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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시를 읽다 - 5. 원숙과 참신의 시학 본문

책/한시(漢詩)

우리 한시를 읽다 - 5. 원숙과 참신의 시학

건방진방랑자 2022. 10. 24.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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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원숙과 참신의 시학

 

 

역사 속의 라이벌

 

 

1. 정지상김부식의 문학적 자질 대결(비교: 한시미학산책)

侍中金富軾, 學士鄭知常, 文章齊名一時 兩人爭軋不相能.
世傳知常, ‘琳宮梵語罷, 天色淨琉璃之句, 富軾喜而索之, 欲作己詩, 終不許.
知常富軾所誅, 作陰鬼. 富軾一日詠春詩, : ‘柳色千絲綠, 桃花萬點紅.’ 忽於空中鄭鬼批富軾頰曰: “千絲萬點, 有孰數之也? 何不曰 柳色絲絲綠 桃花點點紅.’” 富軾頗惡之.
後往一寺, 偶登厠, 鬼從後握陰卵, 問曰: “不飮酒何面紅?” 富軾徐曰: “隔岸丹楓照面紅.” 鬼緊握陰卵曰: “何物皮卵子?” 富軾: “汝父卵, 鐵乎?” 色不變. 鬼握卵尤力, 富軾竟死於厠中. -백운소설(白雲小說)7

 

 

2. 이인로이규보의 한시 창작법 대결

1) 이규보(李奎報)답전리지논문서(答全履之論文書)에서 신의조어(新意造語)’라고 하며 남들처럼 널리 독서하지 못하여 부득이 새로운 말을 만들 수밖에 없음옛 사람들은 시의 뜻은 새롭지만 시어 자체를 새롭게 만들지 못함자신은 시의 뜻도 새롭게 하고 시어도 만들어냈다고 함시로 이름을 날리는 사람들이 남의 것을 베꼈다고 비판함.

2) 이인로(李仁老): 3대 문벌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자신이 태어났을 땐 가문은 흔들려 승려에 양육되었다가 1180년 진사시에 급제하여 활동을 시작함.

3) 최자(崔滋)보한집(補閑集)권중 47에선 학사 이인로가 말하였다. ‘나는 문을 닫고 황정견(黃庭堅)소식(蘇軾)의 문집을 읽고 난 후에야 말이 힘이 있고 시운(詩韻)이 유창하여 시의 깊은 맛을 알게 되었다.’ 문순공(文順公) 이규보(李奎報)는 말하였다. ‘나는 옛 사람의 말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뜻을 창출한다.’ 요즘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두 사람이 들어선 경지가 다르다고 여기는데 잘못이다. 그 깊이는 다르지만 들어선 곳은 같은 문이다. 왜 그런가? 배우는 사람들은 경사백가를 읽을 때 알아서 그 도리를 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차 그 말을 익히고 그 체를 본받아 마음에 거듭하고 공교로움에 익숙해지도록 하여서 짓고 읊조릴 때에 마음과 입이 상응하며 말로 내면 바로 문장이 되도록 하므로 시로 써도 생경하고 난삽한 말이 없다. 옛사람의 말을 답습하지 않고 스스로 참신한 것을 낸다는 것은 오직 시상을 구성하여 문식을 가하는 것일 뿐이다. 두 사람이 다르다고 한 것은 아마 이것일 뿐이리라.”라고 함.

4) 대립하며 다른 문장론을 펼친 듯하나 새로운 뜻을 주창한 부분에선 동일함. 이인로(李仁老)파한집(破閑集)권하 19에서 황정견(黃庭堅)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해석하여 뜻을 바꾸지 않고 그 시어를 만드는 것을 환골이라 하고, 고인의 뜻을 모방해서 비슷하게 하는 것을 탈태라 한다[古人之意 而造其語 謂之換骨 規模古人之意 而形容之 謂之奪胎].”며 신의를 창출하는 것과 거리가 있다고 함.

