾不覺, 豈知身在畵圖間.’

近世泰山守棣亦能詩, 閒居卽事詩曰: ‘蕪菁結穗麥抽芽, 粉蝶飛穿茄子花. 日照疎籬荒圃靜, 滿園春事似田家.’

蓋自古宗英生長綺紈, 耽悅聲色, 罕有留意文章者. 而觀其諷詠, 絕俗超倫, 有非等閒詞客所及, 可貴哉!

 

 

 

 

해석

申玄翁: “宗英之能詩者亦多, 風月亭爲冠, 醒狂子西湖主人其次也

현옹 신흠이 청창연담에서 종실(宗室) 가운데 뛰어난 이들 중종영(宗英): 종실(宗室) 가운데 뛰어난 사람의 뜻으로 쓰인다에 시를 잘 짓는 이가 또한 많으니 풍월정(風月亭)이 으뜸이고 성광자(醒狂子)와 서호주인(西湖主人)이 그 다음이다.”라고 말했다.

 

按風月亭, 卽月山大君婷, 醒狂子, 卽朱溪君深源, 西湖主人, 卽茂豐正摠.

검토해보니 풍월정(風月亭)은 곧 월산대군(月山大君)인 이정(李婷)이고 성광자(醒狂子)는 곧 주계군(朱溪君)인 이심원(李深源)이며 서호주인(西湖主人)은 곧 무풍정(茂豐正)인 이총(李摠)이다.

 

今選三人詩各一首, 風月亭寄人詩曰: ‘旅館殘燈夜, 孤城細雨秋. 思君意不盡, 千里大江流.’

이제 세 사람의 시 각각 한 수씩을 뽑아보자면 풍월정의 기인(寄人)시는 다음과 같고

 

旅館殘燈夜 孤城細雨秋 여관의 꺼져가는 등불의 밤, 외로운 성에 이슬비 내리는 가을에
思君意不盡 千里大江流 그대 생각하는 마음 가 없어 천 리의 큰 강처럼 흘러만 가네.

 

醒狂子雲溪寺詩曰: ‘樹陰濃淡石盤陀, 一逕縈廻透澗阿. 陣陣暗香通鼻觀, 遙知林下有殘花.’

성광자(醒狂子)운계사(雲溪寺)시는 다음과 같으며

 

樹陰濃淡石盤陀 나무 그늘은 짙고도 옅으며 바위는 울퉁불퉁한
一逕縈廻透澗阿 한 길 굽이져 시냇물 언덕[澗阿]을 뚫었네.
陣陣暗香通鼻觀 계속 부는 그윽한 향내가 코를 통해 맡아지니
遙知林下有殘花 아스라이 숲 속에 진 꽃 있음을 알겠구나.

 

西湖主人漁父詞: ‘老翁手把一竿竹, 靜坐苔磯睡味閒. 魚上釣時渾不覺, 豈知身在畵圖間.’

서호주인(西湖主人)어부사(漁父詞)시는 다음과 같다.

 

老翁手把一竿竹 늙은이가 손수 한 대나무 낚시대 잡고서
靜坐苔磯睡味閒 이끼 낀 바위턱에 고요히 앉았으니 잠맛이 한가하구나.
魚上釣時渾不覺 물고기 낚시줄에 걸려 들었음에도 잠들어 깨질 못하니
豈知身在畵圖間 어찌 몸이 그림 속에 있음을 알리오?

 

近世泰山守棣亦能詩, 閒居卽事詩曰: ‘蕪菁結穗麥抽芽, 粉蝶飛穿茄子花. 日照疎籬荒圃靜, 滿園春事似田家.’

최근엔 태산수(泰山守) 이체(李棣)가 또한 시를 잘 지었으니 한거즉사(閒居卽事)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蕪菁結穗麥抽芽 순무는 이삭을 맺고 보리는 싹 틔워
粉蝶飛穿茄子花 점박이 나비가 가지 꽃을 뚫고 날아가네.
日照疎籬荒圃靜 해가 엉성한 울타리에 비치고 황량한 채마밭 고요하니
滿園春事似田家 동산에 가득한 봄의 일이 마치 농촌인 듯해.

 

蓋自古宗英生長綺紈, 耽悅聲色, 罕有留意文章者.

일반적으로 예로부터 종실에서 뛰어난 이들[宗英]은 좋은 가문[綺紈]에서 자라나 음악과 여색(女色)을 탐내어 즐기므로 뜻을 문장에 둔 이들이 드물었다.

 

而觀其諷詠, 絕俗超倫, 有非等閒詞客所及, 可貴哉!

그러나 읊고 노래한 것을 보면 속세에서 뛰어나고 무리를 뛰어넘어 하찮은[等閒]은 시인들이 미칠 게 아니니 귀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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