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은 당연히 죽여야 한다
극단적인 사례를 하나 생각해볼까요? 왕의 신분이지만 소체를 따라서 소인이 된 사람이 있고, 농민의 신분이지만 대체를 따라서 대인이 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지요. 이 경우 누가 통치를 담당해야 할까요? 그것은 당연히 후자일 것입니다. 정치를 담당하려면 소인이 아니라 반드시 대인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것이 맹자의 유명한 혁명론이 출현하게 된 배경입니다. 그의 혁명적인 생각을 확인해보도록 하지요.
제(齊)나라 선왕(宣王)이 물었다.
“탕(湯)임금이 걸(桀)임금을 쫓아내고 무왕(武王)이 주(紂)임금을 정벌한 일이 있었습니까?”
齊宣王問曰: “湯放桀, 武王伐紂, 有諸?”
제선왕문왈: “탕방걸, 무왕벌주, 유저?”
맹자가 대답했다.
“옛날 책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孟子對曰: “於傳有之.”
맹자대왈: “어전유지.”
선왕이 다시 물었다.
“신하가 임금을 죽일 수 있습니까?”
曰: “臣弑其君可乎?”
왈: “신시기군가호?”
맹자가 대답했다.
“인을 파괴하는 사람은 도적이고, 의를 파괴하는 사람은 강도입니다. 도적이나 강도는 한 사람의 장부라고 말합니다. 한 사람의 장부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죽였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맹자』 「양혜왕」
曰: “賊仁者謂之賊, 賊義者謂之殘, 殘賊之人謂之一夫. 聞誅一夫紂矣, 未聞弑君也.”
왈: “적인자위지적, 적의자위지천, 천적지인위지일부. 문주일부주의, 미문시군야.”
제나라의 군주 선왕이 맹자에게 물었습니다. 아무리 폭군이라 할지라도 신하가 군주를 시해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분명 선왕은 유학자인 맹자를 의식해서 이런 질문을 던졌던 것이지요. 아마 공자라면 어떤 경우라도 신하가 군주를 시해하는 것은 의롭지 못한 일이라고 이야기했을 것입니다. 공자는 신하가 자신의 의무를 다해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군주를 바로잡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본 입장이었으니까요. 『논어』 「미자(微子)」 편을 보면 폭군 주(紂)에게 간언을 하다가 죽은 비간(比干)이란 신하의 고사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공자는 폭군에게 간언하다가 죽은 신하인 비간을 인자(仁者)라고 평가합니다. 아무리 나쁜 군주 앞에서라도 신하는 반드시 신하의 예를 지켜야 한다고 본 것이지요.
그러나 맹자의 입장은 공자와는 다릅니다. 걸왕이나 주왕은 모두 소인이었기 때문에, 걸왕과 주왕을 시해한 것은 결국 군주를 죽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합니다. 맹자는 폭군을 한 명의 평범한 사람, 즉 장부(丈夫)에 지나지 않은 소인이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이것은 도둑과 강도를 잡아서 죽이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듯이, 폭군도 당연히 죽여야 한다는 입장으로 귀결됩니다. 무섭고 당돌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맹자의 이 이야기는 당시 군주로 재위하고 있던 선왕 앞에서 하기에는 몹시 힘든 이야기였습니다. 선왕을 협박하는 이야기나 다름없었으니까요. 비록 당신이 현재는 군주이지만, 대체를 따르지 않아서 소인이 되면 언젠가 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는 엄포를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찌 보면 이것이 바로 맹자가 그 당시 군주들에게 채용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서도 맹자가 살아 있던 것 자체가 무척 신기한 일입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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