 

 

 

이인로와 이규보의 다른 미감

 

 

1. 이인로(李仁老)산거(山居)

春去花猶在 天晴谷自陰 봄은 갔으나 꽃은 여전히 있고 날씨 맑아도 골짜기 더욱 으쓱하네.
杜鵑啼白晝 始覺卜居深 두견새 대낮에 울어대니, 그제야 사는 곳 깊은 곳임을 깨달았네.

 

1) 봄이 이미 지난 절기지만 자신이 사는 곳은 궁벽하여 꽃이 아직 피어 있다는 뜻임.

2) 이상은(李商隱)이 지은 만청(晩晴)深居俯夾城, 春去夏猶淸에서 가져왔지만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냄.

깊은 산속의 집이기 때문에 꽃이 아직 지지 않았다는 걸 드러냄. 대낮이라 훤해야 하지만 자신이 사는 곳이 골짜기라 낮에도 저절로 어둡다고 함.

 

3) 우리나라엔 두견새가 없기에 소쩍새를 보고 두견새라 했고 소쩍새는 밤에만 울기에 자신이 사는 곳이 으쓱하다는 걸 말해주고 있음.

4) 소화시평(小華詩評)권상 27에선 혹사당가(酷似唐家)’라고 평함.

5) 이인로의 시는 새롭지만 시어는 낯설지 않아 당시(唐詩)의 어디엔가 나올 법한 익숙한 시임.

 

 

2. 이규보(李奎報)하일즉사(夏日卽事)

簾幕深深樹影廻 발을 치니 깊고 깊어져 나무 그림자 비끼고
幽人睡熟鼾成雷 은둔한 이 꿀잠에 코고는 소리 번개 같네
日斜庭院無人到 해 비낀 정원에 이르는 사람이 없이
唯有風扉自闔開 오직 바람만이 있어 사립문 절로 닫혔다 열렸다

 

輕衫小簟臥風櫺 가벼운 적삼에 작은 댓자리 펴고 바람 난간에 누웠는데
夢斷啼鶯三兩聲 꿈이 꾀꼬리 2~3번 우는 소리에 깨버렸네
密葉翳花春後在 우거진 잎사귀에 꽃은 가려져 봄은 뒤에도 남아
薄雲漏日雨中明 엷은 구름에 해가 새어나와 비 오는 중에도 밝구나.

 

1) 이인로의 시가 어디서 본 듯한 시라면 이규보는 기발한 착상과 표현이 있어야 시가 된다고 생각했고 위의 시에서 그 개성이 읽힘.

2) 이인로와 이규보의 표현방식의 차이

이인로 이규보
()’를 통해 여유와 흥취를 더함. 왜 꽃이 아직 남아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함.
꽃이 남아 있는 이유를 독자가 깨치도록 함. 바로 이유를 일일이 설명해줌.

 

3) “輕衫小簟臥風欞 夢斷啼鶯三兩聲 密葉翳花春後在 薄雲漏日雨中明陳司諫詩 小梅零落柳僛垂 閑踏淸嵐步步遲 漁店閉門人語少 一江春雨碧絲絲兩詩淸新幼妙 閑遠有味 品藻韻格 如出一手 雖善論者 未易伯仲也 동인시화(東人詩話)권하 4

4) 陳翰林澕與李文順齊名 詩甚淸邵 其小梅零落柳僛垂 閑踏靑嵐步步遲 漁店閉門人語少 一江春雨碧絲絲淸勁可詠 성수시화(惺叟詩話)7

 

 

 

이인로와 이규보 차이점

 

 

1. 이인로(李仁老)이규보(李奎報)의 시상 차이

당풍(唐風) / 이인로 송풍(宋風) / 이규보
감성적인 것 이지적인 것
흥취 중시로 묘사는 소략함() 논리 중시로 묘사가 자세함()
대충 그린 듯 여러 번 읽어야 흥취가 생김 구체적 모습을 표현함.

