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종실의 시들
申玄翁云: “宗英之能詩者亦多, 風月亭爲冠, 醒狂子ㆍ西湖主人其次也” 按風月亭, 卽月山大君婷, 醒狂子, 卽朱溪君深源, 西湖主人, 卽茂豐正摠.
今選三人詩各一首, 風月亭「寄人」詩曰: ‘旅館殘燈夜, 孤城細雨秋. 思君意不盡, 千里大江流.’
醒狂子「雲溪寺」詩曰: ‘樹陰濃淡石盤陀, 一逕縈廻透澗阿. 陣陣暗香通鼻觀, 遙知林下有殘花.’
西湖主人「漁父詞」曰: ‘老翁手把一竿竹, 靜坐苔磯睡味閒. 魚上釣時渾不覺, 豈知身在畵圖間.’
近世泰山守棣亦能詩, 其「閒居卽事」詩曰: ‘蕪菁結穗麥抽芽, 粉蝶飛穿茄子花. 日照疎籬荒圃靜, 滿園春事似田家.’
蓋自古宗英生長綺紈, 耽悅聲色, 罕有留意文章者. 而觀其諷詠, 絕俗超倫, 有非等閒詞客所及, 可貴哉!
해석
申玄翁云: “宗英之能詩者亦多, 風月亭爲冠, 醒狂子ㆍ西湖主人其次也”
현옹 신흠이 『청창연담』에서 “종실(宗室) 가운데 뛰어난 이들 중【종영(宗英): 종실(宗室) 가운데 뛰어난 사람의 뜻으로 쓰인다】에 시를 잘 짓는 이가 또한 많으니 풍월정(風月亭)이 으뜸이고 성광자(醒狂子)와 서호주인(西湖主人)이 그 다음이다.”라고 말했다.
按風月亭, 卽月山大君婷, 醒狂子, 卽朱溪君深源, 西湖主人, 卽茂豐正摠.
검토해보니 풍월정(風月亭)은 곧 월산대군(月山大君)인 이정(李婷)이고 성광자(醒狂子)는 곧 주계군(朱溪君)인 이심원(李深源)이며 서호주인(西湖主人)은 곧 무풍정(茂豐正)인 이총(李摠)이다.
今選三人詩各一首, 風月亭「寄人」詩曰: ‘旅館殘燈夜, 孤城細雨秋. 思君意不盡, 千里大江流.’
이제 세 사람의 시 각각 한 수씩을 뽑아보자면 풍월정의 「기인(寄人)」 시는 다음과 같고
旅館殘燈夜 孤城細雨秋 | 여관의 꺼져가는 등불의 밤, 외로운 성에 이슬비 내리는 가을에 |
思君意不盡 千里大江流 | 그대 생각하는 마음 가 없어 천 리의 큰 강처럼 흘러만 가네. |
醒狂子「雲溪寺」詩曰: ‘樹陰濃淡石盤陀, 一逕縈廻透澗阿. 陣陣暗香通鼻觀, 遙知林下有殘花.’
성광자(醒狂子)의 「운계사(雲溪寺)」 시는 다음과 같으며
樹陰濃淡石盤陀 | 나무 그늘은 짙고도 옅으며 바위는 울퉁불퉁한 |
一逕縈廻透澗阿 | 한 길 굽이져 시냇물 언덕[澗阿]을 뚫었네. |
陣陣暗香通鼻觀 | 계속 부는 그윽한 향내가 코를 통해 맡아지니 |
遙知林下有殘花 | 아스라이 숲 속에 진 꽃 있음을 알겠구나. |
西湖主人「漁父詞」曰: ‘老翁手把一竿竹, 靜坐苔磯睡味閒. 魚上釣時渾不覺, 豈知身在畵圖間.’
서호주인(西湖主人)의 「어부사(漁父詞)」 시는 다음과 같다.
老翁手把一竿竹 | 늙은이가 손수 한 대나무 낚시대 잡고서 |
靜坐苔磯睡味閒 | 이끼 낀 바위턱에 고요히 앉았으니 잠맛이 한가하구나. |
魚上釣時渾不覺 | 물고기 낚시줄에 걸려 들었음에도 잠들어 깨질 못하니 |
豈知身在畵圖間 | 어찌 몸이 그림 속에 있음을 알리오? |
近世泰山守棣亦能詩, 其「閒居卽事」詩曰: ‘蕪菁結穗麥抽芽, 粉蝶飛穿茄子花. 日照疎籬荒圃靜, 滿園春事似田家.’
최근엔 태산수(泰山守) 이체(李棣)가 또한 시를 잘 지었으니 「한거즉사(閒居卽事)」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蕪菁結穗麥抽芽 | 순무는 이삭을 맺고 보리는 싹 틔워 |
粉蝶飛穿茄子花 | 점박이 나비가 가지 꽃을 뚫고 날아가네. |
日照疎籬荒圃靜 | 해가 엉성한 울타리에 비치고 황량한 채마밭 고요하니 |
滿園春事似田家 | 동산에 가득한 봄의 일이 마치 농촌인 듯해. |
蓋自古宗英生長綺紈, 耽悅聲色, 罕有留意文章者.
일반적으로 예로부터 종실에서 뛰어난 이들[宗英]은 좋은 가문[綺紈]에서 자라나 음악과 여색(女色)을 탐내어 즐기므로 뜻을 문장에 둔 이들이 드물었다.
而觀其諷詠, 絕俗超倫, 有非等閒詞客所及, 可貴哉!
그러나 읊고 노래한 것을 보면 속세에서 뛰어나고 무리를 뛰어넘어 하찮은[等閒]은 시인들이 미칠 게 아니니 귀해라!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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