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정지상과 김부식의 악연
世傳金侍中富軾, 與鄭學士知常同遊山寺, 知常有‘琳宮梵語罷, 天色淨琉璃.’之句. 富軾喜之, 乞而不與, 乃搆而殺之.
後往一寺, 偶登厠, 忽有從後握囊者曰: “君顏何赤?” 富軾對曰: “隔岸丹諷照面紅” 因病死.
按唐劉廷芝作「白頭翁」詩, 其一句曰: ‘今年花落顏色改, 明年花開復誰在.’ 其舅宋之問愛其句, 懇乞不與, 怒, 以土囊壓殺之.
噫! 人之猜才好名如此, 爲詩者不可不知.
해석
세상에 전하는 말이다. 시중 김부식과 학사 정지상이 산사에 함께 유람할 적에
知常有‘琳宮梵語罷, 天色淨琉璃.’之句.
지상의 다음 구절을
琳宮梵語罷 天色淨琉璃 | 절에서 불법을 설파하는 소리 그치고, 하늘빛 맑기가 유리 같네. |
富軾喜之, 乞而不與, 乃搆而殺之.
부식이 그 시구를 좋아해 애걸했지만 주질 않자 연이어 사건에 연루시켜 죽였다.
後往一寺, 偶登厠, 忽有從後握囊者曰: “君顏何赤?”
훗날 한 사찰에 머물 때 우연히 측간(廁間) 올랐는데 갑자기 뒤로부터 고환을 움켜쥐는 이가 “그대 얼굴이 어째서 붉어지는가?”라고 말했다.
富軾對曰: “隔岸丹諷照面紅” 因病死.
김부식이 “벽 너머의 붉은 단풍이 얼굴에 비춰 붉어졌지”라고 대답하고서 지병으로 죽었다.
按唐劉廷芝作「白頭翁」詩, 其一句曰: ‘今年花落顏色改, 明年花開復誰在.’
생각해보니 당나라 유정지(劉廷芝)가 지은 「백두옹(白頭翁)」 시 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今年花落顏色改 | 올해 꽃 지자 얼굴빛 바뀌었는데 |
明年花開復誰在 | 내년 꽃 필 땐 다시 누가 있으려나? |
其舅宋之問愛其句, 懇乞不與, 怒, 以土囊壓殺之.
시아버지인 송지문이 그 시구를 아껴 간절이 빌었지만 주지 않자 화내며 흙자루로 그를 압사시켜 죽였다.
噫! 人之猜才好名如此, 爲詩者不可不知.
아! 사람이 남의 재주를 시기하고 명예(名譽)를 좋아함이 이와 같으니 시를 짓는 자들은 알아야만 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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