 

 

2. 이인로(李仁老)만흥(謾興)라는 시에 드러난 상상하게 하는 묘사법

花光迷杜曲 竹影似城南 꽃빛은 두곡인 듯 미혹하고 대 그림자는 성남과 비슷하다.

 

1) 두곡과 성남은 중국 땅인데 당나라 때 장안에 있던 두곡과 성남에 가본 사람은 거의 없었음.

2) 현실적인 장소로서의 의미가 아닌 가장 아름다운 꽆이 피는 곳이란 이미지만을 담고 있는 시어로 쓰인 것임.

3) 그렇기에 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는 곳, 대 그림자가 가장 아름다운 곳을 상상하며 감상하면 됨.

4) 독자의 체험을 끌어들여 흥으로 연결하는 것이 이인로 시의 묘사법임.

 

 

3. 이규보(李奎報) 시의 구체적이며 기발한 묘사법

1) 감로사(甘露寺)

霜華炤日添秋露 서리 빛나 해를 태워 가을 이슬 더했고
海氣干雲散夕霏 바다 기운 구름을 찔러 저녁 아지랑이 흩어버렸네.

 

2) 부녕포구(扶寧浦口)

湖淸巧印當心月 호수는 맑기에 호수 복판에 당하여 달이 교묘히 찍혀 있고,
浦闊貪呑入口潮 포구는 넓기에 어귀로 들어오는 조수를 탐내어 삼킨다.

 

 

 

감각적인, 기발한 시어의 달인, 이규보

 

 

1. 이규보(李奎報)화숙덕연원(和宿德淵院)감상하기

落日三盃醉 淸風一枕眠 해질녘 석 잔 술 마시고 맑은 바람 맞으며 배게 배고 잔다
竹虛同客性 松老等僧年 대나무 빈 공간은 나그네의 성품 같고 늙은 소나무는 스님의 나이 같구나.
野水搖蒼石 村畦繞翠巓 밭물이 푸른 이끼 낀 바위 흔들고 밭두둑 푸른 산등성이를 둘렀네.
晚來山更好 詩思湧如泉 석양의 산은 더욱 좋으니, 시사가 솟아오르기가 샘과 같네.

 

1) 박환고(朴還古)라는 사람이 한양으로 떠날 때 이규보가 전송하며 시를 지어 주었는데 박환고가 답시를 짓지 못하고 떠났다가 한참 후에 화답시를 보내주자 그에 대해 답한 시임.

2) 1연부터 대()를 함(偸春法: 매화가 봄이 오기 전에 피는 것에 비유) 1연에서 대()를 한 경우 2연엔 하지 않으나, 이 시는 3연까지 대를 함.

3) 내리 대()를 하면 단조로워 보이는 단점이 있지만 이 시에선 표현의 기발함으로 단점을 상쇄함.

4) 1연은 대를 이루었지만 1구가 2구의 원인이 되어 전체가 하나의 흐름으로 읽히는 십자구(十字句) 형태를 지님.

5) 2연의 속 빈 대나무=세상에 무관심한 자신’, ‘노송=노승의 기발한 표현으로 후대 비평가들에게 칭찬받음.

5) 3연에서 흐르는 물 때문에 바위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 것(청각적 심상)과 산빛 때문에 시골길이 파랗다고 한 것(시각적 심상)은 매우 감각적인 표현임.

 

 

2. 이인로(李仁老)이규보(李奎報)의 차이점 정리

이인로 이규보
여유롭게 익숙하여 사람의 눈길을 끌지 않음. 발랄하고 참신하지만 씹는 맛은 길지 않음.
매끈하게 갈고 다듬은 석조물. 삐죽삐죽 붙여 놓은 철조물
원만함 지향 참신함 지향

 

 

 

 

인용

목차

한시사 / 略史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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