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사상을 지키려는 소명의식
어느 날 밤, 한 제자가 스승을 찾아와 묻습니다.
“외부 사람들은 모두 선생님께서 논쟁하기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왜 논쟁하기를 좋아하십니까?”
그러자 스승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합니다.
“내가 어찌 논쟁하기를 좋아하겠는가! 나는 어찌할 수 없어서 논변을 하고 있을 뿐이다. 공자의 사상을 지키지 않으면 모든 인간들이 금수와 다름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공자의 사상을 이론화했던 것이다.” 『맹자』 「등문공」
아마도 질문했던 제자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자기 스승에 대한 험담을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의 스승은 어디를 가든 어떤 사람을 만나는 화려한 언변과 논리로 상대방을 굴복시키려고 했습니다. 스승은 그것이 불가피한 일이었을 뿐이라고 변명합니다. 이어서 그는 공자가 창시한 유학 사상을 따르지 않는다면 인간이 모두 자기 이익만을 탐하는 짐승처럼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제자에게까지도 논쟁에서 이기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으로 비춰진 유학 사상가인 이 스승은 과연 누구일까요? 바로 이번 장에서 살펴볼 맹자(孟子, BC 390년경~BC 305년경. 또는 BC 372년경~ BC 289년경)입니다. 맹자 본인이 말했던 것처럼, 그는 공자의 사상을 옹호하려고 시도한 최초의 이론가이자 달변가였습니다. 여러분이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그가 의식적으로 유학 사상의 대변인이자 수호자로 자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그는 공자와 함께 공맹(孔孟)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맹자가 살아생전에는 별다른 영향력을 거의 미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당시는 공자의 사상마저도 마치 죽은 개[喪家之狗]와 같은 취급을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맹자가 살았던 시대는 전국시대(戰國時代, BC 403[또는 BC 476]~BC 221)라고 기록될 정도로 국가들 사이에 목숨을 건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군주들은 자신의 국가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최강의 국가로 만들고 싶어 했지요. 이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자기 나라가 강하지 않으면 바로 다른 나라에게 먹히고 말 상황이었으니까요.
맹자가 살던 당시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부국강병은 글자 그대로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군대를 강하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과연 윤리적인 주장이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그것은 분명 ‘이익[利]’에만 기반을 둔 논리일 뿐입니다. 이렇듯 당시는 자신의 나라를 이롭게하려는 의도만이 부국강병을 도모했던 군주들의 머릿속에 가득 차있었습니다.
어느 날 맹자가 양(梁)나라의 군주 혜왕(惠王)을 만났습니다. 그때 혜왕은 맹자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봅니다.
“늙은 선생께서는 천리를 멀다 하지 않고 오셨습니다. 앞으로 제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가지고 계십니까?”
그러자 맹자는 다음과 같이 엉뚱한 대답을 들려줍니다.
“군주께서는 어떻게 이익만을 이야기하십니까? 인의(仁義)와 같은 윤리가 있을 따름입니다.” 『맹자』 「양혜왕」
부국강병의 계책을 찾던 군주에게 맹자는 공자가 강조한 인의의 윤리를 제안했던 것입니다.
누구나 앞 다투어 부국강병을 도모하던 시절, 혜왕을 포함한 당시 군주들은 맹자의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겉으로는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지만, 맹자가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만을 떠들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상황이 맹자의 운명을 결정지었습니다. 논쟁을 통해 부국강병의 논리를 논파하고 공자의 유학 사상을 정당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어느 군주도 그의 이야기를 정치에 반영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맹자는 이러한 자신의 운명을 직감하게 됩니다. 그는 자신이 태어났던 추(鄒)나라로 돌아와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그들과 함께 자신의 사상을 정교화하고 기록하는 데 몰두하게 됩니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책이 바로 『맹자(孟子) 입니다. 자, 그럼 맹자는 어떻게 공자가 창시한 유학 사상을 철학적으로 체계화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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