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최치원의 시 세 편
崔孤雲「泛海」詩曰: ‘掛席浮滄海, 長風萬里通. 乘槎思漢使, 採藥憶秦童. 日月無何外, 乾坤太極中. 蓬萊看咫尺, 吾且訪仙翁.’ 辭語宏肆.
「贈智光上人」詩曰: ‘雲畔構精廬, 安禪四紀餘. 筇無出山步, 筆絕入京書. 竹架泉聲緊, 松欞日影踈. 境高吟不盡, 瞑目悟眞如.’ 句格精緻.
且如「題輿地圖」一聯: ‘崑崙東走五山碧, 星宿北流一水黃.’ 囊橐天下山水之祖, 思意極其豪健.
想此老胸中, 藏得幾箇雲夢也.
해석
崔孤雲「泛海」詩曰: ‘掛席浮滄海, 長風萬里通. 乘槎思漢使, 採藥憶秦童. 日月無何外, 乾坤太極中. 蓬萊看咫尺, 吾且訪仙翁.’
최고운의 「범해(泛海)」라는 시는 다음과 같으니,
掛席浮滄海 長風萬里通 | 돛 걸고 푸른 바다에 떠 있으니 세찬 바람이 만 리까지 통하네. |
乘槎思漢使 採藥憶秦童 | 뗏목에 탄 한나라 사신이 생각나고 약초 캐러 간 진나라 아이들 기억나지. |
日月無何外 乾坤太極中 | 하늘 너머[無何] 바깥의 해와 달이고 태극 속의 하늘과 땅이네. |
蓬萊看咫尺 吾且訪仙翁 | 봉래산이 지척에 보이니 나는 장차 신선 방문하려네. |
辭語宏肆.
시어가 굉장하고도 크다.
「贈智光上人」詩曰: ‘雲畔構精廬, 安禪四紀餘. 筇無出山步, 筆絕入京書. 竹架泉聲緊, 松欞日影踈. 境高吟不盡, 瞑目悟眞如.’
「증지광상인(贈智光上人)」 시는 다음과 같으니,
雲畔構精廬 安禪四紀餘 | 구름 언덕에 절[精廬]을 만드니 선정(禪定)에 편안해진 지 400여년이네. |
筇無出山步 筆絶入京書 | 지팡이로 산보하러 나갈 일 없고 붓으로 서울에 보낼 편지 쓸 일 없지. |
竹架泉聲緊 松欞日影疎 | 대나무 시렁엔 샘물소리 소나무 처마엔 해 그림자 드물지. |
境高吟不盡 瞑目悟眞如 | 경지가 높아 읊조리기론 다하지 못하니 눈 감고 진여(眞如)를 깨달을 밖에는. |
句格精緻.
시구의 격조가 정밀하고도 치밀하다.
且如「題輿地圖」一聯: ‘崑崙東走五山碧, 星宿北流一水黃.’
또 「제여지도(題輿地圖)」의 한 련과 같은 경우는 다음과 같으니
崑崙東走五山碧 | 곤륜산은 동쪽으로 이어져 오악(五嶽)이 푸르고 |
星宿北流一水黃 | 성수해는 북쪽으로 흘러 하나의 강물이 누렇다네. |
囊橐天下山水之祖, 思意極其豪健.
천하 산수의 근본을 시 주머니[囊橐]에 담았고 시의 사상이 매우 호쾌하고도 굳셌다.
想此老胸中, 藏得幾箇雲夢也.
이 노인의 가슴 속을 상상해보면 몇 개의 운몽택(雲夢澤)【운몽택(雲夢澤): 흉금이 매우 큼을 뜻한다. 한(漢)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상림부(上林賦)」에, 초(楚)나라에 사방이 900리나 되는 운몽택(雲夢澤)이 있는데, ‘운몽택 같은 것 8, 9개를 삼켜도 가슴속에 조금의 장애도 느끼지 않는다[呑若雲夢者八九 於其胸中 曾不蔕芥]’고 한 데서 온 말이다.】을 숨겨놓은 듯하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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